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 저지 방안 고심…한동훈 지명 두고 여야 공방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4월 임시국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속도전을 예고한 더불어민주당 앞에 제동이 걸렸다. 정의당이 "강 대 강 대치는 안 된다"며 유보해달라는 입장을 밝히면서다. 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선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국회 선전포고'라고 규정하고 '검찰개혁'이 필요한 이유라며 날을 세웠다. 당 안팎에서 '검찰개혁' 법안 강행 처리 우려가 나오는 상황에서 '한동훈 불가론'을 원동력 삼아 돌파하려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4월 국회 처리' 로드맵을 밝혔지만, 벌써 난관에 부딪힌 모습이다. '필리버스터 저지'에 연대할 것으로 예상했던 정의당이 '속도조절'하자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법사위에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박성준 민주당 의원과 교체(사보임)되면서 최장 90일 기간 시간을 끌 수 있는 안건조정위 카드는 무력화됐지만,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수단이 남아 있다. 필리버스터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선 정의당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의당은 14일 검찰 수사권 분리 방침에는 찬성하지만 국회 차원의 논의 기구를 설치해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는 이날 대표단회의에서 "민주당은 민주주의를 이루기 위한 검찰개혁이 강 대 강의 진영대결로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4월 임시국회 강행처리를 유보해달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기 위한 국회 논의기구 설치를 제안했다.
'검수완박 4월 처리'에 대해 분명한 반대나 찬성 대신 '국회 차원의 논의 기구 설치'를 역제안하고 향후 대응에는 여지를 남긴 것이다. 대선 이후 장애인, 청년, 여성 이슈 선점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이번을 계기로 '제3당'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민주당 2중대'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적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동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검수완박 입법) 4월 처리에 대해서 반대가 아니라 유보해달라는 것이었고, 향후 상황에 따라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는 미정"이라고 했다.
그는 "당내에는 당연히 검찰 개혁 관련해서는 이견이 없고, (필리버스터 저지 참여는) 추후에 판단하기로 한다라고 결정을 한 것"이라며 "진행 상황을 보고 판단하기로 했다. 지금 어느 한쪽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했다.
정의당의 이 같은 움직임에 국민의힘도 손짓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를 만나 '검수완박'을 언급한 뒤 "원만한 대화와 협치와 상생이 만만치 않다고 느낀다"며 "정의당답게 독자노선을 고수해달라"고 요청했다.
민주당은 정의당 결정에 "매우 유감"이라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자력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의당이 검찰개혁안에 대해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정한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정의당의 협조가 절대적인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기 쪼개기'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회기 쪼개기'는 필리버스터 도중 회기가 끝나면 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본다는 국회법 조항을 활용한 것으로, 필리버스터 무력화 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 역시 박병석 국회의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의장실 관계자는 "(의장이) 어떻게 결정할지는 전혀 알 수 없다. 여야에 협의를 권고할 수 있고, 법안을 상정할 수도 있는 것"이라며 "현재 여러 생각과 고민을 하면서 양당 움직임을 면밀히 보고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필리버스터 저지 수단이 분명치 않자, 민주당은 '한동훈 불가론'에 총력을 모으면서 숨 고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한 후보자 지명을 계기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공화국 시도'가 분명해졌다며 '검수완박' 입법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정의당 역시 한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하고 있어, '反한동훈'을 고리로 연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정책조정회의에서 한 후보자를 향해 "윤석열의 우병우가 되어 국민과 야당을 탄압하고 정치 보복을 자행할 것이 뻔하다. 암 덩어리가 되기 전에 깨끗이 도려내야 한다"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이어 "한 후보자 지명은 권력기관 개혁이 얼마나 시급한지 여실히 보여줬다. 우리 민주당이 왜 이렇게 절박하게 권력기관 개혁 입법을 4월에 완결 짓고자 하는지 이번 인선 발표로 확실해졌다"며 "윤석열 당선인의 검찰공화국 시도에 맞서 민주당은 국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반드시 권력기관 개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검수완박'을 '문재인·이재명 비리 은폐 시도'로 규정하고 '한동훈 엄호'에 나섰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민주당이 이렇게 무리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그만큼 민주당에 다급한 사정이 있는 것 아닌가 보고 있다"며 "국민들은 대장동 사건,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사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등 문재인 정부하에 있었던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검수완박은 국민이 피해를 보는 '국민독박'이고 범죄자만 혜택을 보는 '죄인대박'"이라며 박 원내대표에게 '검수완박' 관련 무제한 TV토론을 공개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또 한 후보자 지명에 대해선 이날 라디오에서 "한 검사가 수사권을 행사할 경우에 민주당 여러 가지 무슨 정치 보복이니 정치 탄압이니 이러한 얘기가 나와서 오히려 검찰 수사의 순수성이 훼손될 수가 있다고 판단을 하셨던 것 같다"면서 한 후보자를 엄호했다.
한편 법무부는 이날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꾸렸다. '검수완박' 추진과 한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맞물리면서 여야 강 대 강 대치는 한층 짙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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