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도 주어도 없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더팩트ㅣ여의도=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부인 김혜경 씨가 공무원 갑질·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관련해 고개 숙여 사과했다. 내용을 두고는 '뭘 사과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사과 시점은 늦은 감이 있지만, 오는 11일 대선 후보 TV토론 전에 김 씨가 직접 사과한 것은 적절했다는 전문가 반응이 나왔다.
김 씨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문을 발표한 이후 취재진과의 일문일답에 응했다. 약 8분이 소요됐다. 김 씨는 입장문을 읽으며 "모두 제 불찰이고 부족함의 결과"라며 "대선 후보 배우자로써 많은 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드려야 하는데 오히려 근심을 드리게 됐다. 국민 여러분, 특히 제보자 당사자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이어 김 씨는 "제가 져야 할 책임은 마땅히 지겠다. 수사와 감사를 통해 진실이 밝혀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선거 후에라도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설명드리고 끝까지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김 씨는 사과하는 동안 고개를 세 차례 고개를 숙였다.
이어진 일문일답에서도 김 씨는 입장문과 별반 다르지 않은 태도를 유지했다.
김 씨는 '보도된 각종 의혹의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어디까지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현재 수사와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며 "최선을 다해 협조하고, 결과가 나와 책임이 있다면 책임질 것"이라고 답했다.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제기될 수 있는 부문을 고려한 답변으로 풀이됐다.
의혹 제보자 A 씨에 대해 김 씨는 "제가 A 씨와 배 씨의 관계를 몰랐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할 생각은 없다"며 "A 씨는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재명 후보가 자신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리면 좋겠다"고 했다고도 밝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씨의 사과를 두고 "내용도 주어도 없고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고 했으면 뭐가 어떻게 공과 사를 구분하지 않은 건지 분명히 밝혔어야 한다"며 사과 내용의 모호함을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사과 내용에)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이야기는 없는 알맹이 없는 사과였다고 본다"며 "책임지겠다고 하더니, 기자가 '사실 관계를 어디까지 인정하냐'고 물어보니 '수사중이고 감사 중이라 얘기를 못 하겠다'던데 그게 뭔가"라며 반문했다.
신 교수는 김 씨의 사과에 대한 향후 영향에 대해 "이미 (진보-보수 지지)진영이 결집한 상황이기 때문에 별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 (지지도가) 더 붙지도, 빠지지도 않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김 씨의 공개 사과 이유가 윤석열 대선 후보와의 접전에 있어 이 후보의 지지율 반등을 위한 '반전의 모멘텀'을 찾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이 후보의 가장 큰 문제는 '확장성'에 있다. 김 씨 문제에 더해 (올림픽 관련) 중국 문제까지 터져 더더욱 상황이 어려워졌다"며 "(이 후보가 현재) 중도 확장을 위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도 모색하고, 김동연 대선 후보도 (단일화를) 생각 해 보고 그것도 안 되니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고려하고 했는데도 지지율에 변동이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박 평론가는 사과의 타이밍을 두고 "사실 좀 늦었다"면서도, 2차 TV토론(11일) 전에는 사과로 1차적 매듭을 지어야 하는 문제였을 거라고 봤다.
그는 "이 후보에게 반전의 모멘텀은 현재로서는 TV토론밖에 없는데, 그 전에 지지층을 결집하려면 중국 문제는 (올림픽 기간 내내) 계속될 테니 김혜경 씨 문제부터 방어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시기는) 늦은 감이 있지만 (그동안) 새로운 의혹들이 계속 나올 때 사과를 하면 사과 이후에도 계속 꼬리표가 붙다 보니 어느 정도 (논란이) 나올 만큼 다 나왔다고 판단했을 때 사과하다 보니 지금이 된 것"이라고 보았다.
다만, 박 평론가는 "민주당 지지층이 가장 좋아했던 사람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인데, 노 전 대통령을 사람들이 좋아한 이유는 '탈(脫) 권위주의 때문이었다. 그런데 '김혜경 리스크'의 본질은 '권위주의'"라며 김 씨의 논란이 기존 지지자들에게 큰 실망을 안길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김 씨의 사과 타이밍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냥 겉보기에는 늦은 면이 있다. 사과를 더 빨리하면 좋았겠지만, 설 이후로도 (김 씨 관련 의혹 보도들이) 계속되다 보니 새로운 논란이 나왔을 경우 또 사과해야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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