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간보기 안 돼…그러면 '안철수 딱지' 붙어"
[더팩트ㅣ상암=송다영 기자] "서울문제의 해결을 위한 경기도가 아니라, 도민을 위한 '자족도시 경기도'를 만드는 게 1호 공약이다. 산업주거와 교통과 복지가 함께 어우러지는 경기도를 만들겠다."
1960년생 염태영(61세)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자신의 인생을 지방 자치에 쏟아 부은 '풀뿌리 민주주의' 행정가다. 염 후보는 수원에서 나고 자라 고향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는 대학생 때 민주화 운동을 했고, 졸업 후에는 소년가장으로 동생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대기업에서 10여 년간 일했다. 아내와 결혼한 것도 이때다. 막내동생까지 취업을 마치고 나서야 회사 생활을 접은 염 예비후보는 수원환경운동센터를 창립해 시민운동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환경 관련 활동을 이어갔고, 노무현 정부 때는 청와대 대통령비서실 비서관을 맡기도 했다. 그는 2006년 첫 도전에는 고배를 마셨지만, 이후 2010년에 경기도 수원시장에 당선돼 이후 11년 7개월간 3선을 연임해 '일 잘하는 수원시장'으로 호평이 나 있다. 민주당 내에서도 염 예비후보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는 유일하게 최고위원으로 선출된 인물이기도 하다.
염 예비후보는 "이재명 상임고문과는 시민운동가 때 만난 30년 지기이자 (수원·성남시장) 낙선 동기"라며 웃음을 보였다. 그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출마 의사를 밝히며 "일 잘하는 민주당 도지사, 이재명의 길을 이어가겠다. 시민들께서 키워주셨고, 현장에서 단련된 저 염태영은 경기도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겠다"며 이 고문이 닦았던 '민주당 경기도지사'의 계보를 자신이 잇겠다고 단언했다.
염 예비후보는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후보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정치는 시간을 갖고 '간 보기'를 하면 안 된다. 그러면 '안철수 딱지'가 붙지 않겠나"라며 "한번의 선택으로 '새로운물결'이 아니라 '구태의연의 물결'이 될 수도 있다는 걸 (김 전 대표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전 후보가 민주당에서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로 출마한다면, 지난 1일 이 고문의 대선 후보와 맺었던 '정치교체' 선언이 무색해져 모순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당내 경선에 함께 오른 안민석·조정식(5선) 의원 등과의 경쟁 구도에 대해서도 염 후보는 "인지도가 있다고 광역자치단체장이 되는 것은 국민들이 바라는 게 아닐 것"이라며 자신만의 경쟁력을 자부했다. 자신이 경기도지사 후보군 중 유일하게 '비호감도보다 호감도가 높은 후보'라고도 덧붙였다.
<더팩트>는 24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자사 사옥에서 염 예비후보를 만나 경기도지사 출마 이유, 3선 수원시장으로서의 소회, 오는 6월 있을 지방선거 청년공천 대폭 확대 등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다음은 염 후보와의 일문일답.
-경기도지사 출마 이유는 뭔가.
3선 수원시장으로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12년을 이제 수원시장을 해오며 한계가 많았다. 권한과 책임의 문제였다. 구조적 문제를 개선시키는 데는 (시장보다) 좀 더 큰 위치가 자리가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또 하나는 '여의도 중앙정치'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당에서 최고위원을 하면서 중앙정치를 보니 민생 문제에 둔감하더라. 또 디테일이 없고, 현장 수용성이 많이 떨어져서 잘못된 정책들이 강행되는 경우도 많더라. 중앙정치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지방자치를) 현장에서 경험한 사람들이 보다 책임 있는 위치에서 지방 행정을 이어가는 것이 꼭 필요하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중앙정치의 경우) '진영논리'에 갇혀서 정치적 투쟁을 주로 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코로나19 방역' 같은 '민생 문제'에 대해서는 적절한 처방이 없더라.
-왜 입법부인 국회의원 출마가 아니라 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나. 지방정치를 한 사람이 중앙정치에 나서서 '입법부'인 국회의원으로 일할 수도 있지 않나.
