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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추적' 박지현 "尹, 대통령 되면 여성 살기 더 힘들어져"

  • 정치 | 2022-02-16 00:00

"李,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전국 확대 공약 낸 사람"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25)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 그는 지난 2019년 대학생 기자 시절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에 잠입 취재해 'N번방'의 존재를 알렸다. /국회=이선화 기자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25)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 그는 지난 2019년 대학생 기자 시절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에 잠입 취재해 'N번방'의 존재를 알렸다. /국회=이선화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신정인 인턴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다 개인적인 문제다'라고 한 발언을 보며 '내가 민주당에 와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했다."

이른바 'N번방 불법 성착취 사건'을 세상에 폭로한 활동가 '추적단 불꽃'의 박지현(25)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 그는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남·녀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뽑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먼저 이렇게 답했다.

박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페미니스트'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 후보는 적어도 사회 문제를 이야기했을 때,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공감하고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 시절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를 전국 최초로 설치하는 등 '업무 추진력'이 강한 사람이라는 점도 자신이 민주당 선대위를 선택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19년 대학생 기자 시절 텔레그램 성착취 대화방에 잠입 취재해 'N번방'의 존재를 알렸다. 그는 '추적단 불꽃'의 '불'이라는 활동명으로 활동할 땐 신변의 문제로 신상을 비공개했다. 그런 박 위원장이 두려움을 떨치고 정치권에 나선 이유는 활동가로서 사회 변화에 대한 '정체기'를 체감하면서다.

그는 2년 넘는 동안 디지털 성범죄 근절에 대한 목소리를 꾸준히 냈고, 여러 활동을 이어갔다. 범죄 주요 가담자들의 중형(조주빈 문형욱 등)을 이끌어내는가 하면 N번방 방지법'도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일상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들을 위해 달라져야할 것들은 여전히 많다. 불법 성착취 가해자에 대한 수사 인력과 기술력은 부족하다. 또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 등은 전혀 안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박 위원장에게 여의도행을 권한 건 권인숙 민주당 의원이었다. 권 의원은 '정치를 해보는 것도 자신의 목소리에 힘을 키우는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박 위원장에게 선대위 합류를 제안했다. 고민 끝에 지난 1월 선대위에 연대한 한 박 위원장은 현재 선대위 여성위에서 이 후보의 여성 공약들을 논의하고 있다. 다른 민주당 내 여성분들도 박 위원장에게 '용기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한다고 한다.

대선 이후에도 정치 행보를 이어나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박 위원장은 당장은 현재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원래는) 2019년까지만 해도 졸업을 앞두고 유학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이 자리까지 왔다. 결국 계획대로 되는 게 없더라"며 웃었다. 다만 '디지털 성범죄 근절'이라는 목표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면 뭐든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추적단 불꽃'은 2019년 7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최초로 취재하고 보도했다. 이듬해 한겨레, 국민일보를 통한 심층 보도를 이어갔다. /(왼쪽) 한겨레 'N번방' 심층보도 기사 일부, (오른쪽)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 기사 일부. /한겨레·국민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추적단 불꽃'은 2019년 7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최초로 취재하고 보도했다. 이듬해 한겨레, 국민일보를 통한 심층 보도를 이어갔다. /(왼쪽) 한겨레 'N번방' 심층보도 기사 일부, (오른쪽)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 기사 일부. /한겨레·국민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N번방 취재를 통해 달라진 삶을 실감하나.

매순간, 매번 느낀다. 2년 반 전엔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면 이제는 정말 '활동가'이자 '기자'가 됐다고 생각한다. 그전엔 '이상'을 기대하고 살았다면, 이젠 '현실'을 알아버리게 된 것도 좀 큰 차이다.

-'이상'이라고 하면?

(그전엔) 모두가 큰 문제 없이 잘 사는 사회를 기대했다. 범죄가 있다고 해도 정말 극소수의 일이고, 내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N번방을 취재하고 보니) 극소수의 일이 아니었던 거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사회가 우리 일상이 정말 안전하지 않다는 걸 너무 많이 알게 됐다.

