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력 무시 못해" vs "극적 효과 의문"…일부 친문은 '내표내맘' 냉랭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민주당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가 이례적으로 선거대책위원회 최상위 직급인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으면서 정치권이 '이낙연 등판 효과'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여권은 탄탄한 조직력과 안정감이 강점인 이 위원장이 선거운동 전면에 나서면 호남 등에서 지지율 반등을 이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 위원장이 이미 선대위에 합류해 '원팀 행보'를 해왔던 만큼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위원장을 대선 경선 때부터 지지해온 강성 지지층 일부도 '내표내맘(내 표는 내가 마음대로 하겠다)'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 위원장은 9일 총괄선대위원장 자격으로 첫 선대위 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대선 필승'을 다짐하며 '국민 신임 회복'에 주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드린 일도 적지 않다"며 "진솔하게 인정하고, 겸허하게 사죄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민주당의 모든 구성원은 국민의 신임을 얻는 데 도움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당 내부의 부적절 언행에 대해 '자제령'을 내렸다.
'국민 신임'과 관련해 이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이 후보 배우자 논란 사과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이 위원장 발언 이후 선대위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은 "이 위원장의 입장 표명이 있어서, (김혜경 씨 사과) 문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위원장의 사과 권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약 5시간 후 김 씨가 당사에서 직접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김 씨 사과의 내용에 대한 평가와 별개로, 향후에도 이 위원장이 악역을 자처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응을 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동안 이 후보 원톱 체제로 운영되면서 이 후보 및 가족 관련 논란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역할은 부재했다. 이에 당 내부에선 김혜경 씨 논란에 '가짜뉴스'라고 비판하거나, 두둔하면서 대처가 안이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당 안팎에선 이 위원장의 전면 등판이 대선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우 본부장은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대선 경선 경쟁자가 선대위원장을 맡은 일은 이례적이라는 점을 들며 '이낙연 효과'에 대해 기대 섞인 전망을 내놨다. 그는 "어떤 경쟁 상대가 공동선대위원장을 형식적으로 맡아주는 적은 있어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주는 사례는 없다"며 "(호남과 친문 지지층에) 상당한 울림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상당한 중도 확장력이 있다"(안민석 선대위 공동총괄특보단장), "민주당 전통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굉장히 큰 힘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정성호 총괄특보단장) 등의 평가도 나왔다.
실제로 역대 대선 경선을 살펴보면 아쉽게 패배한 2위 주자들이 '총괄선대위원장' 직책을 맡은 적이 없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경선에서는 정동영 전 의원이, 2007년 대선에선 손학규 전 대표가 각각 노무현·정동영 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바 있다. 2017년 대선 때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간접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지만, 공직선거법상 '공무원의 중립 의무'에 따라 선거운동에 참여할 수는 없었다.
이 위원장의 안정감과 호남 지역에 기반한 탄탄한 조직력도 지지율 반등을 이끌 요소로 꼽았다.
당 지도부에 '이낙연 총괄 체제'를 제안했다는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효과가 100% 있을 거라고 본다. 실제 경선했을 때 전국에 이 후보 조직은 별로 없었지만, 이 전 대표 조직은 많았다. 호남 향우회 등도 다 이 전 대표 쪽에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거의 움직일 공간이 없어 다 손을 놓고 있었다. '우리 당 오랜 주력 부대도 안 움직이는데 무슨 선거를 치르나'고 하면서 (이낙연 체제가) 출발한 것"이라며 "총괄선대위원장은 총체적으로 책임을 지는 자리다. 이 위원장이 선대위에 나가 있다는 것으로도 조직이 다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효과는 당연히 있다. 이 후보는 핵심 지지층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가 있지만 특히 호남에서 지지율이 많이 빠진다. 총괄은 선거 정국 전면에 나서는 것이다. 화면에 자주 나오고 목소리가 나온다면 (상임고문이나 위원장직과는) 전혀 다를 것"이라며 "5% 안팎 싸움에서 양쪽 다 지지층이 결집했기 때문에 남은 부동층은 많지 않다. 그들 중 (이 위원장이) 1~2%만 가져온다면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영향은 크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이 위원장에 대해 "나름대로 안정적으로 조직을 관리하는 데는 능력이 탁월한 분이라 (효과가 어느 정도) 있을 것이다. 또 (이 전 대표가)무리하는 이미지가 이니다. 그런 차원에서도 영향을 좀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그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추가 지지층 유입이 가능하냐는 것인데, 스윙 보터는 원래 정치인이나 정당의 충성도가 약한 사람들이라 특정인이 어떻게 됐다고 해서 그쪽으로 가는 성향을 보이지는 않는다. 그래서 (이낙연 체제가) 지지층 외연 확대에 어느 정도 기여할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이 전 대표가 이미 선대위에 합류한 상태였던 만큼 위원장직 수락만으로는 의미 있는 효과를 얻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지지도에 크게 변동이 있겠나. 결국 후보가 헤쳐나가야 할 부분이 있고, 극복해야 할 부분이 있으니 그렇게 큰 반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도 "이 위원장은 이미 선대위에 합류했다. 지금까지도 계속 갈등을 빚고 있었다면 극적인 카드가 될 텐데 이미 합류해서 함께 돌아다녔다. 그야말로 직함만 바뀐 것이라 상징적인 의미 이상 뭐가 있을지 의문이다. 지금 워낙 호남 표심이 많이 흔들리니까 다잡기 위해 카드를 억지로 만든 건데 그렇게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온라인상에서 이 위원장 지지자로 추정되는 일부 네티즌들도 "이낙연 대표님의 결정은 존중하지만 이재명은 절대로 지지하지 않는다"라며 '내표내맘'(내 표는 내 마음대로)이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을 공유하고 있다.
한편 이 위원장 등판을 두고 내부에서 잡음도 나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이 위원장이 지난해 대선 경선 과정에서 대장동 의혹과 관련해 이 후보를 근거 없는 네거티브로 저격했다며 "대장동 비리 주인공이 이재명인 것처럼 만들어가게 빌미를 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에게 대장동 비리 범인으로 몰았던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것을 시인하고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동학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은 "지금은 경선 과정의 잘잘못을 헤집기보다는 지지자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달래고 함께 뭉칠 때"라고 호소했다. 추 전 장관은 해당 글을 삭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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