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호→침울→분노→눈물' 극과 극 오간 민주당 개표상황실·해단식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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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예상 밖 초접전에 민주당 캠프 초반 '후끈'…울분 토한 지지자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 속에 윤석열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됐어. 사실 정치권에선 윤 당선인이 5% 이상 차이로 낙승할 것을 예상했는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는 0.6%포인트 차 초접전으로 나왔지? 당시 민주당 캠프 분위기는 어땠어?
-민주당 선대위 측도 '패배'를 예상했던 듯해. 출구조사 결과가 뒤지는 것으로 나왔는데도 "와~"라는 환호를 지르고 손뼉을 치더라고. 송영길 대표는 울컥해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어. 이기는 결과가 나온 줄 착각했을 정도야(웃음). 이런 반응에 대해 강훈식 민주당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은 "저희가 예측한 범주 안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해줬어. 민주당 관계자들은 1%포인트 이내 차이라면 실제 득표율은 뒤바뀔 수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였어.
-그래서일까.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 등 선대위와 당 지도부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저녁 7시 30분부터 당선인 윤곽이 드러난 다음 날 새벽 2시 30분께까지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자리를 지켰어. 100여 명 넘는 인원과 10여 대의 각 방송사 카메라와 조명이 모여 있다 보니 개표상황실은 아주 '후끈'했어.
-출구조사가 초박빙으로 나오자 민주당 당직자와 취재진 등은 "오늘 집에 일찍 들어가기는 글렀다", "새벽까지 밤새워야겠다"라며 아쉬워하는(?) 모습도 보였어. 민주당 한 당직자는 "오래 기다리게 될 줄 몰랐는데, 기자들에게 간식을 제공해야겠다"고 말했어. 실제로 이날 민주당은 대기하는 취재진에게 피자, 쿠키, 빵 등을 나눠줬어. 이걸로 조기 퇴근(?)의 아쉬움을 달랬지(웃음).
-자정을 넘겨 12시 32분께 두 후보 간 득표율 역전이 시작됐는데, 당시 분위기는 어땠어?
-취재진은 선대위 지도부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맨 앞쪽으로 모여들어 그들과 마주 보고 앉았어. 다만 특이점은 없었어. 생각에 잠긴 듯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거나, 장시간 대기에 지쳤는지 지그시 눈을 감고, 앞쪽 의자에 턱을 괴고 멍한 표정을 짓거나 했어. 대체로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웃으며 긴장을 푸는 모습도 보였어. TV 개표방송에서 서울 서대문구 득표율을 보여줬는데, 윤 당선인이 다소 앞선 것으로 나오자 김영진 사무총장이 서대문구 지역구 국회의원인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에게 "어떻게 된 거예요?"라고 농담 식으로 눈치를 주자 우 본부장이 "죄송합니다"라며 멋쩍게 웃었어. 어쨌든 2시 30분 넘어 당선인 윤곽이 잡히면서 이재명 후보가 자택으로 이동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선대위 관계자들은 하나둘 상황실을 떠났어.
-여담이지만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반가운 얼굴도 등장했어. 예능 프로그램 SNL 코리아 '주기자'가 온 거야. 국민의힘은 개표상황실에 들여보내지 않았다고 하더라고. 어쨌든 주기자는 개표 상황 초반에 오고, 득표율이 역전되자 한 번 더 왔는데 취재를 시도하려는 듯했어. 하지만 선대위 관계자들이 기운이 없어 보여서였을까. 그냥 지켜만 보더라고. 블랙코미디 무대를 보는 느낌이었어.
-이 후보는 3시 넘어 민주당 당사로 와서 패배를 인정했는데 당시 분위기는 어땠어?
-이 후보는 생각보다 덤덤한 표정이었어. 다만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했어. 승복 선언 메시지만 남기고 바로 자리를 떠나더라고. 아무래도 개표 초반 앞서고 있어서 아쉬움이 더하지 않았을까 싶어. 원래 올림픽에서도 은메달 딴 선수보다 동메달 딴 선수가 더 행복하다잖아.