-'추적단 불꽃'으로 치열하게 디지털 성범죄와 싸워왔다. 이로 인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얻은 것은 '디지털 성범죄가 심각한 범죄다'라는 사회 인식이 생겼다는 것. 또 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이제 일상을 찾을 수 있는 기회의 문이 조금이나마 열렸다는 게 있다. 반대로 잃은 것은...(잠시 침묵) 세상에 대한 아름다움과 기대라고 해야 하나. 대학 시절엔 해외 봉사에 가거나 대외활동하면서 모르는 여자, 남자분들과 친하게 지내는 걸 엄청 좋아했었다. (지금은) 코로나 탓도 있지만 이젠 '내가 쟤를 어떻게 믿고 쟤랑 술을 마시나' 뭐 이런 생각도 하게 되고, 사람을 전처럼 잘 믿지 못하게 됐다.

-디지털 성범죄 근절 간담회 자리에서 이재명 후보가 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30%는 남성" "'여성'이 안전한 세상이 아니라 '사람'이 안전한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등 발언에 대한 본인 생각은.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 범죄로 인한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특히 불법 촬영 범죄 같은 경우, 통계적으로 여성 피해자가 80~90% 정도고 남성 가해자들이 90%인 것들을 봤을 때 여성 피해자가 훨씬 많은 건 맞다. 그렇다고 남성 피해자가 없는 건 아니고, 또 이 부분을 여성 이슈로 가둬버리면 '젠더 갈등'이 될 수 있으니 '여성, 남성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보고 같이 해결해나가자' 라는 의미로 말씀하신 게 아닐까 싶다. 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N번방 같은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여성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아쉬움도 있었다. 소위 '이대남'을 잡기 위한 조심하는 발언이 아니냐는 말인데, 그 부분이 없진 않았을 것 같다고 본다.

박지현 민주당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은 N번방을 취재 이후 180도 달라진 삶을 이야기했다. 그는 취재를 통해 '성범죄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사회가 우리 일상이 정말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박지현 민주당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은 N번방을 취재 이후 180도 달라진 삶을 이야기했다. 그는 취재를 통해 '성범죄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우리 사회가 우리 일상이 정말 안전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는 뭔가?

이 후보는 공약 이행률이 높은 사람이다. 본인이 국민과 약속하면 분명히 이행할 거라고 본다. 이번 대선에도 좋은 공약들이 많은데,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대선 20여 일 전이지만, 부족한 공약들이 있다면 저도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면서 추가할 계획이다.

또 다른 이유는 이 후보의 공약 중 하나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원스톱 지원센터' 전국 확대 설치이기 때문이다. 전국에 있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연락이 온다. 경기도 거주자라면 경기도 원스톱 센터를 안내해주면 되는데, 그 외 지역 분들은 현실적 지원을 못 받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반대로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나?

며칠 전에도 (윤 후보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다 개인적인 문제다' 이런 발언을 했지 않나. 그걸 보고 '내가 이 당에 와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도 여가부가 뭘 하는 지는 알고 그런 결정을 한 것인지 되묻고 싶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 위안부 피해자,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자분들을 지원하는 등 여러 활동들을 해왔다. (윤 후보는) '여성'이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여가부 폐지를 외치는 것이다. 윤 후보는 자신이 사회에서 약자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사회 문제에 공감을 못하는 거라고 느꼈다.

윤 후보가 여가부 폐지를 얘기한 것 또한 '이대남'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젠더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나쁜 정치의 표본'이라고 생각했다.

-지난 1차 TV토론에서 심상정 후보의 요구로 윤석열 후보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미투 사건의 피해자 '2차 가해 논란'(김건희 씨 7시간 녹취록 관련)을 사과했다. 어떻게 봤나.

솔직히 얘기해도 되나요?(웃음) 엄청 화났죠 뭐. 저걸 사과라고 하는건가? (한숨) 언론의 잘못도 있다고 본다. 이런 녹취록을 공개했을 때 피해자가 받을 상처는 생각을 안하는 건가 싶었다.

대통령 후보 아내가 그런 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거 자체가 문제가 있다. 윤후보는 어쩔 수 없이 한 거라고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윤후보가 되면 '이 나라에서 앞으론 더 여성이 살기 힘들 수 밖에 없겠구나, 성범죄 피해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를 해버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인터뷰에서 이 후보에게 '비동의 강간죄' 공약을 제안하고 싶다고 했던데. 안철수 후보는 2030세대 반대한다는 이유로 '비동의 강간죄' 공약을 철회했다.

'비동의 강간죄'를 일부만 보고 반대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법이 의의와 이념, 그리고 법이 가진 힘을 잘 설명하면 이 법을 반대할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윤 후보 측에서는 '무고죄'를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냈었는데,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이 되면 무고죄도 필요가 없는 법안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강간죄가 성립되려면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이 성립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런데 다수가 모르지 않나.

