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너도나도 '찬성 인증'…"문제는 인식…방안 논의는 아직"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다음 주 '검언 개혁'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당을 향한 집단행동이 갈수록 격해지고 있다. 팩스·전화 독려와 꽃다발 전달, 후원금 지원 등의 온건한 행위를 넘어 '검찰 개혁 반대' 의원에 대해 낙선 운동까지 예고했다. 당은 지지자들의 과격 행위에 따른 '과대 대표성'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어 방관하는 분위기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은 '검찰 개혁 반대' 국회의원에 대한 낙선 운동 추진을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퇴임 전에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골자로 하는 '검찰 개혁 법안'을 통과하지 않으면 오는 6·1 지방선거와 22대 총선에서 낙선 운동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을 지지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중심으로 관련 내용을 공유, 확산시키고 있다.
이 고문이 '이장'을 맡고 있는 팬클럽 '재명이네 마을'에서는 연일 '낙선 의원 명단' 글이 올라온다.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을 차용해 '낙선 듀스 101'이라면서 공천 배제 및 낙선 운동 대상자를 선정하고 있다. 해당 글에는 "반대자에 대해 공천 배제, 낙선 운동을 불사한다"며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조건이었던 '열린 공천'이나 직접 투표를 통해 낙선 운동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오프라인에서도 이런 흐름은 이어진다. 이 고문 지지 성향 시민단체 '밭갈이운동본부'는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언 개혁에 반대하며 뒷걸음치는 국회의원 전원의 명단을 낱낱이 공개해 차기 총선에서 공천 반대는 물론 대대적인 낙선 운동에 돌입할 것을 경고한다"고 했다.
'검찰 개혁' 신중론을 피력하고 있는 민주당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지지층의 낙선 운동 등 과격행위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 거에 부담을 느끼고 좌지우지되면 어떻게 (정치) 하겠나.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당내에선 '정치 생명'까지 언급하는 지지자들의 집단행위에 다수 의원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 '검찰 개혁 반대' 명단에 올랐던 우상호·이광재·이용선 등 다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검언 개혁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반면 '개혁 반대'를 공개 표명하는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다.
이들은 업무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의 항의 전화와 문자, 지역사무소 방문 등이 이어지자, 개별적인 조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모 의원 지역사무실 관계자는 "저번 주부터 하루에 전화도 10통 정도 오고 직접 방문도 많이 하고 있다"면서 "지지자들이 업무에 지장이 갈 정도로 열정적이다. 의원들도 다들 말은 안 해도 많이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강성 지지자들의 움직임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개혁 찬성' 의원들을 향해선 후원금 지원과 꽃다발 전달로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고 있다. '개혁' 의제라는 하나의 잣대로 의원들을 찬성론자와 반대론자로 나누어 '갈라치기'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부부를 겨냥한 특별검사법 추진에도 화력을 모았다. 지난달 28일 올라온 '윤석열 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과 김건희 의혹 특검'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지난 6일 '30일 이내 5만 명 동의' 조건을 충족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입법 심사를 앞두고 있다. 법사위에서 이를 두고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당은 강성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행위로 이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된다는 문제의식은 공유하고 있지만, 대안을 마련하지는 못하고 있다. '당이 지지자들에게 끌려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통화에서 "많은 의원이 거기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원내대표도 심각하게 고민을 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그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 방법 등은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은 오는 12일 의원총회를 통해 윤석열 정부 출범 전 '개혁과제'를 강행 처리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할 것으로 보인다.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대체로 다수의 의원은 이것이 지방선거의 유불리로 판단할 일은 아니라는 것이고 내용에 대한 견해차는 얼마든지 토론을 통해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면서 국민의힘 측의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등 반발에도 거대 의석을 무기로 개혁안을 강행 처리할 수 있다고 의지를 표명했다.
또 이날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은 박성준 민주당 의원과 교체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상임위를 옮기기도 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법안을 강행처리하기 위한 '꼼수 사·보임'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강행 처리를 막기 위해 안건조정위 소집을 요구하더라도 양 의원이 조정위에 합류하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정위에서는 여야 이견이 큰 안건은 최장 90일 간의 숙의 기간을 거치도록 돼 있지만, 여야 동수 총 6명 중 3분의 2이상(4명)이 찬성하면 안건이 처리된다. 민주당은 지난해 여야 대치 국면에서도 열린민주당의 협조로 조정위에서 여러 안건을 신속히 의결한 바 있다.
unon89@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