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신속 처리·중대선거구제 논의키로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거대 양당이 새 정부 출범 전 본격적인 탐색전에 돌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표'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신속히 추진하기로 발을 맞췄다. 대신 '개혁 과제' 의제를 선점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의 주도권을 움켜쥐는 모양새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30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통해 추경안을 신속히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통상 야당이 재원 규모와 방식 등에 이견을 제시하며 정부·여당의 추경안에 대해 제동을 거는 것과 달리, 민주당은 추경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회동에서 "민생과 관련해서 여야가 뜻을 맞춘 것이 제가 보기에는 추경"이라며 "국민의힘이 인수위와 함께 추경 그림을 제시하면 저희도 함께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이 '50조 규모 추경 추진'을 약속한 바 있고, 새로 선출된 박 원내대표도 민생 부문과 관련해서는 새로 출범할 정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재원 마련 방식 등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있어 국회 추경 심사 과정에서 다소 충돌이 예상된다. 대통령직인수위와 국민의힘은 현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50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국채 발행을 먼저 하고 윤석열 정부에서 지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추경 규모에 대해서도 30조 원 안팎이 현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추경안에는 협조하면서 동시에 '개혁과제' 추진을 위한 로드맵에 착수했다.
우선 대선 과정에서 논란이 됐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보복수사' 발언을 꺼내며 여론전을 펼쳤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비대위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검찰 캐비닛' 발언을 언급하며 "(윤 당선인의) 임기 시작을 사정정국, 보복수사로 시작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 29일 김 원내대표는 "(검찰은) 캐비닛에 넣어둔 채 미뤄왔던 온갖 불법 비리 사건들을 하루빨리 정상 수사로 전환시켜야 한다"라며 문재인 정부 관련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당 지도부가 쇄신 방안으로 밝혔던 '2차 검찰개혁' 추진을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정치개혁' 의제를 선점해 여소야대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인수위에 대선공통공약추진기구 구성을 제안하고, 기초의원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핵심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처리 참여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도 사실상 수용 의사를 밝혔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다른 (대선)후보가 제시한 많은 공약 중에 윤 당선인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검토하고 녹여 국정과제 선정에 반영할 것"이라며 "민주당에 제안한 좋은 취지를 살려 원내에서 협의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쟁점으로 떠오른 공직선거법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이 협상에 나서면서 한발 물러났다. 민주당은 현행 '2인 이상 4인 이하'로 돼 있는 기초의원 정수를 '3인 또는 4인'으로 바꾸고, 이른바 '선거구 쪼개기'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이번 지방선거 전까지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제도의 취지인 '생활 정치'가 훼손된다며 광역의원 정수조정과 선거구 획정을 우선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하지만 이날 회동에서 여야는 양당 수석부대표와 정개특위 간사를 주체로 하는 4자 회담을 열어 중대선거구제 논의를 집중 협의하기로 했다. 다음 달 5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설정한 만큼 여야가 이때까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이 강행 처리할 명분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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