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측 "가능성 없다" 일축…'선대위 역할론'도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서울시장 등 인물난에 시달리면서 거물급 인사들의 차출론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정치 활동 재개를 위한 군불때기라는 시각도 있지만, 대선 승리를 위한 험지 역할론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쏠린다.
민주당은 23일 6·1 지방선거를 두 달여 앞두고 김영진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하는 지방선거 기획단을 구성했다. 차기 원내대표가 선출돼 비상대책위원회가 완전히 갖춰지면 오는 25일까지 시·도당 공직선거후보자 추천관리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지선 체제에 돌입할 예정이다.
민주당은 '대선 후반전'이라고 일컬을 정도로 지선 승리를 벼르고 있지만,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후보자 찾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 대선의 주요 패배 요인으로 꼽히는 '부동산 민심'이 두 달 내에 확연히 변하기 쉽지 않은 데다, 상대 진영이 새로운 정부 출범에 따른 컨벤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당선인과 이재명 민주당 상임고문의 서울 지역 격차는 4.83%포인트로, 전체(0.73%)보다 약 6배 차이난다.
국민의힘에서는 오세훈 현 서울시장이 재도전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민주당에서는 재선의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구갑),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및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 가운데 출마가 유력해 보이는 이는 박 의원이다. 임 전 실장은 '임종석 서울시장 추진위원회'가 꾸려져 출마 촉구 요청을 받고 있지만, 출마 준비와 관련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재명 상임고문과 후보 단일화에 나섰던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는 출마 여부를 고심 중이지만 서울시장보다 경기지사 쪽에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민주당에서는 서울시장 후보가 지방선거 판을 좌우하는 만큼 중량감 있는 정치인을 하루 빨리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일선으로 물러난 이낙연·송영길 전 대표 등 거물급 정치인 차출설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전 대표가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처음에는 그냥 하는 이야기로 들었는데 통합하는 차원에서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 측과 가까운 민주당 한 중진 의원 역시 "(서울시장 차출설) 이야기가 있는 건 맞다"면서도 "서울시장이 된다고 해도 나갈까 말까인데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 그걸 어떻게 맡을 수 있겠나"라고 했다.
다만 그는 "만약 나간다면 이재명 상임고문이 삼고초려하는 방식으로 '좀 희생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하면 이 전 대표도 당을 위하는 마음이 있을 테니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며 "이 전 대표가 출마한다면 본인은 떨어질 수 있지만, 나머지 (서울 지역의) 구청장이나 시의원들은 살릴 수도 있다. 그거를 하기 위해서 가는(차출설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마설에 대해 이 전 대표 측은 일축했다. 관계자는 "정말 낭설이다. 여론몰이하는 것 같다"며 "미국행이 확정돼서 준비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다. 전혀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로선 대선 패배 외에도 대선 경선 과정에서 종로 국회의원직을 던진 바 있어 서울시장 출마에 따른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그런데도 험지 차출설이 나오는 배경은 향후 이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대한 부담을 키우려는 '밀어내기'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송영길 전 대표를 향해서도 '험지 역할론' 성격으로 서울·부산시장 차출설이 당내 일각에서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편 대선을 목표로 했던 거물급 인사들이 후보로 직접 뛰는 대신 선대위에서 역할하는 정도가 적합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경협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 선대위에서 역할을 충분히 하셔야 된다고 생각한다. 선대위 중심으로 지방선거를 치러 나가는데 그 구심적인 역할들을 해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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