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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석] 대선후보 자극적 언동, 이래서 되겠습니까

  • 정치 | 2022-02-21 00:00

지금 대선 유세장은 비방·독설 난무…정책 경쟁 실종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각각 유세 중인 모습. /이선화 기자, 국회사진취재단
대선을 앞두고 여야 간 네거티브 공방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윤석열(왼쪽)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각각 유세 중인 모습. /이선화 기자, 국회사진취재단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지난달 개봉한 영화 '킹메이커'에는 선거를 소재로 한 정치 영화다. 영화 제목처럼 주군을 대통령으로 만들려는 '그림자' 서창대(이선균 분)와 정도를 달리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 분)이 등장한다. 서창대는 흑색선전의 귀재다. 선거판의 여우라고 불렸던 그는 영화에서 지역감정을 유발하며 유권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선거전략을 동원한다. 그리고 그런 전략은 통했다.

번번이 낙선했던 김운범은 서창대의 기발한 선거 전략으로 총선 승리는 물론 대선후보로 지명되는 등 승승장구한다. 서슬 퍼런 군사 정부의 방해와 공작, 당내 기반이 없었음에도 연전연승이었다. 민주주의를 이루고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꿈이 가까워졌다. 이 과정에서 서창대의 선거 방식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정도를 걷는다는 신념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에 김운범의 고민은 깊어진다. 본격적으로 대선이 시작되자 동교동 자택 폭탄 테러를 계기로 서창대와 결별한다.

최근 대선 선거운동도 영화 속 내용처럼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대한민국의 청사진을 내놓는 데는 소극적이다. 오로지 '표'를 위해 자극적인 언동이 비일비재하다. 상대방을 흠집 내려는 비방이 난무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진흙탕 싸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야는 '정권 재창출'과 '정권교체'만 외칠 뿐 희망과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비전은 찾기 어렵다.

선거운동이 상대방의 약점과 의혹을 물고 늘어지는 네거티브 유세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7일 서울 광화문 거리유세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뭘 알아야 국정을 할 게 아니냐"며 비난했다. '주술'논란도 거론했다. 그는 "주술에 국정이 휘둘리면 되겠나. 최모 씨는 점은 좀 친 것 같은데 주술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근혜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부각하며 윤 후보 부부의 '무속' 논란을 건드렸다.

대선 선거 유세 분위기가 네거티브로 가열되는 양상이다. 상호 비방전이 난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는 이 후보와 윤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대선 선거 유세 분위기가 네거티브로 가열되는 양상이다. 상호 비방전이 난무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김대중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21주년 기념식에서 대화하는 이 후보와 윤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때가 덜 탄(?) '정치 신인'도 다를 바 없다. 극단적인 선동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날 경기 안성 유세에서 이 후보를 겨냥해 "불법에 유능한가"라며 직격했다. 더 거친 발언도 나왔다. 정부·여당을 '파시스트', '무솔리니’ 등으로 비유했다. 이어 용인 유세에서도 "독일의 나치, 이탈리아의 파시즘, 소련 공산주의자들이 늘 하던 짓이 자기 과오를 남에게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며 "이런 허위 선전 공작은 전체주의자들 전유물"이라고 주장했다.

장외전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의 초밥 '10인분 주문' 논란으로 공방을 벌이다 이제는 '옆집' 의혹으로 다투고 있다. 이 후보 분당 아파트 옆집에 경기주택도시공사(GH)가 '직원 합숙소' 명목으로 '대선 준비 조직'을 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두고도 옥신각신이다. 반려견 지지를 두고 여당 의원과 야당 대표가 설전을 벌이는 촌극이 벌어졌다. 거대 양당이 온통 의혹 공세에만 몰두하고 있다.

대선일이 가까워질수록 선거 열기는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여러 현안이나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후보의 대안이나 정책 경쟁은 더 찾기 어려워질 것으로 본다. 비호감도와 피로도는 더 커질 것이다. 개혁과 혁신을 주창하지만 과거 선거와 다를 게 없는 이번 대선이다. 유력 대선 주자 배우자들도 '과잉 의전'과 '허위 경력 기재' 의혹으로 대국민 사과한 뒤 자취를 감췄다. 여러 모로 역사에 남을 만한 대선인 듯싶다.

'당선'이라는 목적만큼 유권자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과정도 매우 중요하다. 아무리 선거가 치열한 다툼이라고는 하지만 페어플레이는 기본이다. 영화 킹메이커에서 김운범의 대사다. "어떻게 이기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왜 이겨야 하는지가 중요한 법이다." 대선 후보가 새겼으면 한다. 상대를 헐뜯기보다 '왜 대통령이 돼야 하고, 어떻게 국정을 이끌 것인지'를 설득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기 전부터 환멸을 느끼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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