'상대의 동의가 없는 성관계는 강간이다' 이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서로 계약서를 쓸 거냐' '약속 영상을 찍을 거냐' 이런 식의 조롱이 나오는 건 편협한 시각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외국에선 비동의 강간죄가 이미 시행 중인데,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논의가 더 필요할 것 같다.

박 위원장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를 입는 도중 신고를 했을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도록 즉각 대응하는 체계나 단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박 위원장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피해를 입는 도중 신고를 했을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할 수 있도록 즉각 대응하는 체계나 단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선화 기자

-이외에도 선대위에 제안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관련 부분이 있다면.

이전까지는 이미 디지털 성범죄 피해를 겪은 후 연락을 주는 분들이 많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피해를 입는 도중에 연락주시는 분들이 늘어났다. 가해자랑 계속해서 소통하고 있는 상황 중에 연락을 주는 거다. 이럴 경우 경찰에 연락해도 가해자를 잡지 않는 이상 '가해자-피해자'의 분리가 힘들다. 가해자와의 단톡방을 나와버리면 가해자는 (불법 성착취물을) 유포하겠다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런 부분의 신고가 들어왔을 때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함정 수사 TF를 만들거나 하는 등 더 실효성 있는 단체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내부에 하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제일 바라는 것은 뭔가.

다 똑같다. 피해 사진·영상의 '영구 삭제' 그리고 가해자들에 대한 합당한 처벌. 그런데 디지털 성범죄의 가장 무서운 점은 가해자 한 명이 잡혔다고 해서 가해가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거다. 가해자가 성 착취물을 유포하면 또 수백, 수만 명의 관리자들이 복제한다. 주요 가해자가 아닌 연관된 모든 가해자들도 다 잡혀야 하는데 경찰 인력도, 기술력도 부족하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지금 선대위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선대위 여성위 관계자들과 여성 정책 관련 수정과 보완을 함께하고 있다. 또 이 후보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획들이 있는 지도 논의 중이다. 아무래도 '이대녀' 표심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알려지지 않은 공약들을 어떻게 목소리 내는 게 좋을지 논의하고 있다. 다른 민주당 여성분들은 (저에게) '용기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얘기하더라.

-'디지털 성폭력 근절' 대담에서 디지털 성범죄 수사에 있어서 '국제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법 성착취물이 유포되는 SNS나 사이트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추적이 힘든 상황) N번방 취재 이후로 현재까지도 국제 공조가 전혀 안 되고 있다. 피해자들의 신고에 경찰에서 "수사 요청을 보냈는데 (해외의) 답변이 없다. 그래서 수사를 종결할 수밖에 없다"고 해버리면, 피해자는 더 이상 기댈 곳이 없는 거다. 경찰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국제 공조 수사 요청을 했을 때, 해외 경찰도 자국의 일이 더 중요해서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수사를) 하지 않는 거다. 국제사회에서 디지털 성범죄를 논의할 장이 더 생겨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한국 정부가 나서서 국제 공조를 이끌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주변에서 '강강약약(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하다)'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는 박 위원장.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약자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이선화 기자
주변에서 '강강약약(강자에겐 강하고 약자에겐 약하다)'이란 말을 많이 듣는다는 박 위원장. '어떤 사람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그는 '약자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이선화 기자

-한 달이면 선대위 활동은 끝이 난다. 그 뒤로도 정치 행보를 계속 이어나갈 계획인가

일단 당장에 집중하고 싶은 건 맞다. 2019년에 N번방을 발견을 하고 계속해서 경찰 수사에 협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유학 갈 생각이었다. 근데 N번방 사건이 공론화가 되면서 인터뷰 요청도 물밀듯 들어오고 코로나도 터지면서 유학을 못 갔다. 결국엔 상황이 내 계획대로 되는 게 없더라. (웃음) 이건(향후 정치 행보) 그때 돼봐야 알 것 같다. 열린 결말로 남겨달라.

-국민일보 'n번방 추적기'가 처음 연재된 게 2020년 3월9일이더라. 2년 후의 3월 9일 '대선'은 어떤 날이었으면 좋겠나.

이재명 당선, 이재명 당선! (웃음) 승리의 밤이 왔으면 좋겠다.

☞박지현 씨는 누구? 1996년생으로 만 25세다. N번방을 최초로 밝힌 추적단불꽃의 '불'로 활동하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얼굴과 이름을 밝혔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에서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겸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자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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