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과정서 제기된 의혹들 수사 불가피…부인·아들 논란 해소도 과제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석패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사법 리스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상호 비방이 난무했던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이 후보를 향한 고소·고발 사건이 무더기로 접수되면서 대선 이후 수사 향배에 따라 이 후보의 정치 명운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는 국민의힘으로부터 지난달에만 6차례 검찰에 고발당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인 김혜경 씨 공무원 사적 동원 의혹과 직권남용 및 의료법 위반 혐의 △김혜경 씨 의혹 허위 해명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및 경기주택공사 합숙소 비선 캠프 의혹 △윤석열 후보 신천지 압수수색 거부 관련 허위사실 공표 △대장동 의혹 관련 TV 토론에서 '정영학 녹취록' 왜곡 공개 혐의 △검사 사칭 전과 기록 허위 소명 관련 허위사실 공표 혐의 등이다.
시민단체의 고소·고발도 쌓여 있다. 친문단체로 알려진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지난해 이 후보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 등을 제기하며 그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로 고발한 바 있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도 이 후보가 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알지 못했다고 한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이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경기남부청에도 이 후보 관련 사건이 다수 배당돼 있다. △성남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성남FC 광고비 후원금 의혹 △김혜경 씨 '법인카드 유용 의혹' △이 후보 장남 불법도박 의혹 △'혜경궁 김씨' 의혹 재수사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무료 변론 의혹 등이다.
윤석열 당선인도 대장동 개발사업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과 부인 김건희 씨 이력 위조 혐의를 받지만, 사실상 '까방권'(잘못을 저질렀을 때 면제받을 권리를 속되게 이르는 말)을 획득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당선인은 법적으로 수사와 기소가 모두 가능하지만, 대통령 취임일인 5월 10일 전까지 당선인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법조계 전망이다. 이후 대통령에 취임하면 불소추 특권을 갖는다.
이에 반해 대선에서 패한 이 후보는 곧바로 '사법 리스크'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 후 검찰과 경찰은 현재 지지부진한 이 후보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 가운데 핵심은 대선 기간 내내 네거티브 공방을 촉발했던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다. 이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인 2014년 민관합동으로 진행된 개발 사업에서 민간사업자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어 문제가 불거졌다. 행정 총괄 책임자였던 이 후보는 '윗선'이라는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치권의 '대장동 특별검사법' 도입 여부가 관건이다. 민주당은 대선 승패와 관계없이 3월 임시국회에서 '대장동 특검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민주당은 지난 3일 '대장동 특검 수사요구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며 추진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대선이 끝났다고 유야무야 넘길 경우 오는 6월 지방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전문가는 이 후보를 둘러싼 여러 의혹 가운데 '대장동 사업'과 관련한 배임 혐의에서 법적 책임이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은 대장동 의혹"이라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본인이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넣지 못하도록 했다고 했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들어갔다면 대장동 핵심 인사들이 비정상적인 배당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초과이익 환수 조항 추가 건의가)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보고가 안 됐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배임 혐의로 기소된 김만배·유한기 등의) 검찰 공소장 기재 사실만 보더라도 이 시장에게 분명히 보고됐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후보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배임은 인정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배임은 꼭 경제적 이득을 취득한 것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득을 취한 것도 있다. 예를 들어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 사업 설계 과정에서) 임대주택을 짓기로 했다가 안 짓고 현금화해서 결국 자기 치적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무리하게 설계한 점이 성남시에 손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이 후보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후보는 앞서 2018년 지방 선거 당시 토론회에서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관련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지난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기사회생한 바 있다.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해 여당 유력 대권 주자로 성장했다. 이 후보가 다시 살아나 '대선 삼수생'에 도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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