-지지자들은 격한 반응을 보였어. 새벽인데도 당사 입구에 꽤 모였더라고. 우 본부장에게 안겨 오열하는 지지자가 먼저 눈에 띄었어. 당사 2층으로 올라가자 그곳에도 10여 명의 지지자가 있었어. 그런데 화가 많이 나 있었어. 들어보니 당직자들이 취재진에게 자리를 양보해달라고 했나 봐. 지지자들은 "언론이 뭘 했다고 우리들보고 나가라고 하나", "기레기들 니들이 나가라", "민주당 수박 국회의원들", "180석을 가졌으면서 한 건 하나도 없다. 앞으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절대 민주당 찍지 말자. 국민의힘 다 찍을 거야"라며 울분을 토했어. 당직자가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사태가 진정되지 않자 결국 이 후보 승복 선언 기자회견 장소는 당사 4층으로 바뀌었어. 당사 앞에선 지지자들이 "민주당 앞으로 잘하자", "민주당 너희가 한 게 뭐 있어?"라며 민주당에 쓴소리를 날리기도 했어. 한 지지자는 믿기지 않는 듯 기자에게 '정말 이 후보가 진 게 맞냐'라고 묻기도 했어.
◆"제가 부족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민주당 선대위, 눈물의 해단식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선대위 해단식이 있었지. 마지막 캠프 일정인 만큼 분위기가 엄숙했을 것 같은데 어땠어?
-한마디로 '한숨과 눈물바다'인 해단식이었어. 이날 행사는 오후 2시였는데, 행사 약 30분 전부터 민주당 관계자들이 모여들었어. 해단식이 진행된 당사 2층은 대선 기간 동안 브리핑실로 사용 중이었어. 원래는 기자들이 앉는 책상과 의자가 빼곡했는데, 이날은 의자랑 책상을 다 치웠더라고. 서서 이재명 전 후보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이 전 후보가 입장할 동선에 맞춰서 양옆으로 줄을 서 있었어. 이들은 이 전 후보가 2시 정각 입장하자 위로와 격려의 박수, 환호 세례를 보냈어. 이 전 후보는 한 명 한 명과 인사와 악수를 하면서 "수고했다"고 말했어. 이날 이 후보는 민주당의 색인 파란 넥타이를 매고 검정 양복을 입고 행사에 나타났어.
-이낙연 총괄선대위원장, 당대표인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 우상호 총괄본부장 등 20여 명의 선대위 관계자, 60여 명의 당직자 등이 참석했어. 단상 위에는 이 전 후보, 이 총괄선대위원장, 송 대표, 우 본부장이 올라 발언을 했어. 이날 사회는 박찬대 전 수석대변인이 봤어. 박 대변인은 행사를 진행하던 도중 울컥한 듯 목을 가다듬거나, 말을 하는 도중 잠깐 쉬는 행동을 보였어.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행사 내내 고개를 푹 숙이거나 한숨을 쉬는 등 패배를 실감한 듯 숙연한 반응을 보였어. 특히 이날 후보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자원봉사자가 그동안의 소회를 밝힐 때는 당직자들이 함께 눈물을 보이기도 하더라. 봉사자도 "180일 동안 함께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라고 말하며 울먹였어.
-이 전 후보가 소감을 밝히기 위해 단상에 올라서자 당에서는 준비한 꽃다발을 이 전 후보에게 건넸어. 이 전 후보는 "무슨 진 사람한테 꽃다발을 주냐"며 분위기를 띄우듯 장난 섞인 농담을 던졌어. 이 전 후보가 소감을 말하기 전 서영교 의원은 큰 목소리로 "힘내세요"라고 외쳤고, 참석자들은 이 전 후보를 향해 박수를 보냈어. 이 전 후보는 자필로 쓴 소감문을 주머니에서 꺼내 읽으며 "여러분들은 최선을 다했고 성과를 냈지만, 이재명이 부족한 0.7%를 못 채워서 진 것"이라며 "모든 책임은 이 부족한 후보에게 있다"고 자성 섞인 소감을 말했어. 우 본부장은 눈물을 보이며 이 전 후보와 악수했어.
