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의혹·선거법 위반·출마 등 사유로 탈당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21대 총선에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총 300석 중 180석을 얻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이해찬 당대표는 "선거 승리의 기쁨에 앞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조심스러워했지만, 민주당은 새어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정당 협조 없이 입법·예산·정책은 물론 필리버스터(합리적 의사진행 방해) 등 국회 선진화법도 단독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2년 전 민주당은 그야말로 국회에서 '무적'이었다.
총선 직후 비례위성정당이었던 시대전환, 기본소득당이 떨어져 나가면서 178석이 됐다. 예상된 일이었다. 그런데 21대 국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1석이 더 날아가는 일이 생겼다. 양정숙 의원의 부동산 실명제 위반과 명의 신탁 의혹이 드러나면서다. 민주당은 시원하게 '제명'을 결정했다. 이후 같은 해 9월 'DJ 삼남' 김홍걸 의원도 재산신고 당시 부동산 재산 누락 의혹으로 당에서 내쳐졌다. 그래도 176석이나 됐다.
거구에 이상이 생긴 건 지난해부터였다. 4·7재보궐선거를 앞두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투기 의혹 사태가 정치권을 강타하면서 민주당은 자당 소속 의원 '전수조사 실시'라는 뼈아픈 조치를 감행했고, 그 결과 국민권익위의 보고서를 토대로 12명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했다. 결과적으론 양이원영·윤미향 의원을 '제명'하는 데 그쳤다. 비례대표였던 이들은 당적을 이탈해도 의원직을 유지했다. 몸무게를 재보니 174석이었다.
민주당의 다이어트는 더욱 혹독해졌다. 이스타항공 창업주였던 이상직 의원이 횡령·배임으로 구속기소 되자 자진 탈당했다. 뒤이어 지역사무소 보좌관의 성범죄 의혹과 관련해 2차 가해 논란이 불거진 양향자 의원에 대한 제명 결정이 내려졌고 양 의원이 스스로 당을 떠났다. 의석은 172석으로 줄었다.
지난해 10월에는 '농지법 위반 무혐의'를 받은 양이원영 의원이 복당하면서 173석이 됐다. 다시 살찌우나 싶었다. 하지만 대선이라는 중차대한 빅이벤트를 앞두고 또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대선 경선에 나선 이낙연 전 당대표가 지역구(서울 종로) 의원직을 사직하는 '초강수'를 둔 데다, 이규민(경기도 안성)·정정순(충북 청주상당구)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당선무효형으로 3석을 잃었다.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으로 3석을 수혈했지만 3·9재보궐선거에서 자당 지역구였던 3석을 모두 국민의힘에 내주고야 말았다. 173석.
더이상 몸무게가 빠지지 않을 줄 알았건만 의외의 곳에서 야위었다. 혼을 빼놓는 '검수완박' 증상으로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되자 민형배 의원이 '위장(僞裝)약을 먹은 것. 172석(?)이 됐다.
과한 다이어트였을까. "그런 식으로 좀 그만 빼라"라며 몸 안에서도 이상 신호를 내보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위장 탈당 세포'는 온전한 탈당이라고 바득바득 우겼다. 지난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위장 탈당' 비판이 나오자 민 의원은 "내가 무슨 위장 탈당을 했나. 탈당한다고 하고 하지 않기라도 했나"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 광주 지역위원회 공천 수여식에도 참석하고, 강기정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의 공동상임선대위원장도 맡았다. 이 정도면 광산을 지역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현재 (민주당 광주광산을 지역위는 위원장이 없는) 사고위원회다. 상무위원회를 열어서 후속 조치(후임 선출)를 해야 한다"면서도 관련 일정은 미정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에 공천장 받는다니 가서 인사하는 게 뭐가 문제겠나. 같이 활동했던 당원 동지들이 공천장을 받는 자리라 축하해달라고 해서 사진 찍고 덕담하고 오는 건 너무 당연한 거 아닐까. 상임선대위원장도 똑같은 거다. 정당 인사가 아니더라도 그런 건 모든 의원들이 할 수 있는 행위"라고 했다. 그럴 수 있겠다 싶다.
하지만 국회 누리집 국회의원 소개 약력란에는 여전히 '(현) 더불어민주당 광주 광산구을 지역위원장' 등으로 기재돼 있다. 민 의원 공식 블로그 대문에도 '현 21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이라는 문구가 찍혀 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누리집에 올라오는 국회의원 소개는 의원실에서도 직접 수정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한다. 의원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사무처에서 알아서 바꾸겠거니 했던 것이다. 민 의원의 탈당 직후부터 의원실에 이를 지적했지만 바꾸지 않았다. 살을 뺀 건지 안 뺀건지 혼란스럽다. 다시 살찌울 수 있을까. 이 관계자는 "복당은 당에서 결정할 부분이다. 지금 당이 안팎으로 시끄러운데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한 차례의 중대 이벤트, 6·1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폭풍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송영길(인천계양을), 이광재(강원 원주갑), 오영훈(제주시을) 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하면서다. 민주당은 한 달만 견디면 다시 살찌울 수 있을 거라고 고대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살빠짐이 혹독한 다이어트와 야윔 현상에 의한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살을 도려내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몸 한 군데가 썪어서 그냥 둘 수 없게 됐다. 2년 전 발생해 한껏 고생시켰던 '성비위' 암세포가 재발한 것이다. 민주당은 일단 자기 몸에서 털어내기만 했다. 너무 아플까 봐 아직 베어내진 못했다. 당 차원의 제명 조치에 그친다면 '성비위 논란' 당사자는 무소속으로 의원직을 유지할 것이다.
이상직 의원도 민주당에서 미적대는 동안 '20개월' 무소속 신분을 이어가다 지난 12일에야 법원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의석은 21대 총선 2년 1개월 만에 180석에서 168석으로 줄었다. 공석이 된 이 의원 지역구(전주을)의 재선거는 오는 6·1일 지방선거가 아닌 내년 4월 5일에야 실시된다. 민주당이 법원보다 빠르게 단호한 조처를 했다면 해당 지역구의 공백 기간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피해는 유권자 몫이 됐다. 보궐선거가 열리면 국민 혈세도 만만찮게 투입되지만 '후보 검증'을 책임지는 정당은 그때마다 고개 숙이고 그뿐이다. 21대 국회에선 민주당이 유독 심하지만 역대 국회, 보수정당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몸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먼저 고민하고 살 좀 그만 빼길, 그만 도려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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