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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사과러'? 선거 코앞 박지현의 '마이웨이' 5주

  • 정치 | 2022-05-31 00:00

朴 행보에 "시기 부적절" vs "혁신 준비 안 된 민주당"

<더팩트>는 박 위원장의 선거 막바지 5주 행보(7주 차~12주 차) 를 '혁신'과 '사과'를 주제로 정리해 봤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는 박 위원장의 선거 막바지 5주 행보(7주 차~12주 차) 를 '혁신'과 '사과'를 주제로 정리해 봤다. /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정말 많이 잘못했습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습니다. 염치없습니다. 그렇지만, 한 번만 더 부탁드립니다. 저 박지현을 믿어주십시오. 여러분께서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습니다."(지난 24일 대국민 호소 기자회견 발언 중)

'혁신을 위한 극약처방'일까, 당을 혼탁케하는 '내부총질'일까. 6·1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근 한 달간 박지현 민주당 비대위원장의 행보를 관철하는 단어는 '사과'다. '조국 사태'와 관련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사과를 요청했고, 성희롱 발언으로 논란이 된 최강욱 의원에게도 당 징계를 주장하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또, 박완주 의원이 성폭력 사태로 제명되자 윤 위원장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각에선 박 위원장을 '프로 사과러('프로 ㅇㅇ러': 프로+ㅇㅇer(사람)의 합성어로 '반복해서 무언가 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라 일컫기도 했다.

<더팩트>는 박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임명 이후 6주 간의 행보를 정리한 데 이어 (지난 기사: "민주당에 회초리 들고 온 26살"…박지현의 비대위 6주), 박 위원장의 선거 막바지 5주 행보(7주 차~12주 차)를 '혁신'과 '사과'를 주제로 정리해 봤다.

민주당 내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먼저 그 말을 꺼낼 경우 초래될 위험이 두려워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로 취급되는 '조국 사태'를 언급했다. / 박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민주당 내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먼저 그 말을 꺼낼 경우 초래될 위험이 두려워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로 취급되는 '조국 사태'를 언급했다. / 박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 7주 차 (4.25~5.1): 조국 전 장관 '입시 비리' 의혹 사과 요구에 조 전 장관 "다시 한번 사과" 응답

해당 주간 박 위원장은 자녀 입시비리와 아들 군 면제 의혹 등 이른바 '아빠 찬스' 의혹이 제기된 정호영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 외 윤석열 당선인 정부의 문제 인사들(한동훈·김인철 등)을 언급하며 자진 사퇴를 요구했다. 이어 민주당 내 '방 안의 코끼리'(모두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먼저 그 말을 꺼낼 경우 초래될 위험이 두려워 아무도 먼저 말하지 않는 커다란 문제)로 취급되는 '조국 사태'를 언급했다. 박 위원장이 '청년 정치인'인 만큼, '공정' 화두에 민감한 청년 세대를 의식한 행보로 해석된다.

지난달 25일 박 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서 "(윤석열 내각의) 비리 후보자를 정리하려면 비슷한 문제를 일으킨 우리의 잘못을 고백하고 성찰해야 한다"면서 조 전 장관의 사과를 촉구했다. 그는 "조 전 장관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을 불편해하는 분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떳떳하게 국민의힘(문제)을 지적하려면 묵인할 수 없다. 검찰의 표적 과잉 수사와 법원의 지나친 형량이 입시 비리를 무마할 수는 없다"고 소신 발언을 했다.

조 전 장관은 박 비대위원장의 사과 촉구 40여 분 만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장관 후보자 상태에서 이뤄진 기자 간담회와 인사청문회 등에서 여러 번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후 총선과 대선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비슷한 요청에 대해 같은 취지의 사과를 표명했다"며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 대법원판결의 사실 및 법리 판단에 심각한 이견을 갖고 있지만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판결을 존중하고 수용한다"고 응답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박 위원장이 발언하면 다시 언론에서 조 전 장관을 소환한다'며 조 전 장관을 언급하지 말라고 박 위원장을 비난하기도 했다.

