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北에 힘 우위 강조…대북 강경책 가능성 커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 정세는 물론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실험이 계속되면서 한반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해왔던 만큼 남북 간 강대강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권이 바뀌게 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평화프로세스는 폐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는 비핵화와 종전선언, 평화협정 체결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북미 간 대화 단절로 교착된 지 오래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말뿐인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전쟁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추가 배치 등 강력한 국방력을 구축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다. 힘의 우위를 통한 전쟁 억지력을 강조한 것이다.
윤 당선인이 정권 이양을 위해 분주한 가운데 북한의 미사일 발사체를 쏘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6일 평양에서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지만, 직후 공중에서 폭발한 것으로 분석됐다. '정찰위성' 명분을 내세워 추가 도발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진행되고 있어 미국의 관심은 우크라이나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 시기는 북한이 핵실험이나 ICBM 시험 발사를 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또 "북한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기 전 한반도의 긴장을 극도로 끌어올리는 '레드 라인'(한계선)을 넘어서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윤 당선인이 실질적으로 어떤 정책을 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북한으로서는 (정권 교체기가) 군사 행동을 하기에 최상의 시기"라고 했다.
북한의 의도는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 긴장감을 끌어올리면서 미국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기술력을 증명함으로써 협상력을 강화하는 목적과 향후 미국과 외교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대북 전문가들이 미국 본토를 사정권으로 둔 화성-17형 ICBM의 시험 발사를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미 군 당국도 북한이 최근 두 차례 시험 발사한 준중거리탄도미사일(MBRM)을 두고 '화성-17형'의 시험발사 준비를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할 이후 북한의 도발이 이어질 경우 남북관계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선제타격론' '김정은 버르장머리' 등 강경한 안보관을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윤 당선인은 미국은 물론 국제사회와 북한을 압박, 도발을 억제하려는 정책을 우선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핵실 실세로 꼽혔던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 기획관이 중용됐다는 점도 대북 강경책이 예상되는 지점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안보 분과에 김 전 기획관을 인수위원으로 임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북 전문가는 "김 전 비서관은 MB 정부에서 대북 강경 정책을 주도하고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라 할 수 있다"며 "그가 인수위에 들어간 것은 MB 정부 시절 '비핵·개방·3000' 정책 기조와 기본적으로 같아지는 거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의 대북 정책이 유연해질 가능성은 희박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북 공약이었던 '비핵화 3000'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문호를 개방하면 10년 내에 1인당 GNP(국민총생산) 소득을 3000달러가 되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출 주도형으로 경제 체질을 바꾸고 남측의 인력 및 인프라 지원으로 북한에 경제적 보상을 하겠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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