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후보, 복지 증세 이견, 저출산 대동소이...마지막 정책 토론도 '네거티브'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여야 대선 후보 4인은 2일 마지막 법정 TV 토론에서 복지 재원 조달에 이견을 보였지만 저출산 해결 방법으로 주거와 일자리를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 막바지에는 대장동 의혹을 두고 후보끼리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복지 재원 마련에 李·尹 "증세 없다" 沈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국민고용보험제도 도입을 통한 '일자리안전망', 기본소득과 각종 수당으로 최대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소득안전망', 유아·아동·노인·장애인 등을 위한 '돌봄안전망'을 통한 복지국가를 설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증세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재원 마련 방법으로 지출구조조정과 같은 세원관리와 탈세 감시, 자연증가분을 꼽았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발판으로 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4차 산업혁명의 첨단과학기술을 적용한 도약적 성장으로 복지서비스의 질을 높이면 더 큰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며 "복지 사각지대 제로를 구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후보 역시 증세에 거리를 뒀다. 윤 후보는 "필요하다면 증세를 해야 되고 국채발행도 해야된다"면서도 "우리나라의 초저성장 기조에 비춰 봤을 때 증세가 경제의 큰 타격을 주기 때문에 가급적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재원조달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정규직 중심의 복지체제를 넘어 비정규직과 자영업자를 포함한 모든 일하는 시민을 포괄하는 ‘신복지체제’를 내세웠다.
심 후보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심 후보는 "증세계획이 없다면 100% 국가 채무로 하겠다는 것 아니겠느냐"라며 "지금 OECD 기준으로 보더라도 국민 부담률 기준 5% 정도 여유가 있다. 증세를 하고 부족할 때 국가채무를 얹어서 확장재정으로 나가야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생애주기별 안심 복지’ ‘절대 빈곤층 감소’ ‘복지 사각지대 해소’ 등 세 가지를 언급했다. 안 후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으로 일하면서 복지에 대한 전문성을 쌓았다"며 "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차기정부의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李 vs 尹, 기본소득 신경전..."정강정책 보셨냐"
이 후보와 윤 후보는 기본소득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윤 후보는 "성장과 복지의 지속가능한 선순환이 매우중요한데 기본소득과 같은 현금 보편 복지는 엄청난 재원과 세금이 들어가 성장을 위축시키는 반면 그 효과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 후보가 사회 서비스 일자리 100만개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연간 40조원이 필요하다"라며 "기본소득 50조원까지 더하면 재정에 큰 부담이 되고 결국은 과도한 증세로 성장을 위축시켜 지속가능한 복지 재원을 만들기 어렵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기본소득과 관련된 지적이 많은데 저는 아동, 청소년, 청년, 장년 그리고 농어촌 문화예술인에 대해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라며 "국민의 동의를 얻어가면서 순차적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혹시 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1항에 기본소득 한다 이렇게 들어 있는 거 아십니까?"라고 묻자 윤 후보는 "그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말한 그런 기본소득과 다르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사과라고 말하면 사과인 것이지, 내가 말한 사과는 다르다, 그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비꼬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해 6월 국민의힘으로부터 기본소득과 관련한 비판을 받자 "나를 욕하려면 국민의힘 간판부터 내려라"라며 국민의힘 정강정책을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 정강정책 1조 1항에는 ‘국가는 국민 개인이 기본소득을 통해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을 영위하도록 적극적으로 뒷받침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다’고 적시돼 있다.
