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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조 원? 안보 공백? '용산 집무실' 정국 블랙홀…쟁점은?

  • 정치 | 2022-03-22 20:32

여야, 국방위서 충돌…청와대-인수위 협력이 해법

'집무실 용선 이전' 문제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20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위치할 울 용산구 국방부와 용산공원으로 조성될 미군 반환 기지 모습. /남윤호 기자
'집무실 용선 이전' 문제가 정국의 뇌관으로 떠올랐다. 20일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집무실이 위치할 울 용산구 국방부와 용산공원으로 조성될 미군 반환 기지 모습.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용산 시대'를 구현할 대통령 집무실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문제가 시작도 전에 정국을 집어삼켰다.

여야는 집무실과 국방부 조속 이전에 따른 안보 공백이 발생할지, 소요 예산이 인수위원회의 예상 규모를 넘길지, 국민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두고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다.

여야는 2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여야는 22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모습. /국회사진취재단

◆안보 공백 불가피 vs 국방부 내 시스템 보완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두 달 안에 무리하게 추진하게 되면 국가안보 공백 발생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국방전산망, 전시통신망 등 지휘통제통신체계(C4ISR)가 가동되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이전하기 위해선 필수 소요 시간이 있는데 조속히 추진할 경우 안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합동참모본부 군사대비태세나 경호 및 경비작전에 공백이 발생한다는 점도 들었다. 또 4월 김일성 생일 110주년 등 주요 행사가 있어 북한 도발이 예상되며, 군 통수권자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이 한 곳에 있을 경우 비상시에 위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장군 출신인 김병주 민주당 의원은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청와대에서 위기관리센터를 운영을 하는데 거기서 군사사항 뿐만 아니라 재해재난 사항 등 각종 다양한 체계가 있는데 50개 이상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며 "저런 체계를 구축하려면 장비를 새로 제작하고 유선 다시 해야 되고 모니터링 다시 해야 되는데 최소 3개월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경비 태세를 위해) 최소한 경호처에서 통제하는 55경비단과 55군사경찰, 경찰이 운영하는 101단은 와야 한다"며 추가적인 부대나 방공진지 배치가 없을 것이란 윤 당선인 측 주장을 반박했다.

같은 당 김진표 의원은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합참의장이 같은 지역에 근무하면 유사시 적은 가장 강력한 타격수단으로 그곳을 먼저 공격할 것이고 안보에 가장 큰 취약점을 노출시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인수위와 국민의힘 측은 조속히 추진하는 과정에서 미흡한 부분이 발생할 수 있지만, 현재 국방부 내 갖춰진 지휘통제 시스템을 활용하고 향후 보완해나가면 된다는 입장이다. 또 군 통수권자와 군사 작전 지휘부가 한 곳에 있으면 오히려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할 수 있어 안보 태세가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중장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은 "군사사항이 생기면 국방부 벙커에서 평소 다 유지해놓는다. 개인 단말기 정도 꼽으면 다 될 수 있도록 시설 설비돼 있다"며 "2개월만에 옮겨가서 안보공백이 생긴다고 한 것은 과장된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조속한 부처 이동에 따른 행정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안보공백과는 거리가 멀다는 설명이다. 그는 또 국방부에도 재난망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며 "필요한 장비가 몇 개 오면 된다. 남아 있는 기간 추가적인 보완이 가능하다. 아주 짧은 시간에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방부 청사에서 청와대 벙커까지) 25분 걸리는 것으로 본다. 국방부 청사로 청와대가 이전하고 국방부 장관이 합참 빌딩으로 들어가 있으면 대통령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에 참석하는 데 1~2분 걸릴 것"이라며 국방안보차원에서 효율성이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위기관리망) 서버가 여러 개 청와대 NSC에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행안부에서 서버를 통합하고 있다. 청와대에 있는 시스템도 서버를 여러 개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대전과 광주에 있는 국가정보관리원에서 연결을 해줘서 쓰는 것"이라며 "국방부 밑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거기를 망만 연결하면 되지, 서버를 떼서 돈이 들고, 시간이 걸리고 안정화가 필요하고 이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하태경 의원도 "북한이 미사일 실험이나, 핵실험을 하더라도 기존에 국방부 지하벙커가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에 지휘통제 기능의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안보 공백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20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 당선인. /국회사진취재단
특히 안보 공백을 두고 여야의 입장이 크게 엇갈렸다. 20일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윤 당선인. /국회사진취재단