지방정부 경험한 사람이 중앙정치로 가는 것도 대안일 수 있다. (그러나 지방정치에 끼치는) 효율성으로 보면 큰 성과를 내기는 참 어렵더라. 반면 기초 광역자치단체장을 하면 광역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권한이 워낙 크다. 이를테면 17명의 광역자치단체 중 한 명이니까 17분의 1정도의 권한을 갖고 있는 거다. 그래서 훨씬 더 효과적으로 문제해결을 해나갈 수 있다. 국회의원은 300명 중 하나일 뿐이라서 지방자치의 구조적 문제까지는 해결하기가 어렵다.
-경기도지사 후보 출마선언에서 '이재명의 길을 가겠다'고 직접 언급했다. 이 고문은 후보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사람인가.
이재명과 저는 시민운동가 때 만난 30년 지기다. 또 '낙선 동기'다.(웃음) 각자 2006년에 성남시장, 수원시장으로 나와서 낙선했고, 2010년 당선돼 이 고문이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4년을 할 때 저는 수원시장 12년 정치 12년을 함께 지내왔다. 이 고문을 가까이에서 보며 그의 현장 해결능력에 대해서 공감하는 바가 많았다. 또 실제로 '이재명표 정책'으로 나타나지 않았나. 우리 민주주의가 지방자치가 발전해 변화되는 정치의 모습을 보이는 게 '이재명'이라고 봤다.
이 고문은 현장에서 실력과 실적으로 성과를 내 국민들에게 공감을 얻었다. '민생의 길' '실사구시의 길'이 이재명의 길이라면, 제가 추구하는 것과 일면 맞닿아있다는 뜻(으로 한 말)이다.
-'염태영의 길'이 아닌 왜 '이재명의 길'을 가려 하나. 이 고문을 지지하지 않는 경기도민을 흡수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올 텐데.
그럴 수 있다. 근데 이번 대선에서 보면 경기도에서 이 고문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에 비해 5% 이상 득표율이 앞섰다. 지금으로서는 이재명의 '민생우선' 정치는 제가 수용하고 그 길을 가되, 그의 방식 중 좀 더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친다거나 협치가 필요하다고 지적받는 부분은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부인과의 러브스토리가 특별하더라. 배우자는 본인에게 어떤 존재인가.
'나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는 유일한 사람'이다. 아내와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짝꿍이었고, 대학교 때 야학 교사를 하다 만났다. 그러다 연애와 결혼까지 하게 됐다. 제가 소녀가장이어서 막내동생까지 취업하고 나서야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민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그때 아내가 '생활은 본인이 책임지겠다'며 선뜻 동의해줬다. (아내는) 그때 '3년하다 말겠지' 했는데 길게할 줄은 모르고...(웃음)
아내는 체구도 작고 마음의 상처도 잘 받고 여려서 나서지 않는다. 시장할 때도 겉으로 나서서 행사에 다니고 그런 적이 없다. 수원에서 교사하면 남편한테 부담 준다고 출퇴근을 두 시간씩 해가며 서울 학교에서만 35년 일했다. 고생시켰으니 고맙고, 나 대신 책임을 많이 져준 사람이기 때문에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도지사 출마 결심에서도 제일 망설였던 게 지난 12년간 가정적이지 못해서, 아내와 시장 그만두면 1년은 좀 더 여유를 갖고 여행도 하자고 했었는데 그걸 못지키게 돼서 아쉽다. (아내는) 그래도 언젠가는 지킬 거라고 기대하고 있을 거다.
-'586 세대의 맏형'이라 불리는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60세)이 지난 21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이에 대한 본인 생각은, 그리고 '586 용퇴론'에 관한 의견은.
김 전 장관의 SNS(은퇴선언 글)에 댓글을 남길 정도로 아쉬웠다. 김 전 장관이 '거대 담론의 시대가 지나고 이제는 생활정치 시대가 왔다'고 했더라. 자신은 중앙정치 관료로 있었어도, 지금 부산시장에 도전하는 생활 정치에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밝힌 거다. 절대적으로 옳은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또 김 전 장관이 자기의 정체성과 한계 같은 것들을 (솔직하게) 고백하고 떠났기에 용기가 굉장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586 용퇴론'의 '문제의식'에는 저도 일정 부분 공감한다. 이를 테면 '(586 세대가) 한국 민주주의에 일부 기여했으나, (현재) 다원적 사회에는 정말 제대로 역할을 한 건지, (오히려) 정치적 대립만 온존시킨 거 아닌가'라고 지적한다면 그런 지적은 그것대로 맞을 거다. 기득권에 갇힐 바에는 물러나는 게 맞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정치를 단순히) '연령집단'으로만 묶는 건 적절치 않다. 어느 경우든 기득권에 만족하지 말고 보다 혁신의 길로 부단히 달려가라는 뜻이라고 본다.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 '청년·여성 공천 대폭 확대'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자신의 생각은.
