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송영길" 연호 외치고 비눗방울 날리고…유세 1등공신은 '개딸들'?
[더팩트ㅣ홍대=송다영 기자] "아빠 사랑해!" "아빠 귀여워~"('개딸(개혁의 딸)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을 부르며 하는 말)
16일 오후 8시 30분, 서울 마포구 홍대 KT상상마당.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본부장 겸 상임고문과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가 시민들 앞에 나타났다. 앞서 이날 두 사람은 홍대 KT 상상마당에서 출발해 연남동 경의선숲길까지 걸으며 서울 시민들을 만나겠다고 '벙개(깜짝모임)' 만남을 예고한 바 있다. 이날 유세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의 줄임말, 이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당을 지지하는 신규 2030 여성 당원을 이르는 말)'들이 현장을 장악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개딸들은 송 후보와 이 위원장의 연호를 연신 외치며 1시간 여 동안 길거리를 함께 다니는가 하면, 두 후보가 가는 길마다 '비눗방울'을 날리며 분위기를 띄우며 '예쁜 현장 사진'을 남기는데 한 몫 거들기도 했다.
오후 8시 30분, 송 후보와 이 위원장이 차에서 내려 유세 현장에 나타났다. 현장에서 미리 운집해 있던 약 300여 명의 지지자들은 두 사람이 나타나자 박수를 치고 함성을 외치며 격하게 반겼다. 현장에 별도로 무대나 단상이 설치되지 않은 탓에 앞쪽에 서 있던 지지자들은 뒷자리에서 "앉으라"고 외치는 소리에 시야 확보를 위해 쭈그리고 앉아야 했다.
자리가 정돈되자 송 후보가 먼저 간이 사다리 위에 올라 "이재명과 송영길이 함께 뛰겠다"라며 "우리 대한민국을 검찰 공화국에 맡길 순 없지 않겠나. 윤석열 정부에 브레이크를 만들고 서울을 지키기 위해 송영길이 열심히 뛰겠다"라고 말했다. 송 후보가 단상에 올라 마스크를 벗자마자 지지자들은 "잘 생겼다"라고 외치며 송영길을 외쳤다.
이 위원장도 이어 연설을 시작했다. 그가 연단에 오르자마자 개딸들은 "귀여워" "정말 귀여워"를 외치며 이재명을 외쳤다. 이 위원장이 살짝 멋쩍은 듯 "여러분 잔인한 현실이 있는데 제가 내년이면 '환갑(만 60세)'이다"라며 농담을 건넸다. 개딸들은 "아기다 아기"라며 응수했다. 이 위원장은 "여러분들, '말꾼'이 아니라 '일꾼'이 필요하다. '영기리보이(송 후보)' 일 잘 하지 않나. 오세훈 시장을 생각하면 '세금둥둥섬(한강 세빛둥둥섬)'밖에 생각이 안 난다. 공직자는 일을 잘해야 한다"며 오 시장을 저격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이 "영기리보이 귀엽지 않냐"고 지지자들에게 묻자, 지지자들은 "귀여워 귀여워"를 외쳤고 송 후보는 지지자들을 향해 '양볼 하트'를 만들어 보이기도 했다. 한 20대 여성 지지자는 "정치는 귀여운 사람이 해야지"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이어 이 위원장은 민주당의 '성 비위' 의혹에 공세를 펼치는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적반하장과 후안무치를 합쳐서 '적반무치당'이라고 이름을 하나 지어줬다"고 직격하며 "우리는 성적인 문제가 생기면 과감하게 제명하고 사과하고 있다. 만약에 우리가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처럼) 당대표가 성상납을 받았으면 당이 해체됐을 거다"라고 말했다.
상상마당에서 기념 촬영을 마친 두 사람은 경의선숲길까지 이동하며 마주치는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대화를 나누는 등 소통 일정을 이어갔다. 2030 개딸들은 두 사람의 이동 일정 간에도 '일등 공신'이었다. 한 지지자는 송 후보와 이 위원장의 행보에 관심이 없어 보이는 일반 행인들에게 들리라는 듯이 "민영화를 막아줄 송영길이다"라며 유세의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또 몇몇 지지자들은 두 사람의 주변에서 행보를 내내 동행하면서 '비눗방울 총'을 열심히 쐈다. 덕분에 한층 밝아 보이는 현장 분위기가 연출됐다.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송 후보와 이 위원장은 길거리에서 만나는 이들과 일일히 주먹인사와 셀카 찍기 등을 하며 소통을 이어갔다. 지지자들은 이 위원장에게 '나의 소년공 다이어리' '인간 이재명' 등 저서를 내밀며 사인을 요청하거나, 손편지를 건네며 응원의 뜻을 보냈다.
두 사람이 걷는 동안 비교적 걸음이 빠르고, 대선 유세 경험 덕에 '길거리 소통' 경험이 많은 이 위원장의 걸음이 종종 더 빠른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 탓에 이 위원장은 먼저 길을 걷다 이따금씩 뒤를 돌며 송 후보를 기다리기도 했다.
둘은 홍대 거리 내 음식점이나 맥주집 등을 직접 방문해 손님들과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두 사람의 방문을 몰랐던 사람들은 놀라며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신기한 듯 멀찍이 서서 두 사람의 사진과 영상을 찍기도 했다.
선선한 날씨 탓에 홍대 거리에는 2, 3층 높이의 가게들도 창을 열어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술을 마시다가 창밖으로 두 사람의 유세를 구경하던 젊은 사람들이 두 사람을 향해 반갑게 인사를 하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위원장의 경우, 최근 계양 유세에서 나무 벤치에 신발을 신고 올라간 것이 논란이 된 것을 의식한듯 이날 행보에서는 미리 마련된 연단 외에 높은 곳에 즉흥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오후 9시 40분쯤 약 한시간 정도 홍대에서 연남동 길을 걷던 두 후보는 한 맥주집 야외 벤치에 자리를 잡고 튀김을 메뉴로 생맥주를 마셨다. 이 위원장은 "서울시장 승리를 위하여"를 건배사로 외치며 송 후보와 '짠'을 했다. 송 후보가 맥주를 빠르게 들이키자 지지자들은 "원샷"을 외쳤고, 이에 응해 송 후보가 500ml 맥주를 원샷하는 장면도 연출됐다.
마지막으로 이 위원장은 지지자들을 향해 "송영길이 이겨야 이재명이 이긴다. 송 후보가 서울에서 (이기는) 길을 낼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손잡고 동행해달라"고 호소했다. 송 후보도 "내일모레 5.18이 다가오는데 (故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인) 5월 23일 '봉하마을의 눈물'이 생각난다. 다시는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6월 1일에 승리하자"고 지지자들에게 호소했다.
'맥주 회동'을 끝낸 두 사람은 10시께 지지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차를 타고 자리를 떠났다. 지지자들은 서로 "수고했다"를 외치며 두 사람을 마중한 뒤에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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