국민의힘은 자신들의 기본소득과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당시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힘 정강정책의 기본소득은 이 지사의 보편기본소득처럼 모든 국민에게 똑같은 액수를 나눠주자는 뜻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부 정책본부장은 지난해 8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은 소득보장적 복지정책에 대해 검토 가능성을 열겠다고 했고 (당내에서) 동의가 됐던 것"이라며 "전 국민에게 일률적으로 소득을 나눠주자는 ‘이재명식’ 기본소득에 국민의힘은 동의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인구절벽에 李·尹·沈·安 "일자리·주거" 한목소리
대선 후보 4인은 저출산 문제와 관련해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후보는 청년들이 결혼을 못 하는 이유로 일자리와 주거문제를 꼽았다. 이 후보는 "일자리 자체를 늘려야 한다"며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인프라, 교육, 과학기술 등 국가의 대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앞으로 신규공급하는 공공아파트는 기본적으로 30% 물량을 청년들이 우선 배정하고 청년들에게 적합한 형태로 짓겠다"며 "청년들 처음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90%까지 인정하고 장래소득까지 인정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개선하고 월세 지원과 취득세, 등록세 감면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역시 일자리와 주거문제를 언급했다. 윤 후보는 "저출산을 막기 위해는 일자리와 주거안정이 필수"라며 "직업훈련 투자 확대, 지방청년들을 위한 지방대학과 기업의 연계, 대학의 창업기지화 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출산인센티브만 가지고 해결될 수 없다"며 "주거, 고용 그리고 육아불평등을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 역시 "좋은 직장을 만들고 주거환경을 제대로 개선해야 한다"며 "또 청년들이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으로 몰리면서 지방균형발전이 깨져버렸다. 세 가지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尹, 페미니즘·성인지 언급에...李·沈 "모르고 말하면 안 된다"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성인지 예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성인지 예산 중 어떤 걸 삭감해 국방부에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
윤 후보는 "성인지 예산은 각 부처에 흩어진 예산 중에 여성에게 도움이 된다는 차원으로 만들어 놓은 예산"이라며 "그런 예산을 조금만 지출구조조정을 해도 북핵으로부터의 대공 방어막 구축에 쓸 수 있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나라살림 행정에 대해 모르고 마구 말하면 안 된다"라며 "성인지 예산은 여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윤 후보가 제시한 정책인 범죄피해자 보호지원사업, 한부모 지원 사업이 성인지예산"이라고 비판했다.
심 후보 역시 윤 후보에게 "곁에 여성 정책을 코멘트해 주는 사람이 없나 보다"라며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밖에 없나"라고 쏘아붙였다.
윤 후보가 "성인지 예산에 대해서 모를 게 뭐가 있느냐. 다만 성과지표가 부풀려 졌을 가능성도 있는 것들을 지출조정을 하자는 말"이라고 답하자 심 후보는 "성과지표와는 상관 없는 이야기"라며 잘라 말했다.
심 후보는 윤 후보를 향해 "여성가족부 폐지와 무고죄 신설 공약은 왜 '청년 공약'에 가 있나. 깜짝 놀랐다"며 "남녀 갈라치기 해서 여성혐오 표를 얻자는 게 아니고서는 그게 왜 청년 공약인지 보고 잘 이해가 안 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후보는 "윤 후보는 저출생 원인을 이야기하다 ‘페미니즘 때문에 남녀교제가 잘 안된다, 저출생에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후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은 뭐고 ’남녀교제에 영향을 준다, 못 만나게 한다‘는 생각을 여전히 하는가"라고 물었다.
윤 후보는 "저는 페미니즘이라는 것은 휴머니즘의 하나로 여성을 인간으로 존중하는 그런 것을 페미니즘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여성의 성차별과 불평등을 현실로 인정하고, 그 불평등과 차별을 시정해 나가려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라며 "그것(페미니즘) 때문에 남녀가 못 만나고 저출생에 영향을 준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심 후보는 "윤 후보가 페미니즘이 휴머니즘의 일부라는 놀라운 말을 했다"며 비꼬았다.
◆토론 막판 대장동 충돌...尹 "이보세요" 李 "누가 진짜 몸통인지"
이 후보와 윤 후보는 토론 막바지 대장동 의혹을 두고 크게 맞붙었다. 포문은 윤 후보가 열었다. 윤 후보는 "대장동 사건을 (이 후보가) 시장으로서 설계하고 승인했지만 검찰은 이 수사를 덮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은 다 안다. 이 후보가 아이 키우고픈 나라를 이야기하고 노동 가치를 이야기하고 나라 미래를 이야기한다는 건 국민을 우습게, 가볍게 보는 처사"라고 날을 세웠다.
이 후보는 "대선이 끝나더라도 특검을 하고 거기에서 문제가 드러나면 대통령에 당선돼도 책임을 지자. 동의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에 윤 후보는 "이것 보세요"라고 답했다. 이 후보가 네 차례 연속 "동의하느냐"고 거듭 묻자 윤 후보는 다시 "이거 보세요"라며 언성을 높였다.
윤 후보는 "지금까지 다수당으로서 수사 회피하고. 대선이 국민학교 애들 반장선거인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검찰이) 덮었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이 후보 역시 "그러니깐 특검하자고요. 왜 동의를 안 하느냐"고 받아치자 윤 후보는 "당연히 수사가 이뤄져야죠. 왜 당연한 것을 지금까지 안 하고 있었나"라고 말했다.
윤 후보는 "검찰에서 사건 덮어 여기까지 왔으면 그런 건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지, 국민들한테 이게 뭡니까"라고 쏘아붙였다. 이 후보가 "국민 여러분 한번 보십시오. 누가 진짜 몸통인지"라고 말하자 윤 후보는 "거짓말에 워낙 달인이다 보니 못 하는 말씀이 없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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