강제로 '몇십%를 맞추겠다'고 하는 건 초기에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그런(쇄신) 정신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거라고 생각한다. 근데 막상 현장에서는 그 비율을 맞추기가 어려운 경우가 참 많다. 융통성있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늘 한다. 중앙정치가 획일적 기준을 강제하는 것일 수도 있다. 특히 지방의원들의 경우를 보면 50~60대 남성이 많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다양한 연령대와 집단이 나오는 게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개혁은 지역 정당이 나와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정치개혁 핵심 과제도 중대선거구제 개편을 중심으로 한 '다당제'였다. 중앙 양당 체제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는 어렵다.
-김동연 전 새로운물결 대표의 경기도지사 출마가능성에 대해. 만약 김 전 대표가 경기도지사 후보로 출마한다면 민주당 입당이나 합당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생각하나?
김 전 대표는 '자기가 어디로 나가는 거(출마지)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 같다. 그러나 본인이 3월 1일 이 고문과 협약한 정치교체 정신에 의해서도 지금 이렇게 재고, 어디로 출마한다는 걸 말하는 자체가 상당히 모순이다. '새로운물결'로 나오면 당선되지 않을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민주당에 입당하거나 합당을 하거나 둘 중에 하나를 하지 않을까. 근데 합당을 해 버리면 본인이 정치교체를 위해 했던 '다당제'를 깨는 게 되는 거고, 입당하면 당은 놔두더라도 본인만 살아나기 때문에 말이 안 맞다. '새로운물결'이 아니라 '구태의연의 물결'이 될 수도 잇다는 걸 아마 그 분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치는 우유부단하거나 시간을 갖고 간보기하면 안 된다. 그러면 '안철수 딱지'가 붙지 않겠나. 그리고 정치는 한번의 선택이 중요한데, 그 한번의 선택으로 정치인이 띄워지기도 하지만 한번에 급전직하(急轉直下, 갑자기 떨어짐)하기도 하지 않나.
-현재 '1호 공약'으로 구상한 게 있다면 뭔가.
서울문제 해결을 위한 경기가 아니라 경기도민을 위한 '자족도시 경기도'를 만드는 게 1호 공약이다. 산업주거와 교통과 복지가 함께 어우러지는 경기도를 만들겠다.경기도는 지역 내 총생산·기업체 수·인구 등 모든 게 1위다. 근데 '도민 생활만족도'는 1위가 아니다. 경기도의 모든 게 서울 팽창에 따른 '위성도시'로 개발된 게 크기 때문이다.
-환경 운동가 출신이다. 지사에 당선된다면 '그린 경기'를 만들기 위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경기도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절대다수가 중소제조업체다. 이 업체들이 이 시대 환경과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우리가 산업 영역별로 저탄소 기술 개발을 돕고 대체기술 도입도 지원해야 한다. 실제로 지금은 RE100(전력 재생에너지 전환)과 같은 다양한 전 지구적 환경 정책들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들을 만들어야 한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투자하고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할 게 많은데, 지방정부 차원에서 해야될 것들을 선도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저는 환경운동을 오래했고 지속가능발전 담당 청와대 비서관을 했다. 국제기구 활동 노하우도 있고 현장에 적응할 수 있는 정책대안을 갖고있는 사람이다.
☞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는 누구? 1960년 생으로 만 61세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을 졸업해 대기업을 약 10년 다니다 그만 두고 환경운동가로 변신, 수원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하고, 화장실 문화 개선 운동에 앞장섰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지속가능발전 비서관, 민선 5·6·7기 수원시장을 역임했고, 현역 단체장 최초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되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통과 등에 기여했다. 현재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로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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