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말보다 발이 빠른 사람. 도지사 돼 힘있게 하겠다"
[더팩트ㅣ안산=곽현서 기자] 다가오는 6·1 지방선거 경기지사에 출마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27일 안산을 찾아 지지를 호소했다. 이날 유세에는 이민근 안산시장 후보뿐 아니라 안산에 연고가 없는 안철수 경기 분당갑 후보도 함께해 큰 주목을 받았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일(25일) 직전 이뤄진 각종 조사에서 김은혜 후보는 상대방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 구도를 보이고 있다. 팽팽하게 맞서는 두 후보 때문에, 경기도는 이번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가 됐다.
그 어느 때보다도 경기지사 당선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탓인지, 유세가 시작하기 전부터 선부동 일대는 인파로 북적거렸다. 동명사거리는 인도가 좁아 인파가 많이 몰릴 수 없는 지형이었다. 하지만 사거리 건너편마다 가득 찬 인파로, 약 200여 명 넘는 시민들이 모여 있었다.
먼저 현장에 도착한 건 안 후보였다. 안산 시민들은 안 후보에 대한 선거권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안 후보가 안산을 찾은 것은 접전을 펼치고 있는 김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인수위원장직을 거쳐 윤석열 정부 탄생에 한 축을 담당한 안 후보의 지원 유세는 지지층 결집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해석된다. 한 지지자는 안 후보를 발견하고 "이 먼 곳까지 와줘서 고맙다"며 '안철수'를 연호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야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권력을 되찾아와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승리했지만, 약 170석에 달하는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 위해선 지방선거의 필승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해병대 출신인 이 후보와의 인연을 강조하며 "안산이 낳은 자랑스러운 인재를 뽑아달라"고 말했다. 안 후보는 해병 대위 장교 출신이다.
뒤이어 도착한 김 후보가 유세 트럭에 몸을 올리자 환호가 쏟아졌다. 김 후보는 마이크를 잡고 "6월 1일부터 안산의 미래는 달라질 것입니다. 경기도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겠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김 후보는 △ GTX-C 노선 연장 △ KTX 착공 △ 신안산선 신설 △ 손실보상 △ 대형병원 설립 등 안산에 산적해 있는 지역 숙원 사업을 거론하며 "저 김은혜가 하면 윤석열이 하고, 김은혜가 하면 오세훈이 한다"며 정부 여당임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달라진 안산을 만들어 드리겠다"며 "6월 1일 투표로 용기의 촛불을 켜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24시간 어린이병원 설립과 관련 "아이가 아파도 어머니의 마음이 찢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말하는 도중 눈물을 훔쳐 보이기도 했다. 김 후보 측 관계자는 '울컥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더팩트>의 질의에 "정말 처절하게 임하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셨던 것 같다"고 답했다.
지난 대선 기간동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의 유세를 쫓아다니던 '대장동 버스'도 이날 유세 현장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김 후보는 의원시절 이 위원장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이른바 '대장동 저격수'로 불렸다. 안 후보가 출마한 분당갑 지역에 대장동이 속해있다.
김 후보는 윤 대통령의 대선 시절부터 대변인으로 이름을 알려왔다. 새 정부의 '허니문 기간'만큼이나 김 후보를 향한 지역 지지자들의 반응은 뜨거워 보였다.
연설을 마친 김 후보가 무대에서 내려와 거리 유세를 나서자 지지자로 추정되는 주민들은 김 후보의 걸음마다 쫓아다니며 사진이나 사인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지자 몇몇이 흰색 도화지를 들고 와 '사인해 달라'고 요청했고, 김 후보는 흔쾌히 수락하며 검은색 볼펜을 들고 사인했다.
이어 자신을 만나기 위해 일렬로 도약한 지역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 하며 짧은 인사를 나눴다. 한 주민은 "안산을 바꿔주세요"라고 외쳤고 김 후보는 눈웃음으로 화답 했다.
사인회가 끝나자마자 포토타임이 시작됐다. 주민들은 김 후보만을 기다렸다는 듯, 팔짱을 끼거나 손가락 브이(v)자를 만들기도 했다. 한쪽에는 김 후보와 셀카를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했다.
예상치 못한 시민들의 반응에 놀란 김 후보는 시민들과 악수하고 사진 찍는 도중 울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눈시울이 붉어진 김 후보를 향해 한 시민은 "바꿔야 한다. 2번 찍자"고 소리치기도 했다.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에게 '왜 김 후보를 지지하시냐'고 묻자," 약속을 잘 지킬 것 같다", "지하철 설립 등 각종 공약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피부관리사로 일하는 정옥희(44·선부동) 씨는 "지어진다던 지하철이 10년 동안 깜깜 무소식"이라며 "안산 발전 시켜 주겠다는 김 후보를 믿고 이번에 속는셈 찍어보겠다"고 말했다.
안산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최정민(24·사동) 씨는 "김 후보가 윤 대통령 측근이라는 기사를 많이 봐왔기 때문에 정부의 힘을 받지 않을까 싶다"며 "서울로 출퇴근 하지 않게, 안산에 좋은 일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한 비판도 나온다.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인해, 안산은 민주당 세가 강하게 작용하는 곳 중 하나다. 상록구 갑·을, 단원구 갑·을 현역 의원 모두가 민주당 의원들이며, 현직 윤화섭 안산 시장 역시 민주당 출신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이 체감하는 발전은 없었던 탓에 보수에게 표를 넘겨주더라도 윤 정부 초반에 개발의 탄력을 받고자하는 시민들의 반응도 줄을 이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선일(56·선부동) 씨는 "안산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며 "지하철 연장, 고속버스 등 정부의 지원을 팍팍 받았으면 좋겠다"고 소원했다.
자신을 초지동 주민이라고 소개한 김미자(53) 씨는 "지난 12년동안 민주당이 집권하면서 공장은 철수하고 안산은 낙후되고 있다"며 "김 후보에 대한 호감보다 민주당에 대한 비호감이 커서 투표장에 가려한다"고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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