-기동민·김남국 의원 등은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많이 흘렸어. 이 전 후보가 차를 타러 당사 1층에 내려가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이 전 후보의 지지자들은 "힘내세요", "이재명" 등을 외치며 이 전 후보를 응원했어. 선거 유세를 하는 동안 맨 앞에서 춤을 추며 이 전 후보를 응원했던 '블루투스 유세단'으로 추정되는 이는 이 전 후보를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심하게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어. 이분은 이 전 후보가 차를 타고 떠나자 다른 이의 부축을 받아 집에 돌아가기도 했어.
-이 전 후보는 차에 타는 순간까지도 의연한 모습을 보이며 웃음을 잃지 않았어.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차를 타고 떠날 때까지 "기다릴게요", "이재명 파이팅"을 연호했어. "이제부터 시작이다"라며 이 전 후보의 다음 행보를 응원하는 이들도 있었어.
-선거, 그중에서도 대선은 특히 'All or Nothing(모 아니면 도)'이라고 누누이 들어왔는데, 입사 후 약 4개월을 대선팀에서 일련의 과정들을 관찰하니 무슨 말인지 새삼 체감되더라고. 이 후보의 얼굴이 크게 들어차 있었던 당사의 장식물들이 사라지고, 기자실이 정리되고, 당직자들이 쓸쓸히 당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어. 당사 출입기자들끼리 우스갯소리로 '선거에서 지면 마크맨도 패배감을 느낀다더라'는 말을 했었는데, 그 말도 조금은 이해가 가더라(웃음).
-그래도 민주당은 여전히 의석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 당이야. 해단식으로 대선 선대위는 끝이 났지만,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으니 민주당은 빨리 패배감을 추스르고 새로운 발걸음을 떼야 할 것 같아. 선거 결과 분석을 통한 당내 갈등 봉합과 돌아선 민심 회복이 과제가 될 것 같아. 앞으로의 행보는 또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 할 듯해.
◆靑, 이재명 대선 석패에 '눈물'로 드러난 진심?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지난 10일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당선인과 문재인 대통령의 통화에 대한 브리핑을 하면서 울먹이는 게 화제가 됐어. 왜 그런 거야?
-박 대변인이 눈물을 보인 대목은 문 대통령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대독하면서야. 첫 문장이 "당선되신 분과 그 지지자들께 축하 인사를 드리고, 낙선하신 분과 그 지지자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였는데, "당선되신 분과 그 지지자들께 축하 인사를 드리고"까지 말하면서 울먹이기 시작했어. 이어 "낙선하신 분과 그 지지자들께"를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감정이 폭발했어. 눈물을 흘리던 박 대변인은 브리핑을 중단하고 5분가량 브리핑 단상 뒤편에 마련된 공간에 갔다가 나와서 다시 브리핑을 시작했어.
-박 대변인이 울먹이기 시작했던 부분을 고려하면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청와대의 참담한 심정을 보여주는 눈물이라는 해석이 많아. 대선 직전까지 40%대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없는 대통령에 바짝 다가갔는데도 정권이 교체된 것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드러난 것 같아.
-앞으로 남은 2개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는 대선 과정에서 현 정부의 실정을 강력하게 비판했던 윤 당선인과 인수위원회에 업무를 이양하는 작업을 하면서, 급격히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와. 지금까지와는 다른 임기 말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 분석이야.
-야권 일각에선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는 고위 공직자로서 올바른 행동이 아니었다는 지적도 나왔어. 현 정부 청와대 인사들이 모두 민주당 출신이라고 해도, 행정부 고위 참모가 되었으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속마음이 드러난 눈물이었다는 거지.
-이번 대선이 박빙일 것이라는 것은 일찍이 예고됐어. 이에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야권의 '선거 개입' 비판에도 지방 현장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대선 쟁점 사안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에 대해 윤 당선인과 반대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어. 심지어 대선 공식운동 직전엔 문 대통령이 윤 당선인의 언론 인터뷰 발언을 문제 삼아 강력한 분노를 표하면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어. 대선 직전 퇴임을 앞둔 대통령이 이렇게 선거 이슈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이야. 사실상 우회적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원했는데도, 아쉬운 패배를 당한 청와대의 분위기와 심정을 박 대변인이 본인도 모르게 드러낸 게 아닌가 싶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이선영 인턴기자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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