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입법은 협조·'개혁 과제'는 여론전 시사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여의도 전쟁'을 위한 전열을 가다듬었다.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에 '개혁 과제' 성과를 내기 위해 힘쓰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독주' 프레임에 대한 당 안팎 우려가 적지 않다. '이재명표 입법' 성과와 협치 딜레마를 떠안은 상황에서 유연성을 발휘하는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
당 지도부에 합류한 박 원내대표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고 있다. 5월부터 펼쳐질 여소야대(與小野大) 정국에서 입법 성과와 협치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당 안팎으로부터 문 정부 남은 임기 내에 '개혁 입법'을 완수해야 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상임고문이 내걸었던 다당제 구조 변화를 위한 정치개혁안에 더해 기존 강경파들이 주장해온 검찰·언론 개혁 과제가 선거 패배 성찰 과정에서 추가됐다. 일부 강경 지지자들은 문자나 팩스를 통한 항의, 당사 앞 시위까지 하며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후보군 가운데 개혁 성향이 강한 박 원내대표가 선출된 것도 이 같은 당 전반의 분위기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당내 '개혁파'인 박주민 의원도 25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원내대표 자체가 개혁적인 성향이 강하다"며 "지금 당내에서 요구되는 여러 가지 입법 과제들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입법 추진을 위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것 같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문재인 정부 5년 간 거대 의석으로 '개혁' 과제를 밀어붙였다가 역풍을 맞은 전력이 있다. 각종 입법을 강행 추진할 경우 여당 시절 비판의 단골 이유로 들었던 '국정 발목잡기' 프레임에 스스로 빠질 우려가 적지 않다. 이는 지방선거를 60여일 앞두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 원내대표는 첫 일성으로 "견제와 협력"을 꺼냈다. 그는 "무능과 독선, 불통, 부정부패 등 국민의힘 정권의 잘못은 국민의 편에서 따끔하게 지적하되, 잘한 일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해주고, 필요한 일은 협조하겠다"는 대여(對與) 투쟁 방침을 예고했다. '민생'과 '개혁'을 모두 포기하지 않고 성과를 내겠다고 선언했다. 채찍과 당근을 번갈아 사용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우선 박 원내대표는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 협의 등 민생 입법을 위해 국민의힘 측과 즉시 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대장동 특검과 정치 개혁 입법에 대해선 설득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민주당은 벌써 여론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은 '법무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에 반대 의견을 낸 법무부의 업무보고를 인수위원회가 거부하자 '발목잡기' '안하무인격 불통' 제왕적 통치'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경고했다. 박 원내대표도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예방한 뒤 "정무적인 고려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법과 규정을 제대로 지키면 될 일"이라며 윤 당선인을 저격했다.
정치권은 민주당이 앞으로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이면서 협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주도권은 민주당이 쥐고 있다. 윤 당선인 정책은 입법을 해야 하는데 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성사시키기 어렵다"며 "민주당으로선 협치해줄 마음도 없고 협치해줄 환경이 아니다. (독주 프레임은) 지방선거에는 국민 관심이 좀 덜하다. 여론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당 내부에선 민생을 우선에 둘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무엇을 하고 싶다'라는 것보다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좀 더 우선순위를 둬서 (윤 당선인 측과) 서로 접점을 찾으면 한다. 그런 것들을 통해 국민에 효능감도 드리고 양쪽도 성과를 낼 수 있다"며 "(개혁 과제 속도전은) 독주 프레임에 갇힐 우려도 있다. 국민이 지지를 더 굳건히 해야 추동력이 생긴다"며 속도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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