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분열이냐 혁신이냐…지도부 총사퇴 속 폭풍전야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날씨는 오늘로 완연한 봄인데 어쩌면 민주당은 겨울로 들어갈지도 모르겠다.(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위원장, 해단식 발언 中)"
20대 대선 민주당 선대위 총사령탑의 대선 패배 후 첫 메시지는 우려와 당부였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연이어 패배한 민주당은 당내 분열과 개혁정당으로의 갈림길에 들어서게 됐다.
민주당은 탄핵 정국으로 정권을 잡은 지 5년 만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이로써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역설해온 '20년 집권론'도 무너지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대선 패배 책임론과 쇄신안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하다 내부가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대선 결과가 예상 밖으로 선전하면서 현재까지는 조용히 패배의 아픔을 달래는 수준의 분위기만 감지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대선 패배 책임 공방을 벌이다 이재명계와 친문, 호남계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 오를 수 있다고 관측한다. 특히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공천권을 놓고 주도권 싸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본다. 갈등이 심화하면 분당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 석패했던 지난 18대 대선 당시에도 당내 친노와 비노가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에 들어가면서 자중지란에 빠진 바 있다.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트라우마를 우려한 듯 일부 의원들은 조속히 패배 수습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10일 지도부 책임론과 관련해 "무조건 내려놓는 게 능사겠냐"라면서 오는 6월 지방선거 이후 책임을 묻을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결정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일단 결정되면 선거 때까지 비상한 각오로 단결과 혁신의 정신으로 최대한 당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은 이번은 18대 대선과 정치환경이 확연히 다르다고 본다. 우선 18대 대선에서는 '이길 수 있던 선거에서 졌다'는 참패의 분위기가 강했지만 20대 대선에서는 높은 정권교체 여론에 '졌지만 잘 싸웠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때문에 지도부 책임론에 대한 압박이 크지 않고 당 내홍도 쉽게 봉합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 전 후보가 자신의 최측근이 아닌 '원팀'으로 선대위를 꾸린 점도 지도부 책임론과 쇄신 요구가 분출하지 않은 이유로 꼽힌다.
18대 대선 때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였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당 지도부가 재빨리 책임론에 화답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대선 결과가 확정된 지 12시간 만에 긴급회의를 소집, 약 1시간 논의 끝에 지도부 총사퇴와 윤호중 원내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을 결의했다.
대선과정에서 급하게 몸집을 불린 당내 '친이재명계'의 결속력이 약하다는 점도 친노와 비노 등 계파 갈등이 극심했던 18대와 다른 점이다. 18대 당시에는 민주당의 대선평가 보고서에도 대선 패배의 주된 원인이 '계파 정치로 인한 당의 분열'이라고 할 정도였다. 이에 '친노 대주주'였던 문재인 전 대선 후보의 리더십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당 지도부까지 사퇴하면서 구심점을 잃었지만, 20대 대선은 다르다는 것이다. 또 당시 정계개편의 변수였던 안철수 전 후보와 같은 인물이 당내에 없다는 점도 내부발 정계개편을 희박하게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중심을 잡았던 이 전 후보가 상임고문에 위촉돼 뒤로 물러나면서 당내 컨트럴타워 부재로 인한 혼선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차기 당권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구심점을 잃은 친문이나 친이재명계가 물러난 틈에 이낙연 전 대표나 정세균계가 고개를 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전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아내 김혜경 씨 불법 의전 의혹이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면 책임론도 불거질 수 있다.
일각에선 당 내부보다 '윤석열발' 지각변동에 따른 여권 균열, 당내 분당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민주당과의 협치가 안정적인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가 된 윤 당선인이 적극적으로 민주당 인사를 포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윤 당선인은 10일 당선 소감을 전하며 "야당과 협치하면서 국민을 잘 모시도록 하겠다"고 한 것을 비롯해 대선 유세 과정에도 민주당 측과의 협치를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아울러 민주당이 선거 전 공언했던 정치개혁을 추진할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민주당은 대선 전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 대통령 4년 중임제, 국무총리 국회추천제 등을 골자로 한 '정치개혁안'을 당론으로 추인한 바 있다. 송 대표도 이날 선대위 해단식에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국민 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다시 절감하게 된다"며 "선거 때 국민께 약속했던 과제가 지속적으로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다만 그의 사퇴로 정치개혁은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책임론으로 균열 사태를 만들기보다 단합하고, 정치개혁을 추진하는 게 민주당의 최우선 과제로 보인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남았는데 집권당이 싸우면 문 정부 마무리를 못하는 데다 국민이 볼 때도 '정권교체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할 것"이라며 "이제는 야당으로서 더 중심을 잡아야지, 내부적으로 파워 게임을 할 경우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지방선거 전까지는 내부의 단합된 힘을 더 보여주는 게 옳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이어 "(정치개혁도) 약속을 했으니 여야가 협의해서 개헌을 통해 지금의 권력 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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