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재명, 과거·현재권력...김재연은 '미래 권력' 향해 나아갈 것"
[더팩트ㅣ종로=송다영 기자] "현실적인 정치만 할 거면 새로운 꿈을 꾸면 안 되죠. 김재연은 '지금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들', 즉 '기득권'을 대변하는 게 아닙니다. 저는 '세상을 뒤집어버리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치를 하는 사람입니다."
1980년생 김재연 진보당 후보(41세)는 20대 대선 '최연소' 여성 후보다. 이번 대선 후보 14명 중 보유 재산을 줄 세우면 맨 꼴찌다. 자신을 '기득권의 대척점에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한 김 후보는 20대 시절부터 진보정치의 발을 들여 생의 절반 이상 정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2012년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대표로 당선됐으나 2년 후 헌법재판소의 당 해산 명령에 따라 '의원직 박탈'이라는 파도에 휩쓸려야 했다. 그는 그렇다고 포기하진 않았다. 이후 민중연합당, 민중당(합당)을 거쳐 2020년부터는 당명을 변경해 진보당에 적을 두고 있다.
김 후보는 "70여 년간 우리 은 과거의 권력' '이재명 후보는 '철저히 실패했다'고 평가되는 현재의 권력을 잇는 더불어민주당 후보'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사회를 번갈아 가며 집권한 거대 여당이 만든 '불평등한 구조'를 깨 보고자 한다"며 자신이야말로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거대 양당 대선후보를 향해서는 '윤석열 후보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은 과거의 권력, 이재명 후보는 '실패했다'고 평가되는 현재의 권력을 잇는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라는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을간의 연대'는 쉽지 않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정의당·진보당·녹색당·노동당·사회변혁노동자당이 진보진영 대선후보 단일화 논의에 착수했지만 끝내 불발됐다. 같이 내건 '주4일제' 공약에서조차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것과 다르다고 김 후보는 강조했다.
진보 정치가 다시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 후보는 "힘없는 사람들은 연대하고 단결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카메라로 비유하자면 그는 '집광력(集光, 렌즈가 빛을 모으는 성능)'이 높은 대선 후보다. 길에서 만난 그들은 김 후보에게 먹고사는 게 바빠 정치에 관심을 두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런 노동자들에게 김 후보는 '완벽한 이방인'이나 다름없다. 김 후보는 '노동조합을 권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외친다. '귀족 강성노조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는 안철수 후보에게는 "귀족이 길바닥에서 몇십일씩 파업할 이유는 없다"고 강변한다.
<더팩트>는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진보당 당사에서 김 후보를 만나 대선 출마 이유, 주요 공약, 진보 정치의 미래 등을 물었다.
-20대 대선 출마 이유는 뭔가.
거대 기득권 보수 양당이 70년 동안 독식했던 정치 구조를 깰 수 있는, 유권자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온 새로운 대안의 정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그것을 진보당과 또 최연소 여성 후보로서 제가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선보이겠다는 생각이다.
이번 대선에서 유력 후보들이 다들 청년들 표심 잡기에 초반부터 굉장히 몰두한 반면, 청년들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 때문에 정치에 대해 굉장한 불신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기득권 거대 양당이 독식하는 (현재의) 정치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면 청년들을 위한 '정치 쇄신', 대한민국의 여러 위기 국면들을 극복할 수 있는 '미래 비전' 같은 것들도 제시할 수가 없다고 본다.
-주4일제 공약과 관련해 (같은 공약을 한) 심상정 정의당 후보와의 차별점은 뭔가.
일단 저는 '임금 삭감 없는'이 반드시 붙어야 한다. 지난해 8월 첫째 주에 후보 출마 선언을 할 때부터 '임금 삭감 없는 주4일제'를 가장 내세웠다. 심 후보의 경우, 공공기관부터 주4일제라든지 또는 이른바 이 몇몇 혁신 기업이라 불리는 기업들을 이제 먼저 찾아다니시는 것 같더라. 저는 어디를 먼저 하든 그건 별 의미가 없다고 본다.
처음부터 주4일제는 어떤 코로나 시기에 비대면 재택근무도 가능해졌으니 좀 근무 형태를 다양화하는 의미에서의 기업 혁신 차원에서 접근하는 게 아니다. 짧은 시간에 더 많은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게 만드는 것이 의미가 아니라 지금 생산성이 이렇게까지 늘어났는데 물건이 남아돌 정도로 지금은 수요보다 공급이 훨씬 많은 시대가 되었는데 왜 여전히 노동자들은 이렇게 죽도록 일을 해야 하지? 그건 정말 좀 이상하지 않나? 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하는 거다. 저는 지금의 21세기 대한민국은 그 정도로 누릴 수 있을 정도의 경제 성장 사회 시스템이 이미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 그렇다면 '삭감 없는 주4일제'를 실행하려면 뭐부터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정부와 사회가 전체 시스템을 주4일제 시스템에 맞춰가기 위한 '사회적 합의'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주4일제 완전 적용을 위해서는 자신들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손쉽게 할 수 있는 기업이나 공공기관 외에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주4일제를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 생길 것이다. 그런 곳에는 정부에서 임금 지원 같은 것이 필요하다. 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바꾸기 위해 좀 더 많은 휴식과 시간이 부여돼야 한다는 합의를 만드는 것이 대통령이 선도해야 할 담론이라고 생각한다.
