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 지지자 요구에 속전속결 '만장일치 당론' 채택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는 이른바 '검수완박' 법안을 4월 내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초반에는 대선 패배에 대한 '반성과 쇄신'을 모토로 민생과 정치 개혁에 방점을 뒀으나, 일부 강성 지지자를 중심으로 제기된 검찰 개혁 요구 목소리를 수용해 검수완박 입법 처리를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집단행동으로 강한 반대 의사를 표현 중이고,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 감싸기용 입법을 강행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12일 오전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은 4월 내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켜 다음 달 3일 국무회의에서 공포하는 일정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같이 말하며 '시기상조'라는 지적에 대해 "검찰총장 출신이 대통령이 되면 검찰제도 개혁은 5년간 물 건너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윤석열 당선인 취임 전 검찰 개혁을 마무리하는 것이 실기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여소야대'일지라도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추진할 수 없기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취지의 발언이다.
윤 위원장은 검수완박 추진 배경에 문 대통령과 이 상임고문의 검찰 수사를 막으려는 목적이라는 국민의힘 측 비판에는 "수사기관이 야당으로 오는 것도 아닌데 우리가 무슨 방탄할 여지가 있느냐"고 반박했다. 지방선거를 약 5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입법을 강행하면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지적에도 윤 위원장은 "(검찰 개혁은) 선거의 유불리로 판단하고 행동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지금 이 기회를 놓지면 민주당은 민주당으로서의 존립 이유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선 이후 이 상임고문을 지지했던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민주당사를 포함한 국회 주변에서 연일 집회를 열고 민주당에 검찰 개혁을 요청했다. 신임 원내대표를 앞두고도 지지자들은 친이재명계인 박홍근 의원을 선출해야 한다며 이재명 지키기용 '문자폭탄' 세례를 보내기도 했다. 이에 힘입어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 박홍근 의원이 당선됐다. 당시 1차 투표에서 초선이자 강성으로 분류되는 최강욱 의원이 고득표자 4인에 이름이 오르며 당내 '검찰 개혁' 의지를 내보인 것 역시 원인으로 꼽힌다.
지지자들의 검찰 개혁 촉구 세례에 일부 의원들은 개혁 '반대파'로 몰려 고초를 겪기도 했다. 지난 4일 민주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 검언 개혁 찬성, 반대파 정리'라는 파일이 공유됐다. 이 명단에는 김경협·전혜숙·김진표·오기형·우상호·오영환·신정훈 등 의원들을 포함해 과거 당내 쓴소리를 했다가 강성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초선 5적'이란 별명이 붙은 이소영·전용기·장철민·오영환·장경태 의원 등도 이름을 올렸다.
해당 내용을 기반해 지지자들은 명단에 오른 의원들에게 전화와 문자, 팩스를 돌리며 검언 개혁 찬성을 촉구해 의원들이 '사이버 테러'를 멈춰달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우상호·이광재·신정훈 의원 등은 SNS에 '검언 개혁에 반대한 적이 없다'는 호소문을 직접 올려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한 재선 의원은 지지자들의 행태와 당 내 급박한 검찰 개혁 움직임에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최소한 민주당 내에서 검찰 개혁을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방법론과 시기의 문제,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비대화 등에 의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사정을 다 알지 못하는) 일부 지지자들이 'ㅇㅇㅇ은 검찰 개혁을 반대한다'며 무작정 의원을 공격하는 거다. (지지자들의) '우리만 맞다'고 하는 태도는 위험하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를 위해서는 향후 사법 시스템과 타 수사기관 등을 전면 재정비해야 하는 만큼 당내에서도 '신중론'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대표적인 이가 조응천 비대위원이다. 조 위원은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 "검찰에서 박탈한 수사권이 어떻게 될 것인가. 이사를 가도 짐은 어디로 들어갈지 정해놓고 가는데, 그게 정해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검수완박법이 통과된다 해도 아직 당내에서 분리된 수사권을 어디로 넘길 것인지에 대한 뚜렷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내 서두르는 움직임에 대해 조 위원은 "(당내) 투톱(윤호중·박홍근)이 연일 당 회의나 언론에 나가서 해야 된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거기다 강성 당원들이 문자폭탄이나 집회로 굉장히 압박을 가하고 있고, 그래서 심리적으로 많은 의원들이 되게 위축되어 있는 상태인 것 같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1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모두 발언에 나선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도 "우리 앞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검수완박을 질서 있게 철수하고 민생 법안에 집중하는 길, 다른 길은 검찰 개혁을 강행하는 길"이라며 "문제는 강행을 하더라도 성사시킬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정의당의 동참과 민주당 의원의 일치단결 없이 통과는 불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검찰 개혁의 원칙과 명분도 중요하지만, 실리와 과정도 놓칠 수 없다는 것을 이유를 들었다.
결국 의총 이후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을 만장일치 당론으로 채택한 사실을 전하며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에 대해 2단계로 완전히 분리된다. 관련된 법안은 4월 중으로 처리한다"고 밝혔다.
검찰의 수사권이 분리된다면 기존의 자치경찰제는 더욱 강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수사 기능을 전담하는 이른바 '한국형 FBI'같은 특수기관을 설립할 계획도 함께 가지고 있다는 게 민주당의 설명이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수사권 분리에 따른) 경찰에 대한 견제·감시·통제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동시에 추진한다"며 경찰 권력 비대화에 따른 우려에 대해서는 "경찰 인사권을 투명하고 독립적으로 하고 독립적 감찰기구를 설치하는 등의 조치를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강행 처리 예고에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 추진이 결국 다가올 지방선거와 2년 후 총선에서 반드시 '자승자박'이 될 것"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70년간 시행되어 온 형사사법 절차를 하루아침에 바꾸려 하면서 심도 있는 검토도, 대안 제시도 전혀 없이 밀어붙이고만 있다"며 "검수완박이 정말 필요했다면, 민주당은 작년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을 할 것이 아니라 검수완박을 추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원내대변인은 "검수완박 법안 강행은 '대선 민심'을 거스르는 것이며, 문 대통령과 이 상임고문을 지키기 위한 '방탄법안'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라며 "검수완박법은 위헌적이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5개 회원국 중 27개국이 검사의 직접수사권을 보장하고 있기에 국제적 추세와도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이날 오전 "민주당 일부의 주장처럼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도 출범 1년이 넘게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제2의 공수처가 될 뿐"이라며 "민주당은 검수완박을 통해 권력 비리에 대한 수사 공백을 의도적으로 바라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민주당은 검수완박 입법이 국회에서 반대에 부딪힐 경우, 단독 강행할 가능성도 내비치고 있어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여야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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