√ 8주 차 (5.2~5.8) : '최강욱 성희롱 발언' 물의에 징계 문의와 사과 요구

8주 차에는 '온정주의 철폐'를 외쳤던 박 위원장이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 발언' 의혹에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때부터 일부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박 위원장이 '내부 총질'만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센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발단은 최 의원이 지난 2일 당내 온라인 회의에서 동료 의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최 의원은 성희롱성 발언이 아닌 아이들의 놀이를 뜻하는 은어인 '짤짤이'를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해 오히려 빈축을 샀다. 박 위원장은 최 의원의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당 윤리심판원에 징계 여부 검토를 요청했고, 최 의원에게는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고 알려졌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최 의원이 '검수완박' 입법 당시 공을 세운 것을 이유로 박 위원장의 행보를 '내부총질'이라고 규정했고, 개중에는 박 위원장의 SNS에 반대 의견을 게재하고 '문자 폭탄'을 보내며 강한 항의 의사를 밝혔다. 이후 해당 여론은 2030 여성 신규당원인 '개딸'들 중 일부의 '박지현 사퇴 촉구 집회'로도 이어지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했다. /이선화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지현·윤호중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12일 국회에서 성비위 사건으로 제명된 박완주 의원과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을 밝히고 공식 사과했다. /이선화 기자

9주 차(5.9~5.15): '박완주 성폭력 제명'에 하루 3번 사과…"고통스럽다"

최강욱 의원에 이어 민주당에 성비위 악재가 겹쳤다. 지난 12일 3선인 박완주 의원이 성폭력 사건으로 제명됐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비대위 회의 진행 후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은 같은날 저녁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을 대표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영입 당시 '당내 성비위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고 외쳤던 박 위원장은 무거운 마음을 전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SNS에 올린 사과문을 포함해 박 의원의 성폭력 사건에 관해 하루에만 세 번을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에서는 "당내 성 비위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또 사고가 터졌다"며 "민주당은 앞으로 당내 젠더 폭력에 대해 더욱 철저하게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권력형 성범죄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도 힘쓰겠다고 약속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공교롭게도 박 의원 지역구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양승조 충남도지사 후보 사무실 개소식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를 두고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왜 남의 잔칫집(후보 개소식)에 가서 초상집을 만드냐'며 박 위원장의 사과가 부적절했다고 비난했다.

√ 10주 차(5.16~5.22): 개딸들의 '박지현 사퇴 촉구 기자회견'에 "진짜 개딸 맞나"

이달 중순에는 박 위원장을 저격하는 일부 지지자들의 공세 수위가 높아졌다. 지난 20일 자신들을 '민주당 2030 여성 지지자 모임'이라고 밝힌 일부 '개딸'들이 박 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내용의 100여 명 규모의 집회를 민주 당사 앞에서 벌였다. 이들은 박 위원장이 지선을 앞두고 최강욱 의원을 징계 검토하고, 박 의원의 제명을 결정하는 등 민주당의 선거 승리에 '훼방'을 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개딸 집회' 소식을 접하고도 오히려 덤덤했다. 그는 "(집회를 여는 이들이) 정말 '개딸' 분들인지는 좀 궁금하긴 하다"며 "어제 대전에서 2030 여성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많은 분들이 지지, 응원해 주셨고 편지도 굉장히 많이 받았다"라며 집회 주체에 대한 의구심을 표했다. 집회자들의 '2030 여성 지지자와 추구하는 신념과 방향도 서로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박 위원장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당내 성비위 진상조사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기간 일부 강성 지지층들은 박 위원장을 향해 문자폭탄과 SNS, 당원 게시판 등을 통해 연일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내용의 글과 댓글을 지속적으로 게시해 박 위원장의 사퇴를 압박했다.