- 국민은 이미 '최저임금 인상' 여파로 힘들었던 과거 경험이 있는데.
저는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때까지 정부가 중소 영세 사업장들에 대해 충분한 지원을 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약속을 소신 있게 지켜내지 못했기 때문에 효과는 효과대로 거두지 못했고 중소 상인들 같은 경우는 또 그 자체로 어려움을 호소했던 거라고 본다.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지난 1차 TV토론에서 '강성 귀족노조' 때문에 청년 일자리가 원천 차단된다고 주장하며, 경제 공약으로는 '귀족 노조 혁파'를 내놨다.
(토론을 보니) 안철수 후보는 철저히 기업가 마인드더라. 기업가라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기업이 이윤을 내기 위해선 노동자가 내는 목소리에 다 귀 기울일 수가 없다. '노동자가 목소리가 크면 기업의 이윤을 해친다'라는 편견이 깔려 있다고 본다. 노동조합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 수 있는 많은 부분들까지 폄하하는 거다.
그리고 (안 후보가) '귀족 노조'라는 표현을 쓰는데, 귀족은 '세습'되는 거다. 세습될 정도로 신분이 탄탄한 사람들이 뭐 하러 시위를 하나? 시위를 해야 할 정도의 사람들, 강성으로 보일 정도의 사람들이면 귀족일 수가 없다. 그런 사람들이 길바닥에서 몇십일씩 파업하고 농성을 하겠나. 노동조합이 시위를 할 때마다 '강성노조' '귀족노조'란 말을 같이 쓰곤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노동조합을 통해 저항의 목소리를 내는 노동자들에게 '나쁜 프레임'을 덮어씌운 '정치 선동'이라고 본다.
얼마 전 윤석열 후보는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가서 '박 전 대통령의 경제·사회·혁명을 꼼꼼히 배우겠다'고 하더라. 그 경제·사회·혁명이라고 하는 것이 노동자의 희생은 경제 성장에 위해서 불가피하다, 그래서 거기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탄압도 불사한다 아니었나. 그 결과가 1970년 전태일 열사의 죽음으로까지 귀결된 거다. 윤석열 후보나 안철수 후보나 아직도 그 낡은 '18세기적 가치관'에 머물러 있구나라는 생각이다.
-본인은 '노동조합을 권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노동조합은 헌법에 보장된 것으로 우리 학교 때도 배우지 않나. 노동법이 존재하고, 노동자로서 근로기준법이 나를 지켜줘야 한다는 건 상식이다. 직장에 들어가서 노조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상식적인 것을 이야기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건데, 사람들이 깜짝 놀라는 게 좀 이상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 현 정부가 산업재해 감소를 약속했고, 중대재해처벌법도 지난 1월부터 시행됐지만 노동자의 '죽지 않을 권리'는 계속 안 지켜지는데.
중대재해처벌법의 경우, 정치권의 태도가 매우 걱정스럽다. 재벌 대기업들은 어떻게든 처벌을 피해가기 위해서 대형 로펌들을 끼고 꼼수를 강구하고 있는데, 유력 대선 후보들은 경영계 달래기의 일종으로 '기업에 대한 규제가 너무 심하면 안 된다' '(재벌을 찾아가) 나는 반기업이 아니다'고들 한다. 기업을 규제한다는 것을 어떤 선악의 개념에서 악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사회의 공공성을 위해 사람의 생명과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기준을 이탈하는 기업은 단호하게 규제의 대상이 돼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기후 위기 문제에서도 우리 사회의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을 정도의 탄소를 배출한다거나 환경을 파괴하는 기업에 대해서도 규제가 필요하다.
-주요 공약 중 '110만 돌봄 노동자 국가 직접 고용'을 약속한 것도 눈에 띈다.
2년 정도 공들여 야심 차게 준비한 공약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돌봄 노동에 대한 유권자들의 사회적 요구는 굉장히 높아졌다. 돌봄 노동 자체가 가진 가치를 사회적으로 합의하고 인정해야 된다는 거다. 현 최저 수준의 임금을 적정한 수준까지 높여줘야 되고, 그러려면 국가가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연히 성평등과도 연관되는 문제기도 하다. 지금은 민간업자들이 돌봄 노동 시스템을 거의 장악을 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중년 이상의 여성들이 (진입장벽 없이) 용돈 벌이하는 수준으로 하는 가장 하찮은 노동처럼 평가절하되고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선 질 좋은 돌봄이 가능하지 않다.
