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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박주민 '공천 배제' 번복…갈등 봉합 나선 민주당

  • 정치 | 2022-04-22 08:30

결정 번복으로 계파 갈등 드러나…"후폭풍 무시 못 해"

더불어민주당이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의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을 이틀 만에 철회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전략공천관리위원회(전략공관위)의 결정을 비대위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의 파고(波高)가 더 거세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은 송 전 대표. /남윤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의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을 이틀 만에 철회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전략공천관리위원회(전략공관위)의 결정을 비대위가 강하게 반대하면서 당내에서는 '계파 갈등'의 파고(波高)가 더 거세졌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진은 송 전 대표.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의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공천 배제(컷오프) 결정을 이틀 만에 철회하며 갈등 봉합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상임고문이 비상대책위원들에게 직접 전화로 '경선 방식'을 설득을 했다는 추측도 나왔다. 이미 공천 과정에서 잡음이 새어나온 만큼 향후 당내 '계파 갈등'의 여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은 21일 6·1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를 100% 국민경선으로 선출하기로 했다. 전략공천관리위원회(전략공관위)가 '명분 없는 출마가 가져올 부작용과 전국 선거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고려해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의 서울시장 공천 배제를 결정한 지 이틀 만에 비대위에서 이와 정반대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민주당 비대위는 이날 낮 국회에서 약 2시간 동안 비공개회의를 진행한 끝에 이같이 결정했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서울시장 후보는 100% 국민 경선으로(선출)하고, 결선투표를 실시한다"며 "TV토론은 1회 이상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송 전 대표의 공천 배제 문제가 더 커지면 자칫 당내 '이재명계'와 '비 이재명계'간의 갈등이 더 꼬일 것을 우려해 이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고 수석대변인은 "전략공관위에서 결정사항으로 와서 비대위에서 논의됐던 송영길 전 대표와 박주민 의원의 배제 문제는 두 사람에 대한 배제는 없이 이분들도 (후보에) 포함하기로 했다"며 "22일까지 추가로 후보 영입을 더 하고 적정 숫자를 경선에 포함시켜서 (최종) 후보를 (경선) 일정대로 정하는 것으로 했다"고 덧붙였다. 21일 기준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공모에는 송영길 전 대표, 박주민 의원, 김진애·정봉주 전 의원과 김송일 전 전남 행정부지사, 김주영 변호사 등 6명이 입후보했다. 여기에 더해 이낙연 전 대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잠재적 후보군에 포함됐다.

공천 배제 취소 결정이 내려진 이후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머리 이발을 마친 사진을 올리며
공천 배제 취소 결정이 내려진 이후 박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머리 이발을 마친 사진을 올리며 "이제 시작"이라고 남기며 선거 예비후보로서 출발 신호탄을 쐈다. /박주민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송 전 대표는 공천 배제 취소 결정 직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경선을 통해 '원팀 민주당'을 만들어 반드시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겠다"고 남겼다. 박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제 시작한다"며 머리 미용을 마친 자신의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민주당이 전략공관위의 '컷오프'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100% 국민경선을 결정한 데는 '이재명계' 의원들과 당원들의 강한 반발이 배경으로 꼽힌다.

앞서 지난 19일 밤 전략공관위가 송 전 대표와 박 의원의 공천을 배제하기로 한 사실이 외부에 유출된 후 당내에서는 '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하는 내용의 글들이 속속들이 올라왔다. 대표적으로 김남국 의원은 페이스북에 "민주적 원칙을 깨뜨린 공천이고, 우리 민주당의 자산을 '셀프 디스'한 공천"이라며 "원칙대로 다시 경선을 선언합시다"라고 촉구했다.

공천 배제 당사자인 송 전 대표는 공천 배제 사실이 알려진 직후 입장문을 내고 "6·1 지방선거를 사실상 포기하고 민주당을 파괴하는 자해행위가 될 것"이라며 "비대위가 현명한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을 놓고 법사위에서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 속에 소식을 접한 박 의원은 "전쟁 같은 법사위 중에…"라고 페이스북에 남기기도 했다.

당초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던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20일 새벽 페이스북에 "이 결정은 당원과 서울시민, 그리고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으로 규정한다"며 전략공관위 결정에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같은 날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도 박 위원장은 "서울시장 경선을 하지 않겠다는 건 패배선언과 다를 바 없다"고 거듭 지적했다.

당초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던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20일 새벽 페이스북에
당초 송 전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던 박지현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20일 새벽 페이스북에 "이 결정은 당원과 서울시민, 그리고 국민을 모두 외면한 결정으로 규정한다"며 전략공관위 결정에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남윤호 기자

이 고문의 입김이 비대위의 컷오프 취소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전략공관위의 결정이 알려진 직후, 이 고문이 비대위원들에게 직접 연락을 돌려 '송 전 대표가 경선에 참여해야 한다'라고 설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만 민주당은 '사실무근'이라며 "박 위원장은 이 고문의 전화나 텔레그램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이를 전면 부정했다.

전문가들은 비대위의 이번 결정이 갈등 봉합의 차원이었지만 역으로 계파 갈등이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어 전략공관위의 결정을 비대위가 뒤집은 것에 대한 반발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비대위가 전략공관위의 결정을 철회함으로써 계파 공천이었던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 되어버린 것 아니겠나"라며 "번복했다는 것 자체가 '자충수'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전략공관위의 결정을 누가 신뢰할 수 있겠나"라며 해당 결정을 비판했다.

이어 그는 "당이 결정을 뒤집으면 다른 지역에서도 (기존 공천 배제 대상자들도) '기준이 뭐냐'며 반발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지역 선거에서 특히나 중요한 선거 운동을 할 때 '원팀'으로 움직이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갈등의 골의 깊어지기 전에 갈등을 서둘러 봉합했다고 봐야 한다"며 "송 전 대표의 출마 명분이 약하다 보니 반대 측에서 (공천 배제를) 밀어붙인 건데, 이를 두고 송 전 대표가 '이재명의 정치 복귀를 반대하는 선제 타격이다'라며 세게 나오다 보니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또 공천 배제 취소 이후 서울시장 선거 흥행에 대해선 회의적 반응을 내놨다. 그는 "(송 전 대표나 박 의원이 경선 후보군으로 돌아온다해도) 전혀 흥행 요소에 플러스가 되진 않을 것"이라며 "(박 전 장관의 경우) 1년 전 대패한 후보로 민주당의 '혁신'을 보여주긴 힘들 것이다. 또 지금 강행 처리 중인 '검수완박' 입법도 부정적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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