◆ 이전 비용 496억? 합참 청사 이전 비용 포함 안 돼

민주당은 군부대와 경비시설, 청와대 직원 숙소까지 포함하면 총 1조950억 원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구체적으로 △국방부 본청 이전 2200억 원 △합동참모본부 이전 2200억 원 △국방부 근무지원단 이전 1400억 원 △청와대 경호부대 및 경비시설 이전 2000억 원 △청와대 직원숙소 건축 2000억 원 등이다. 그러면서 선거 당시 주장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손실보상 지급이 더 우선 순위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비용을 부풀렸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국방부가 합참 청사로 옮겨가기 때문에 이전 비용 118억 원을 포함해 총 496억 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이는 합참을 남태령으로 옮길 때 비용을 산정하지 않은 것으로 추후 비용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박정환 합참차장은 이날 회의에서 "(118억 원은) 이전이 확정될 경우에 최소한의 시설 보수비이고 재배치하려면 추가적인 보수가 필요하다"며 "합참을 어디로 옮기겠다는 이사비용을 넣느냐, 안 넣느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과 근무자 숙소 등을 포함해 현재 합참 공사 비용(1750억 원)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민주당은 소요 예산이 1조 원 넘게 들고, 비행금지구역 재설정, 국민 교통 불편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22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용산 청와대 집무실, 관저 용산 이전 관련 거리도표 자료를 보이며 비판하는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가운데). /이선화 기자
민주당은 소요 예산이 1조 원 넘게 들고, 비행금지구역 재설정, 국민 교통 불편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22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용산 청와대 집무실, 관저 용산 이전 관련 거리도표 자료를 보이며 비판하는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가운데). /이선화 기자

◆ 비행금지구역 재설정 불가피...기본권 침해?

민주당은 용산 집무실 이전이 한강 안보상 허점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건축물 규제가 강화돼 국민의 재산권 침해도 우려된다고 주장한다.

현재 청와대 일대에는 비행금지 제한 구역이 보안 등급에 따라 P73A(반경 3.8km), P73B구역(반경 8.3km)로 설정돼 있다. 이에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 비행금지공역이 그대로 적용돼 용산과 강남 일대 주변지역 아파트가 규제를 받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민주당은 여기에 도심형 항공 모빌리티(UAM) 사업의 효율성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UAM은 소형 항공기를 통해 도심 간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산업으로, 정부는 향후 3년 간 김포공항부터 삼성역까지 한강 변을 따라 시범 산업을 추진할 예정이었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은 용산 집무실로 오면서 B구역을 없애겠다며 향후에도 추가적인 규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 역시 정부 부처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병주 의원은 "73 공역을 다시 재설정하려면 보안성 검토를 해서 국토부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서욱 국방부 장관도 "P73 알파 설정문제와 방공부대 재배치 문제는 추후에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여지를 남겼다.

민주당은 또 용산 이전에 반대하는 이유로 교통 통제에 따른 시민 불편을 들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남동 공관에서 국방부까지 출퇴근하는 시간의 거리가 대략 2.8km에서 4.5km 정도 된다. 교통 통제 하에 이동하면 5분 정도 걸리는 시간인데, 대통령의 안전을 고려하면 대략 10분 정도 통제해야 한다. 전파도 물론 통제한다"며 "이 공관에서 출퇴근을 매일 하게 되면 하루에 20분 이상, 시민들이 가뜩이나 불편한 공간에서 더 큰 교통통제를 경험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국 뇌관으로 떠 오른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청와대와 인수위 간 협력이 관건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청와대가 NSC를 열고 집무실 이전 계획에 대해 "안보 공백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정국은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다만 이에 대해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한 라디오에 나와 "문재인 대통령의 더 좋은 인수인계를 위한 진심"이라고 손을 내밀었다. 서 장관도 이날 국방위 회의에서 "(NSC 결론은) 당선인하고 대화해서 보다 나은 솔루션을 내겠다는 뜻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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