- 본인과 당의 정치 방향이 '너무 비현실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현실적인 정치만 할 거면 새로운 꿈을 꾸면 안 된다. 그건 '현실에 만족하라'는 얘기와 다름없는 거잖나. 김재연은 '지금의 현실에 만족하는 사람들', 즉 기득권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저는 '도대체 이런 세상에서는 살 수가 없다' '정말 떠나고 싶다' '세상을 뒤집어버리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치를 하는 사람이다. 김재연이 하는 이야기는 내일의 이야기이지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라는 말씀을 드린다.
윤석열 후보는 이미 국민들로부터 심판받은 '국민의힘' 과거의 권력이고, 이재명 후보는 '철저히 실패했다'고 평가되는 현재의 권력을 잇는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다. 김재연은 아직은 권력을 가지지 못했지만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꿈꿀 수 있는 그런 '미래의 권력'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유세 중 가장 많이 만나는 유권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비정규직 노동자들. 그중에서도 상당수는 노동조합을 만난 지 얼마 안 되신 분들이다.
-젊은 사람들인가?
그렇지도 않다. 오늘 신촌에서 만난 분들은 배달 '라이더' 노동자들이었다. 20대뿐 아니라 가장으로서 돈을 많이 벌어야 되는 40~60대분들도 많다. 또 청소 노동자라든지 요양 서비스 노동자라든지 학교에서 급식실 조리실 노동자 등이 있다. 이들의 대체적 공통점은 노동조합을 만나기 전에는 진보 정치를 잘 몰랐다는 거다. 진보 정치에 대해서는 '빨갱이 아니냐' 이런 생각들도 많이 가지고 계시고, '먹고 사는 게 바빠서' 정치 자체에 관심을 두기 어려웠던 분들이다.
-유권자들이 본인을 만나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뭔가.
저를 보면 '완전히 새로운 종의 사람을 만났다' 이런 말씀들을 많이 해주신다. 자신은 여태까지 '(정치는) 다 그놈이 그놈이다' 라고 생각하고, 그런 (보수) 정치인들만 있는 줄 알고 평생 그쪽으로만 투표를 하거나, 아예 투표를 안 하고 살아왔었다는 거다.
또 저는 보통 힘든 분들을 찾아가서 만나기 때문에 하소연도 굉장히 많이 듣는다. '제발 좀 인간답게 좀 살고 싶다' '때 되면 밥도 좀 먹고 여름에는 좀 시원한 데서 일하고 어디 가서 이제 욕짓거리(폭언) 좀 안 듣고 살고 싶다'는 말씀을 굉장히 많이 한다. 배달 노동자는 1년 평균 이륜차 운전자 사망자 수가 400명이 넘는데 그중 300명 이상이 배달업 종사자라는 말도 전해줬다. 어제는 광주 아이파크 합동 사고 현장, 그저께는 여천NCC 폭발 사고 현장에 다녀왔는데 '죽지 않고 살고 싶다' 이런 말씀들도 많이 하신다.
- '을간의 연대'가 힘든 사회다. 진보 정치가 다시 살아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보 정치는 단결해야 된다. 연대라고 하는 표현으로는 좀 부족하다. 헌법이 노동3권을 보장하는 이유는 노동자 같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서 단결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뿔뿔이 흩어져 있으면 힘이 없으니 힘을 모아서 파업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거다.
지난 10년 가까이 민주노총조차 진보 정치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할 수 없을 정도로 진보 정당이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었다. 전 이 흩어진 갈래를 하나의 선택지로 만들어내기 위해서 가장 앞장서서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진보 단일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몇 개월 동안 노력했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성사시키지 못했다. 앞으로 하나의 선택지를 만들어 힘 있는 진보 정치를 안겨드리는 것이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정치를 바라는 분들께 부응하는 답이라고 생각한다.
- 오는 3월 9일, 유권자들의 선택이 '김재연'이어야 하는 이유는 뭔가.
한국 사회의 낡은 기득권 정치에 대해 '이제 좀 갈아엎었으면 좋겠다' '지긋지긋하다'라며 변화를 열망하시는 분들의 갈증을 채워줄 정치인을 기다리셨다면 '12번 김재연이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김재연 진보당 대선 후보는 누구? 1980년생으로 만 41세다. 반값등록금 시위를 주도했고, 통합진보당 청년비례로 19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직업교육훈련 촉진법 개정안, 차별금지법 발의 등 의정활동을 이어오는 중 2014년 통합진보당 강제해산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다. 이후 의정부에서 인생서점을 운영, 다시 바닥에서 진보정치 활동을 재개하였으며 현재 진보당 상임대표를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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