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 文·尹 회동은 일장춘몽?...청와대 vs 인수위 신경전 '재발'
<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이번 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만찬 회동을 한 이후 사흘 만에 양측은 대우조선해양 대표 인사를 두고 날선 신경전을 펼쳤다. 양측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김정숙 여사의 옷값을 둘러싼 논란도 뜨거웠다. 청와대는 특수활동비(특활비)로 옷을 구매한 적이 없고, 김 여사가 모두 '사비'로 구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증거 없는 청와대의 말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들은 지속적으로 증거를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였던 유승민 전 의원은 고심 끝에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대구에서 4선 의원을 지냈고, 경기도와 연고가 없는 그의 도전에 당 안팎의 분위기는 엇갈리고 있다.
◆청와대 vs 인수위, '文 동생 동창' 민간 기업 인사 두고 난타전
-봄날의 한바탕 꿈이었나? 지난 28일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장시간 만찬을 함께 하면서 정권 이양기 신구 권력 갈등이 해소되는가 했는데, 또다시 충돌하고 있네?
-맞아. 회동 후 사흘 만에 '대우조선해양 대표 인사'를 두고 청와대와 인수위원회가 정면으로 충돌했어. 31일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KDB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신임 대표로 문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창인 박두선 대표를 선출한 것을 두고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면서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 맹비난했어.
-청와대는 즉각 신혜현 부대변인이 나서서 "대우조선해양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어.
-다음 날(1일)에는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까지 나서서 "문재인 정부는 이런 민간 기업 인사에 전혀 관여한 바 없다"라며 "마치 저희가 그것에 관여한 것처럼 전제하고 의심하고 그것을 몰염치라는 극단적인 언어를 써서 사실 모욕적인 브리핑을 한 것이다. 차제에 두 분께서 회동을 하신 그런 좋은 분위기 속에서 서로 아주 좋은 업무 인수인계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인데, 이렇게 찬물을 끼얹는 브리핑을 하셨으면, 그리고 청와대가 사실이 아니라고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어.
-인수위는 재반박에 나섰어. 원 수석부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브리핑에서 "인수위는 상식이 지켜지지 않은 것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것뿐인데 청와대 측에서 감정적으로 해석하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국민세금이 천문학적으로 들어간 부실 공기업 문제는 새 정부가 국민과 함께 해결해야 할 큰 부담이자 책무다. 특정 자리에 대한 인사권 다툼으로 문제의 본질이 호도되거나 변질돼선 안된다는 점 다시 한번 밝혀드린다"고 말했어.
-인수위에서 절대로 사과를 할 것 같지는 않아. 개입하지도 않은 민간 기업 인사에 인수위가 문 대통령의 이름을 걸고 넘어가는 것을 두고 청와대 측에선 당선인 측이 '고의 충돌'을 일으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와.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경 편성 등 인수위에서 야심 차게 밀어붙인 사안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서 국면 전환을 위해 근거도 없이 청와대를 겨냥해 공세를 펼친다는 의심이지.
-반면 인수위 측은 대통령·당선인 회동 후에도 청와대가 인수위에 비협조적이라는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여. 두 사람이 만난 자리에서 민감한 사안에 대한 대화를 모두 '실무 협의'로 미룬 게 불씨가 됐다는 분석도 있어. 역대 가장 늦은 대통령·당선인 만남의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데, 양측의 팽팽한 힘겨루기가 새 정부 출범 때까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와.
◆"특활비 안 쓰고, 사비로 샀다" 靑 해명에도 못 믿는 사람들
-김정숙 여사 옷값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됐지?
-이 논란의 시작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최근 의혹이 커졌어. 한국납세자연맹은 2018년 6월 청와대를 상대로 대통령 및 김정숙 여사 의전비용(의상, 액세서리, 구두 등)과 관련한 정부의 예산 편성 금액과 일자별 지출실적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어. 청와대의 답변은 "정상회담, 국빈 해외방문, 외빈 초청행사 등 공식 활동 수행 시 품위 유지를 위한 의전비용은 엄격한 내부 절차에 따라 필요 최소한 수준에서 예산을 일부 지원하지만, 상세한 내용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
-납세자연맹은 '공개 못 한다'는 청와대의 입장을 듣고도 물러나지 않고 이듬해 3월 소송을 제기했어. 법원은 정권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끌다가 지난 2월 10일에야 1심 판결을 내놨어. 판결의 요지는 김 여사의 의전비용과 청와대 특활비 집행내역을 공개하라는 것이었지. 하지만 청와대는 1심 판결에 불복, 지난 3월 2일 항소했어. 문 대통령 임기 내 항소심 결과가 나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해당 자료는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최장 15~30년 봉인될 것으로 보여. 이후 '공개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것 아니냐', '숨기는 게 있어서 저러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졌어.
-보다 못한(?) 누리꾼들도 직접 움직였다며?
-맞아.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과거 언론에 보도된 김 여사의 공식 석상 사진을 모으기 시작했어. 그 결과 옷은 모두 178벌이었지. 액세서리는 한복 노리개 51개, 스카프·머플러 33개, 목걸이 29개, 반지 21개, 브로치 29개, 팔찌 19개, 가방 25개 등 총 207개였어. 아직 집계되지 않은 옷들이 더 많다고 해. 여당 안팎에서도 "보니까 옷이 많긴 많더라"는 말이 나왔어.
-항소 이후 침묵하던 청와대도 뒤늦게 입장을 내놨지?
