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초 얼어붙는 남북관계…전략자산 전개, 대북 확성기 재개 등 거론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윤석열 정부 초기 남북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 및 '대북 억지력' 강화를 약속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방문을 마치고 25일 본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북한은 단·장거리탄도미사일 세 발을 발사했다.
절묘한 시점에 이뤄진 도발에 윤석열 정부는 즉각 대통령 주재 첫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여는 한편, 외교·군사적 맞대응에 나섰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는 핵을 투발할 수 있는 성능을 개량하고자 하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고 봤기 때문에 두 번째 발사가 이뤄지기 전 대통령 주재 NSC 회의를 결정했다"며 "미사일에 대해 대응 조치로 군사적 조치 두 가지와 외교적 조치 두 가지를 했다"고 밝혔다.
군사적 조치와 관련해선 이날 오전 중 강릉 인근에서 동해상으로 한국군이 '현무-2'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했고, 미국군은 '에이태킴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을 각 한 발씩 발사했다. 또한 우리 군 F-15 전투기가 엘리펀트 워킹(전투기가 최대 무장을 장착하고 밀집대형으로 이륙 직전까지 지상활주 하는 훈련)을 하는 영상을 공개함으로써 막강한 공중전투 능력을 가진 30여 대의 우리나라 전투기가 우리 영공을 언제든지 떠서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시현했다.
동시에 박진 외교부 장관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전화 통화를 했고, 이어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를 했다. 이들은 통화에서 북한의 위협적인 행동에 대해서 즉시 공조하고,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강력하고 효과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 계속해서 긴밀히 조율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 주재 NSC에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와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국제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로 규정하고 이를 강력히 규탄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미 공조를 바탕으로 유관국 및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철저하게 이행해 나갈 것과 대한민국 안보에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상시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한미 정상 간 합의된 확장억제 실행력과 한미 연합방위태세 강화 등 실질적 조치를 이행해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와 별개로 윤석열 정부는 북한 규탄 및 대북 억지력 강화 메시지를 담은 정부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태효 1차장은 "윤석열 정부는 북한의 군사행동에 대해 미사일의 명칭을 정확히 기술하고, 한미 군사 협조 태세를 통해 북한이 모종의 군사 조치를 할 경우 반드시 거기에 상응하는 후속 조치를 한다는 원칙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 가운데 북한은 더 높은 수위의 도발인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차장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을 묻는 말에 "풍계리 핵실험장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라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하루 이틀 내 임박한 핵실험이 일어날 가능성은 작지만, 그 이후 시점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며 "다른 장소에서 풍계리의 7차 핵실험을 사전에 준비하기 위한 핵기폭장치 작동 시험을 하는 것이 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실제 핵실험을 단행할 경우 '핵 없는 한반도 실현'에 대한 내용을 담은 남북 정상의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은 완벽히 파기되고, 남북 관계는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던 2018년 이전으로 돌아가게 된다. 윤 대통령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에 침묵했던 문재인 정부 5년 대북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상호주의 원칙에 따른 차별화된 대북 전략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통화에서 "문재인 정부 때는 북한이 미사일을 쏴도 '도발'이라는 표현도 제대로 못 했는데, 새 정부가 북한의 도발 시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세운 것은 매우 의미가 있다"라며 "그래야 북한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 처음에는 반발할 수도 있지만, 한미가 연합해서 대처하면 북한도 마냥 도발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 센터장은 이어 북한의 7차 핵실험 시 우리 정부의 대응에 대해선 "유엔 안보리 추가 제재 결의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한미가 대응할 수 있는 건 '세컨더리 보이콧'(제재 대상 국가와 거래하는 제3국 제재)과 한미 정상이 약속한 전략자산 전개를 통해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뼈아픈 고통과 대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북한의 핵실험은 기존 남북 합의를 명백히 깨는 것으로 우리도 더 이상 합의를 이행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꺼진 '대북 확성기'를 다시 켜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확성기는 우리나라의 정보가 북한에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심리적 핵폭탄'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센터장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잘못된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며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라 북한이 강하게 나오면 강하게 대처하고, 대화로 나오면 우리도 대화의 문을 열고 나가면 된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데, 이런 원칙을 지속해 나가면 북한이 도발 행위를 이어가는 것도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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