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연금개혁 등 미래 비전 부족 '지적' 많아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3월 18일 현판식을 올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가 종반부에 접어들었다. 오는 4일 업무를 마무리한 뒤 6일 해단할 것으로 알려진 인수위는 그동안 '만 나이 계산법', '친원전' 정책 등 '윤석열표' 공약의 세부안을 발표했다. 다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수위에서 거론됐어야 할 '국가 비전과 청사진'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윤 당선인은 10일 취임식과 함께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에 시작한다. 정권교체기 과정에서 인수위는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 함께 잘 사는 국민의 나라'를 윤석열 정부 국정 비전으로 설정하고 수많은 정책안을 발표했다. 그 속에는 110개의 국정과제와 520개 실천과제를 통해 국민의 삶을 개선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의지가 담겼다. 윤석열 정부의 청사진을 그려온 인수위가 그동안 밝힌 대표적인 정책들을 살펴봤다.
√윤석열 정부 우선순위는 '손실보상?'
새 정부에서는 소상공인·자영업자·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을 가장 먼저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취임 즉시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 등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로 이행 의지가 큰 공약이기 때문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지난달 29일 "새 정부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구체적인 지급 액수나 업종,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현행 법체계와 추가적인 예산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 안 위원장 측의 설명이다.
안 위원장이 발표한 '과학적 추계 기반의 온전한 손실보상을 위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 따르면 손실보상 방안은 △ 손실 비례 피해지원금 지급 △ 손실보상제 강화 △ 금융구조 패키지 지원 △세제·세정 지원 강화 등 4가지다. 약 551만 개 사의 2년간 손실 규모는 54조 원이므로, 추경을 편성한 뒤 개별 업체의 피해 정도 등에 따라 피해지원금을 차등 지원하겠다는 것이 새 정부의 구상이다. 구체적인 액수와 차등 기준은 향후 추경 발표 때 공개된다.
√'탈원전' 에서 '친원전'으로
문재인 정부가 유지해왔던 '탈원전'에서 '친원전'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침도 돋보인다. 인수위는 지난달 28일 신한울 3, 4호기 건설 재개를 비롯한 원전 확대와 한국전력공사 독점 전력 시장 개방 등을 담은 에너지 정책을 발표했다. 인수위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40%는 절대 준수한다"라면서도 목표 달성을 위한 '에너지 믹스'에서는 원전 비중을 상향한다고 밝혔다. 또한 '원전 수출 추진단'을 신설하여 원전 10기 수주를 목표로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인수위는 또 원자력 발전소 설계수명 연장을 위한 '계속운전 신청 기한'에 대해 연장 방침을 밝혔다. 인수위가 밝힌 제도로 정책이 수정된다면 윤석열 정부에서 운영할 수 있는 원자력 발전소는 당초 10기에서 8기가 추가된 18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4차 산업혁명 대비 '100만' 디지털 인재 육성
새 정부는 4차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해 미래 사회를 선도할 '디지털 100만 인재' 육성에도 힘쓴다. 인수위 측은 디지털 인재 100만 명 양성 목표 달성을 위해 대학·대학원에 소프트웨어(SW), 인공지능(AI) 등 첨단학과를 신·증설해 전공생을 확대한다. 대학 내에 산업·기업 현장과 친화적인 교육 과정을 늘리고, 영재고나 마이스터고 등을 통해 우수 인재를 조기에 발굴한다는 계획이다.
초·중학교에서는 디지털 교육을 필수화하고, 교육과정을 개편해 SW, AI 등 디지털 소양 교육을 교육과정에 포함한다. 이를 위해 적정 규모의 정보 교과 교원을 수급하기로 했다.
또한 '디지털 배지' 시스템을 도입한다. 디지털 배지는 학교 내외에서 이뤄지는 다양한 디지털 교육·경험을 인증하는 시스템으로, 이를 통해 디지털 교육·학습 이력을 누적해서 관리해 그 결과를 취업 등에 활용하도록 할 예정이다.
√'대한민국이 어려진다'···'만 나이 도입'
인수위의 정책 발표 중 국민들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았던 정책은 '만 나이' 도입이다. 인수위 측은 지난달 11일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복잡한 나이 해석법 때문에 종종 사회적 갈등을 빚어오기도 했다. 일단, '세는 나이'는 이른바 '한국식 나이'로 대부분의 국가는 '만 나이'를 사용한다. 이에 외국 출입 과정에서 혹은 해외 연수·취업에 불필요한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가장 가깝게는 소아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반에는 만 나이를 적용하느냐 연 나이를 적용하느냐를 놓고 논란이 있다가 만 나이를 적용하기도 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서는 나이 해석으로 인해 대법원판결까지 간 사례도 있다.
이 외에도 인수위는 다가오는 윤석열 정부를 대비해 '일일 브리핑'과 '업무보고' 등 각종 성과와 계획을 언론으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인수위의 노력에도 "인수위에서 했어야 할 '거대 담론'을 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 통화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인수위는 큰 줄기의 정책과 담론을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가장 기대를 모았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으며 남·북 관계, 한·미관계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가 갖고 있는 정책과 비전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수위는 인수위답게 움직여야 한다"며 "소소하고 작은 행정적 변화 보다는 국가적인 큰 흐름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도 "향후 대한민국 방향성에 대한 '마스터플랜'이 잘 보이지 않았다"며 꼬집었다. 특히 "윤 당선인의 승리 원인 중 하나는 현 정부의 실패한 '부동산 정책'인데, 이와 관련한 답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면서 "임대차 3법, 1기 신도시 리모델링 등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교수는 인수위에 대해 "큰 구설에 오르지 않았지만 큰 인상도 남기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인수위 기간에는 미래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 시기이지만 당선인이 선거 운동할 때 냈던 공약을 설명하는 것에 시간을 많이 쓴 것 같다"면서 "연금개혁 등 앞으로의 5년에 대해 진지하게 설명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인수위 측에서는 약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국가의 미래 비전을 발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일각의 지적에 항변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지금 발표되는 정책과 현안들은 충분한 논의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라며 "국가와 미래 청사진을 담는 내용을 짧은 기간에 발표하려 하다 보면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어 더욱 신중히 처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인수위 측은 지난달 28일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해결책인 '주택 공급'에 당정 정책 역량을 투입하겠다"며 "만성적인 수도권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기 신도시 특별법' 등 노후 주택 재건축을 위한 법안을 하루빨리 통과시켜, 새 정부 시작부터 차질 없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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