-청와대는 지난 29일 "김 여사가 공식 행사 의상 구입을 사비로 부담했으며 특활비 사용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어. 하지만 당시 해명도 도마 위에 올랐지. 그 수많은 옷과 액세서리를 사비로 구입한다는 건 쉽게 납득이 안 된다는 거야. 물론 지원받은 의상은 기증하거나 반납했다고 하지만 전체 의상 중에 소수에 불과하지. 청와대는 김 여사가 의상 구입에 사비를 얼마나 썼는지는 밝히지 않았어.
-이 가운데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라디오 인터뷰에 등장해 "김 여사 의상은 모두 사비로, 카드로 구입했다"고 주장했는데,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 현금으로 결제했다는 사실도 알려졌어. 이에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은 "카드이든, 현금이든 어차피 사비인데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해명하는 과정에서 "옷값을, 명인과 디자이너 같은 분들에 대해서 예우 차원에서 현금에서 계산을 해야 될 필요가 있는 것도 있다"는 이상한 해명을 내놨어. 카드 결제가 일반화된 현대 사회에서 명인과 디자이너에게는 현금으로 계산을 하는 게 '예우'라는 걸 이해할 국민이 얼마나 있겠어? 이러다 보니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지속되고 있어.
-김 여사가 사비로 구매했다는 청와대의 해명을 증명할 자료를 공개하면 될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는데, 박 수석은 "과도한 주장"이라며 "특활비로 옷을 사지 않았다고 이미 말했는데, 사비 규모와 내역까지도 저희가 공개해야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고 아무리 대통령 부인이지만, 사적인 영역이 있다"고 거부했어.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청와대에 대한 '신뢰'의 문제인 것 같아. 청와대가 증거 없이 "특활비로 옷을 안 샀고 사비로 샀다"고 말하는 것을 못 믿는 국민들이 있는 거지. 이에 청와대는 "우리가 이미 말했는데, 왜 못 믿는 것이냐. 자꾸 의혹을 제기하는 쪽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식으로 해명을 하니, 청와대의 말을 믿지 못 하는 이들과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유승민 '경기도지사' 출마에 국민의힘 안팎 부글부글?
-지난 대선 경선 패배 이후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어. 그런데 유 전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를 두고 경기도 당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던데 무슨 내용이야?
-지난 31일 유 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 유승민은 경기도지사 선거에 도전하겠다. 그동안 깊이 생각했고, 이제 저의 마음을 확고히 정했음을 보고 드린다"고 밝혔어. 한때 '정계 은퇴'까지 거론하며 '경기도지사 출마설'을 부인했던 그가 마침내 공식 입장을 드러낸 거지. 대선 승리와 함께 다가오는 6월 1일에서도 '연승'을 노리는 당내 '차출론'에 응답한 것으로 보여.
-유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가 대구였고, 경기도와는 연고가 없지 않아?
-맞아. 4선을 역임한 유 전 의원의 현역 시절 지역구는 '대구 동구을'이었어. 이에 왜 '대구시장'이 아닌 '경기도지사'로 출마하는 것이냐는 비판도 나왔어. 유 전 의원도 이를 염두에 둔 듯 기자회견 이후 백브리핑에서 '경기도와 연고가 없다'는 질의에 "연고가 없는 건 맞다"면서도 '인물 경쟁력'을 강조했어. 자신이 그 어떤 후보보다도 향후 4년 동안 경기도 행정을 잘 이끌 수 있다는 거지.
-경기도민들의 반응은 어떤 것 같아?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은 것 같아. 국민의힘 소속 각 지역 당협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당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고 해. 국민의힘 경기도당 관계자 A 씨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의 기자회견 전·후로 당원들의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는 소문은 사실"이라고 전했어. '여소야대' 국면을 맞이한 윤석열 정부가 원활한 국정 운영을 하기 위해선 이번 지방선거 '필승'이 절실한 상황인데, 핵심 지역에 지역의 실정을 잘 모르는 인사가 당의 '전략 카드'로 비칠 경우 대다수의 사람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거지.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 B 씨는 "유 전 의원이 대선 후보급의 유명한 정치인인 것은 알겠으나, 경기도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어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어.
-예비후보들도 발끈했다고?
-대권 후보였던 유 전 의원을 경계하는 듯해. 재선 국회의원 출신인 함진규 예비후보는 유 전 의원을 향해 "올 테면 와라. TV토론서 두고 보자. 당당하고 치열한 경선을 통한 후보 선출만이 승리를 담보할 수 있다"고 경고했어. 또, 국회 부의장 출신인 심재철 전 의원도 "당 일각에서 유 전 의원을 거물급 정치인이라며 경기도지사 후보에 꽃가마 태워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며 "경기도지사 후보 이전에 과연 유 전 의원을 거물급 정치인이라고 칭하는 것이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어.
-반면 유 전 의원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는 경기도 선거에서 유 전 의원이 출마하는 것은 최대의 전략이라는 거지. 유 전 의원의 기자회견을 모두 마친 뒤 삼삼오오 모인 취재진은 "기자회견장에 이렇게 많은 취재진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라며 "아직 유 전 의원 죽지 않았네"라고 하더라고(웃음). 많은 우려도 있지만 유 전 의원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큰 거지.
-특히, 유 전 의원은 기자회견 이후 이어진 백브리핑에서 약 30분 동안 질문을 받았어. '대구시장 출마는 염두에 두지 않았나', '대구는 찾아갈 것이냐' 등 다소 민감한 질문에도 능숙하게 답하는 모습에 "역시 노련하다"는 평도 흘러나왔지.
-유 전 의원은 앞으로 경기도민을 직접 만나 뵙겠다고 했는데, 이제 출마선언을 한 것에 불과한 만큼 어떤 공약과 메시지로 경기도민에게 다가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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