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색 이력 눈길…시·도지사 예비후보 중 전과 보유 30%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여야가 공천 심사에 본격 돌입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꽃, 6·1지방선거 열기가 뜨겁다. 17석의 시·도지사, 226석 구·시·군의장 선거에 도전장을 낸 이들 중 이색 이력을 가진 예비후보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이들의 범상치 않은 출마 배경과 포부를 들여다봤다.
◆'최연소' 예비후보 문현철...'인디 뮤지션'의 첫 시장 도전
이번 지선에서 시장선거 '최연소' 예비후보(8일 기준)는 문현철(27세) 씨다. 기본소득당 광주시장 예비후보인 그는 지난 6일 "기본소득 대전환으로 꿈꾸는 광주를 만들겠다"며 광주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인디 뮤지션' 출신이다. '빡빡스'로 개인 활동을 하다 최근에는 우춤추(우리가 춤추는 노래)라는 2인조 인디밴드를 결성했다.
문 예비후보는 "5년~6년 지역에서 예술을 해 보니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인 것 같았다. 언제까지 알바를 하면서 이런 삶을 유지할 수 있을까 생각했다. 음악을 계속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기본소득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2019년 기본소득당 발기인대회를 기점으로 기본소득 창당 운동에 참여했다.
문 예비후보는 대안학교에서 음악 수업을 하던 중 알게 된 청소년들이 취약한 환경에 놓여 있었을 때 자신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을 깨닫고 본격적으로 정치인이 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그는 "지역에서 인디 뮤지션으로 살면서 해온 나의 고민이 나만의 것이 아님을 알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너무 똑같이 힘들고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어느 누구도 선거 때만 '청년'을 외치지, 정치가 관심을 안 갖는구나 싶었다. 그래서 당사자인 내가 직접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있었다"고 전했다.
자신을 향한 불편한 시선도 인지하고 있다. 문 예비후보는 "부정적인 반응도 마주하고 있다. 기존 정치인들과는 너무 다른 인물이고 뚜렷하게 정치 활동 경력이 길지도 않고 외모도 독특하니까. '장난하러 나왔냐'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달아주신 걸 보기도 했다"며 "하지만 지역에선 지방선거에서만큼은 민주당 말고 다른 후보를 뽑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기존 정치와 다른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분명 있는 것 같다. 그걸 바라는 분들께 제가 흥미롭게 다가가는 측면들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문 예비후보는 출마선언에서 "광주를 떠나지 않기를 바라는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도시 △문화예술 모범도시 광주 △차별금지에 앞장서는 광주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특히 구체적으로 출생부터 30세까지 매달 10만 원씩, 모든 아동·청소년·청년에게 총 3600만 원을 지급하는 '광주형 기본소득'을 도입하겠다고 공약을 밝혔다.
문 예비후보는 "청년들이 떠나지 않기 위해 문화예술 선도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는 게 제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현안으로 떠오른 광주 복합 쇼핑몰 문제를 언급하며 "복합 쇼핑몰이 지어진다고 떠난 청년들이 다시 돌아올까. 청년들은 무언가를 새롭게 소비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광주가 그런 것을 절대 만들어주고 있지 못한 상황"이라며 "이런 점에서 청년이 광주를 떠나지 않고 살아가게 하기 위해선 광주만의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생산과 소비가 가능한 자생적인 문화예술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지점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일자리 문제에 대해서도 "(기성 정치인들이) 일자리 몇십만 개를 만들겠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일자리가 없고 불안정한 노동에 놓여 있는 청년들이 너무 많은데 그것이 계속 비전이라고 얘기를 한다면 이제 좀 무책임한 말이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 예비후보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조직, 단체보다 시민 개개인을 만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정치로부터 소외됐던 계층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만큼 이들의 목소리를 알리고 담아내는 게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으로의 선거운동 과정에서는 선거송 대신 공연을 펼치며 자신을 알릴 계획이다. 문 예비후보는 "선거가 즐겁고 축제 같은 의미로 조금이라도 남으면 좋겠다"고 했다.
◆'중매 박사'도 서울시장 도전..."저출산 문제 해결하겠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서울시장에 도전한 인물이 있다. 차일호(77세) 예비후보가 주인공이다. 그는 8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시·도지사 및 구·시·군의장 예비후보 가운데 최고령(44년생)이다.
차 예비후보의 발자취는 더 흥미롭다. 1984년 육군 73헬기 부대장으로 예편한 뒤 아내의 권유로 결혼정보회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1987년 뉴욕타임지 기자인 재미교포 중매를 서 준 것을 계기로 뉴욕타임지에 실리고, 각종 TV 프로그램에도 출연했다. 1996년에는 베트남 한인 2세인 '라이따이한' 36쌍을 중매하고 살고 있던 아파트를 팔아 이들의 혼수 및 결혼 비용 전액을 부담해 합동결혼식을 올려주기도 했다고 한다.
정치권에도 수십 년 문을 두드렸다. 그는 세 차례의 서초구청장 선거와 한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했다. 서울시장 출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결혼상담업협회를 13년째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차 예비후보는 <더팩트>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수천 명의 선남선녀 결혼을 성사시켰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차 예비후보는 "그냥 폼으로 나온 게 아니다. 우리나라 저출산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며 "서울시장이 되면 결혼한 한 쌍당 1000만 원씩 주겠다. 또 아이가 있는데 집 없는 신혼부부에게는 서울시 시유지에 임대 아파트를 지어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나름의 저출산 해법을 밝혔다.
그는 최근까지 국민의힘 당원이었지만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다. "중학교 후배인 오세훈 서울시장과 싸우고 싶지 않아서"라고 이유를 들었다. 차 예비후보는 "끝까지 가겠다"며 완주 의지를 밝혔다.
◆'중국 출생'부터 '탤런트 출신'도 눈길
경기도 안산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무소속 김만의(47) 예비후보의 이력도 눈길을 끈다. 그는 20대 대선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의 대외협력지원단장을 맡았다가, 후보 단일화 이후 "당원과 지지자를 배신한 부끄러운 정치"라고 맹비난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했던 인물이다. 중국 상해 출생으로, 상해교통대학 졸업한 점도 흔치 않은 이력이다.
친근한 얼굴도 있다. 충북 증평군수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소속 송기윤(69) 재경증평군민회장이다. 중견탤런트 출신인 그는 현재 중소자영업총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20대 대선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대중문화지원단장에 임명돼 유권자들에게 윤 후보 지지를 호소하며 측면 지원한 바 있다.
◆음주운전부터 사기·상해까지...전과 최다 12건
이색 이력과 함께 후보들의 불편한 '과거'도 주목된다.
<더팩트>가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6.1지방선거 도지사·특별·광역시장 예비후보 전과기록을 분석한 결과, 등록자 91명(8일 현재 기준) 중 29명(31.8%)이 전과자로 나타났다.
전과 경력은 음주운전, 사기, 공직선거법 위반, 무고, 폭력행위처벌법 위반 등 다양했다.
정당별로 보면 국민의힘이 10명으로 가장 많았고, 더불어민주당 5명, 진보당 3명, 정의당 2명, 무소속은 6명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전과를 기록한 예비후보는 김재선 민주당 전라북도지사 예비후보다. 김 예비후보는 업무방해,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무고(2차례), 공직선거법및선거부정방지법위반, 상해, 협박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근로기준법위반, 업무상 횡령, 배임수재, 산지관리법위반 등 전과기록이 총 12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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