가장 최근에는 '당 쇄신'을 두고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이 갈등하는 모양새를 보여 '내홍' 논란이 격화됐다. /박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가장 최근에는 '당 쇄신'을 두고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이 갈등하는 모양새를 보여 '내홍' 논란이 격화됐다. /박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 11주 차~(5.23~): '586 용퇴론' '팬덤 정치 작별' 등 두고 윤호중 위원장과 '격돌' 후 갈등 봉합

가장 최근에는 '당 쇄신'을 두고 박 위원장과 윤 위원장이 갈등하며 '내홍' 논란이 격화됐다. 결국 두 사람은 선거를 이틀 앞둔 30일 당 혁신을 위한 5대 혁신안을 선거 이후 추진하기로 하면서 갈등은 봉합됐으나, 지선 이후 '비대위 책임론'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2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586 용퇴도 그렇고 젊은 민주당으로 나아가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충분한 당내 논의를 거쳐 금주 내 발표하겠다"고 공언하며 지방선거 지지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더 젊은 민주당 △우리 편 잘못에 더 엄격한 민주당 △약속 지키는 민주당 △대중에게 집중하는 민주당 △미래를 준비하는 민주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윤 위원장은 같은 날 "(박 위원장)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음 날인 25일에도 박 위원장은 선대위 합동 회의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밝히자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고성이 들렸고 윤 위원장은 책상을 손으로 강하게 내리친 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박 위원장은 발언을 문제 삼은 당 지도부에 "그럼 저를 왜 뽑아서 여기다 앉혀놓으셨냐"고 발언했다는 사실도 함께 알려졌다. 이날 윤 위원장과 박 위원장은 함께 예정된 유세 일정을 취소했다.

박 위원장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 박 위원장은 선대위 합동 회의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회의장 바깥에서 고성이 들릴 만큼 험악한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발언을 문제 삼은 당 지도부에 박 위원장은 "그럼 저를 왜 뽑아서 여기다 앉혀놓으셨냐"고 되받아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박 위원장은 하루 뒤인 27일 SNS에 "열심히 뛰고 계신 민주당 후보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후보와 윤 위원장 등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5시간 30여 분 후 윤 위원장으로부터 쇄신안을 담은 공동유세문 발표를 거부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결국 두 사람은 지난 28일 비공개 긴급 비상대책위원 간담회에서 그간의 갈등에 사과하고 5개 쇄신안을 지방선거 이후에 추진키로 협의했다. 30일에는 이 위원장과 함께 세 사람이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당이 단합해 혁신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지난주 일어난 상황들에 대해 "민주주의 내에서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게 보다 건강한 민주주의라 생각한다"며 "갈등이라기보다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진통을 겪었다고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며 민주당 '원팀'을 강조했다.

한 중진 의원은
한 중진 의원은 "(박 위원장의) 혁신 주장은 공감하지만 선거를 마치고 해야 될 이야기였다. 취지는 좋으나 타이밍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 선거 코앞 '마이웨이' 행보…정치권 '발언 시기 부적절' vs '혁신 준비 안 된 민주당' 두 시선

박 위원장이 선거를 앞두고 '586 정치인의 사퇴' '팬덤 정치를 넘어선 대중 정치' 등을 외치며 당의 개혁을 주장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선 전에 할 얘기가 아니다'라는 박 위원장을 향한 비판, 박 위원장이 할 얘기를 한 건데 '당내 이해관계에 의해 목소리가 묵살되는 것'이라는 민주당을 향한 비판이 공존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첫째는 26세 여성의 '민주당의 변화를 촉구하자'는 메시지는 강렬했다는 것, 둘째는 이것(혁신안)을 수용하기에 민주당은 준비가 아직 안 돼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당내 갈등의 경우 지방선거 국면이 있었기에 봉합이 될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지선 이후 민주당은 '폭풍 속으로' 들어갈 예정인데, (박 위원장의 목소리가 어떻게 반영될 지는) 이후 거취는 지선 이후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박 위원장의) 혁신 주장은 공감하지만 선거를 마치고 해야 될 이야기였다. 취지는 좋으나 타이밍이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하며 "정당의 존재 의미는 '선거'다. 박 위원장의 언행이 선거에 도움이 됐는지 여부로 따져본다면, 선거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박 위원장이 언급한 혁신안을 두고 "(내용이) 두리뭉실해서 우선순위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책임질 사람은 책임져야 한다는 건데, '팬덤을 없애자' 해도 (당내에서도) 거기에 편승하고 이용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해관계에 의해) 혁신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의문점이 든다"고 밝혔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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