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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2022] '구애의 노래' 후보 4명 중 3명은 '질풍가도' 튼다

  • 정치 | 2022-02-18 05:00

李 '소확행 홍보' 尹 '아파트 저격' 沈 '신호등 빗댄 노랑' 安 '수신제가 강조'

제 20대 대선 후보들의 거리 선거 유세가 본격화되며 길거리에는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애원하는 '구애의 노래'가 흐르고 있다. (왼쪽부터)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남윤호·이선화 기자, 정의당, 임세준 기자
제 20대 대선 후보들의 거리 선거 유세가 본격화되며 길거리에는 자신들에게 표를 달라고 애원하는 '구애의 노래'가 흐르고 있다. (왼쪽부터)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남윤호·이선화 기자, 정의당, 임세준 기자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20대 대선 후보들의 거리 선거 유세가 시작했다. 길거리에는 표를 달라고 애원하는 '구애의 노래'가 흐르고 있다. 여느 대선 때처럼 유권자들의 귀를 사로잡고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빠른 박자의 노래들이 주를 이뤘다. 이번 대선의 최고 인기곡은 응원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질풍가도'로, 주요 4당 중 세 곳에서 선거 노래로 채택했다.

1번 이재명 후보가 속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식 유세 노래는 10곡으로 △'아모르파티' △'뿜뿜' △'진또배기' △'질풍가도' △'안동역에서'△'상상더하기' △'Tears' △'남행열차' 등이다. 이와 함께 자체 제작곡인 '나를 위해 이재명'과 'Be with you'도 있다.

민주당이 택한 노래들은 전반적으로 빠른 박자에 밝은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노래 중 '아모르파티'의 개사 내용을 보면 '뽑지 말고 심어주세요/ 임플란트도 지원해 /면접 지원 상병 수당 당연해 /경제 대통령' 등의 가사를 넣어 자신의 인기 공약이었던 '소확행' 공약들을 나열한 것도 눈에 띈다.

민주당이 택한 노래들은 전반적으로 빠른 박자에 밝은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남윤호 기자.
민주당이 택한 노래들은 전반적으로 빠른 박자에 밝은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남윤호 기자.

2번 윤석열 후보가 속한 국민의힘 공식 유세 노래는 총 15곡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아파트' △'찐이야' △'아로하' △'찰랑찰랑' △'HIP' 등이다. 국민의힘 선곡의 경우, 전반적으로는 밝은 분위기의 곡들이 포진했지만, 느리고 잔잔한 노래도 2곡(바람이 불어오는 곳, 어느 60대 노부부이야기) 들어가 있다. 국민의힘 측은 "어려운 시기를 겪는 국민들 삶에 작은 위로를 드리기 위함"이라고 느린 박자의 노래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밖에 다양한 세대를 포섭하겠다며 동요 '우리 모두 다 같이'를 주제곡에 넣은 것도 특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 인근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며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또, 국민의힘 노래 중에는 현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저격하는 '아파트'가 포함돼 있다. 노래 가사를 보면 '벼락같이 오른 집 값/ 금으로 만들었나/ '벼락거지'같은 신세 / 그 누가 만들었나/열심히 살아봤자 집 하나 없는 세상/언제쯤 가질까 나오는 한숨' 등 '정권 교체'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겼다.

3번 심상정 후보가 속한 정의당의 공식 유세송은 △'오로나민씨' △'캐논변주곡' △'간 때문이야' △'질풍가도' △'미스터 츄' △'신호등' 등 총 6곡이다. 중독적인 멜로디 중심으로 심 후보의 이름과 기호가 반복적으로 노출돼 타 후보들의 노래들과 비교했을 때 '직관적'인 게 특징이다.

심 후보의 유세 중 '신호등'은 기존 선거에서 사용하던 곡이 아닌 새로 채택된 노래다. 가사를 보면 정의당의 '노랑색'을 강조해 거대 양당 후보 외 자신에게도 선택지가 있음을 강조한다. 가사를 살펴보면 '새빨간 얼굴의 이상한 너(윤석열 후보)/ 너와는 확 다르네/ 새파란 얼굴의 무서운 너(이재명 후보)/ 너와는 확 다르네/ 붉은색 푸른색 그 사이 정의당 심상정은 노란색 기호 3번' 등 거대 양당 대선 후보를 저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심 후보는 '신호등' 노래를 통해 거대 양당 대선 후보 외에 '3번 정의당'에게도 선택지가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당 제공
심 후보는 '신호등' 노래를 통해 거대 양당 대선 후보 외에 '3번 정의당'에게도 선택지가 있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다. /정의당 제공

심 후보의 홍보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류호정 의원은 "(신호등 노래가) 지금 저희 상황과 잘 맞고 양당 정치를 전환하고자 '정의당의 노랑색도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다"고 채택 이유를 밝히며 "신호등 같은 경우, 청년 당원들이 선거송을 전하기 전부터 '이 곡을 채택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많이 주시기도 했다"고 밝혔다.

4번 안철수 후보 소속 국민의당의 공식 유세 노래는 8곡으로 △'4번 타자 안철수' △'안철수 갈매기' △'안철수신제가치국평천하' △'동행'(이하 자작곡) △'슈퍼스타' △'질풍가도' △'Higher' △'사랑으로' 등이다.

안 후보의 경우, 목록에 자작곡이 다수 포함돼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동행'은 안 후보가 지난 2020년 총선 당시 직접 부른 음원을 공개하며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안 후보는 '이름 모를 작곡가 분이 메일로 저와 제 아내의 유세를 보고 작곡했다며 보낸 곡'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선거 노래는 거대 양당 후보가 가족을 둘러싼 '리스크'로 고초를 겪고 있는 만큼 '디스'(disrespecet, 힙합 장르에서 랩으로 상대를 비판하는 행위)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힙합' 곡이 채택된 것이 특색이다. 지난 15일 경상북도 구미시 구미역을 찾아 시민들에 지지를 호소하는 안 후보. /임세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선거 노래는 거대 양당 후보가 가족을 둘러싼 '리스크'로 고초를 겪고 있는 만큼 '디스'(disrespecet, 힙합 장르에서 랩으로 상대를 비판하는 행위)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힙합' 곡이 채택된 것이 특색이다. 지난 15일 경상북도 구미시 구미역을 찾아 시민들에 지지를 호소하는 안 후보. /임세준 기자

거대 양당 후보가 가족을 둘러싼 '리스크'로 고초를 겪고 있는 만큼 양당 후보를 '디스'(disrespect, 힙합 장르에서 랩으로 상대를 비판하는 행위)하는 듯한 내용이 담긴 '힙합' 곡이 채택된 것도 안 후보 선거송 만의 특색이다.

안철수 후보의 이름과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를 합친 말인 '안철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지난달 20일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장 배경 현수막에서도 사용된 바 있다.

노래 랩에는 '수신이 잘돼야/나라가 잘살지/ 몸과 마음을 정화/가정을 안정/나라는 공정/천하를 평정' 진정성을 가지고/지성을 겸비한 덕성으로/맑음 희망 상식 합리' 등의 가사가 포함됐다. 양당 후보와 차별화된 자신(군 복무 이력 있음 등)과 가족(배우자 김미경 교수·딸 안설희 박사)을 부각하며 표심을 더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대선 유세 노래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스포츠 응원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질풍가도(2006, 노래: 유정석, 작곡: 박정식)'다. /국회사진취재단
이번 대선 유세 노래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스포츠 응원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질풍가도(2006, 노래: 유정석, 작곡: 박정식)'다. /국회사진취재단

특히 스포츠 응원곡으로도 널리 알려진 '질풍가도'(2006, 노래: 유정석, 작곡: 박정식)는 이번 대선 유세 노래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4명의 주요 대선 후보 중 3명이 사용 중이다. 질풍가도는 애니메이션 '쾌걸 근육맨'의 여는 곡으로 처음 사용됐지만, 도전적인 가사와 빠른 박자에 희망적인 곡조가 큰 인기를 얻어 이후로는 야구 응원곡을 비롯한 역대 총선과 대선 유세 노래 등으로 널리 알려졌다.

원작자인 박정식 음악감독은 <더팩트>에 "(처음) 일본 애니메이션의 한국판 오프닝 노래로 의뢰를 받고 작·편곡한 노래라 해당범위 밖에서 사랑받는 부분에 대해 어안이 벙벙했다. 처음부터 정치색을 가지고 있던 노래는 아니었으므로 공정하고 깨끗한 경쟁에 쓰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난 총선에선 거의 정점을 찍을 정도로 (해당 곡이)인기였다. 이번 대선에서도 일찌감치 유력 후보들 측에서 문의가 있었다. 요즘 말로는 '가슴이 웅장해지는' 느낌"이라며 말로는 설명 못 할 뿌듯함이 있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개사할 경우) 따로 개작동의서 승인을 받고 (당이) 개사한다. 개사된 부분까지 보내주는 경우는 거의 없으나, 이번 대선에는 민주당 측에서만 보내주셨다"라고 했다. 저작권료에 대해선 "원작자들마다 제시하는 금액이 다 다르고, 이와 별개로 (사용자 측이) 저작물 사용료를 협회에 지불해야 하는데 그 금액은 원작자들에게 수수료 없이 전달된다"고도 전했다.

그는 "노래 제작 당시 애니메이션 음악 제작 비용이 열악해 높은 퀄리티의 노래를 만들기가 어려웠는데, 개인적 반발심으로 자비를 들여가며 국내 최고의 연주가들과 협연해 녹음했다"며 "이 노래를 계기로 인정을 받아 제작비도 두 배 이상 올랐고, 여러모로 제게 의미 있는 노래"라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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