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 소장 "후보자 말실수는 '스트레이트', 배우자 리스크는 '잽'"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알 수 있는 설 연휴와 대선 후보 4자 첫 TV 토론이 치러졌다. 민심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더팩트>는 설 연휴와 TV 토론 직후 여론조사를 진행한 결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양강 구도가 더욱더 뚜렷해졌음을 확인했다.
<더팩트>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TV토론 직후인 지난 5~6일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3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선 후보 여론조사 가상 다자대결(신뢰 수준 95%, 표본오차 ±3.0%포인트)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은 39.3%, 윤 후보는 45.6%로 7일 각각 집계됐다.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오차범위 밖인 6.3%포인트다.
두 후보 배우자의 7시간 통화와 과잉 의전과 법인카드 유용이 후보에게 미치는 영향, 그리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불리는 호남과 대구·경북에서의 지지율 등을 조사했다. <더팩트>는 이번 여론조사 결과 중 남은 기간 표심을 흔들 변수 △TV 토론 △배우자 리스크 △호남 지지율 등을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과 분석했다.
◆TV 토론, 후보 지지에 주는 영향은?
지난 3일 치러진 1차 TV 토론은 39% 시청률을 기록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1차 TV 토론이 후보 지지에 미친 영향은 얼마나 됐을까. <더팩트> 조사 결과에 따르면, TV 토론을 시청한 후 지지 후보를 변경했는지를 물었는데 '변경했다'는 의견은 14.7%에 그쳤고, 대다수인 81.9%는 지지 후보를 '변경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이 소장은 "거대 정당의 진영 결입이 유지되는 가운데 부동층의 표심은 아직까지 관망세를 보이는 양상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조사 결과를 볼 때 TV 토론은 본인이 지지하는 후보를 더 지지하게 만드는 '강화 효과'를 주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더팩트> 조사 결과 이 후보 지지층에선 TV 토론에서 이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81.2%, 윤 후보 지지층에선 윤 후보가 잘했다는 응답이 76.9%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소장은 "TV 토론의 기본적 성격이 지지층에 대한 '강화 효과'라고 해도 TV 토론에서 보일 수 있는 후보들의 '말실수'가 결정타가 될 수 있다"면서 "<더팩트> 조사에서 지지 후보를 변경했다는 지지 후보를 변경했다는 응답층을 살펴보면 △만18~29세(19.7%), △30대(19.0%), △서울(18.8%), △국민의당 지지층(18.4%), △자영업자(21.0%)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표심을 계속 이동하는 스윙보터(swing voter)층인 2030대가 많아 TV토론에서 말실수가 표심에 반영될 수 있음을 예고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국민의당 지지층에서 후보 변경 의사가 나타난 점은 안철수 후보가 TV토론 내 긴장된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면서 "국민의힘 경선 기간에 있었던 TV토론에서 유승민 후보가 자신감 있는 제스처를 구사했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다음 TV토론에서 후보들이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할지에 대해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배우자 논란이 후보 지지율에 미치는 영향
또, 이번 대선이 역대 대선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대목은 '배우자 리스크'가 부각된다는 점이다. <더팩트>의 여론조사 관련 문항 '대통령 후보의 배우자가 후보 지지에 영향을 주는가'에 대해 69.5%가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7시간 녹취록 논란'과 이 후보의 배우자인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논란' 중 후보 지지에 더 부정적 영향을 줄까? '배우자가 후보 지지에 영향을 준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722명에게 물은 결과 '과잉 의전 논란'(45.0%)보다 '7시간 녹취 보도 논란'(50.4%)을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소장은 "배우자들의 리스크에 대해 절반 가까이가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지만, 이번 <더팩트>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후보 지지율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면서 "즉, 김건희 씨 '7시간 녹취 보도'와 무속 논란이 당시 윤 후보 지지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던 것처럼 김혜경 씨의 '과잉 의전' 역시 후보 지지율에 미친 영향이 미미한 이유는 대선의 주인공은 배우자가 아니라 후보자란 점을 유권자들이 중요하게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배우자가 후보 지지에 영향을 준다는 의견이 70%에 달한다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이 소장은 "유권자들은 최종 후보를 결정할 때 배우자를 한 번쯤은 떠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게 본다면 후보자의 말실수는 '스트레이트 펀치'에 해당하고 배우자 리스크는 '잽 펀치'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호남 지지율, 결정타 될까?
<더팩트>의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각 정당별 텃밭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의 표심이 역대 대선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 소장 역시 "지역구도가 완화된 가운데 이번 대선의 마지막 변수는 지역 내 세대 표심을 누가 얼마나 더 잡을 것인가에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역대 민주당 대선후보 중 최초로 TK출신 후보가 나온 관계로 TK표심 30% 돌파를 목표로 삼고 있고,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20% 돌파를 위해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호남 표심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는 수도권에 거주하는 출향인사들의 표심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이번 <더팩트> 조사에 따르면 호남에서 이 후보 54.4%, 윤 후보 28.5%, 안 후보 7.4%, 심 후보 2.3%를 보였고, 대구경북에선 이 후보 25.0%, 윤 후보 65.1%, 안 후보 5.4%, 심 후보 1.5%로 나타났다.
이 소장은 "두 후보 모두 목표치를 넘어서거나 근접하는 지지를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호남에서 이 후보의 지지가 60%를 돌파하지 못한 이유는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안 후보가 상당한 표를 가져가고 있다는 점이다. 즉, 3자 구도가 이 후보 지지율에 부정적 요소가 되고 있다. 둘째, 경선 2위를 기록했던 이낙연 후보의 영향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DJ 이후 오랜만에 호남대망론을 실현시킬 인물이었던 이 전 총리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어 이 후보로의 결집이 다소 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소장은 "물론 여론조사는 투표율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지금의 지지율과 실제 득표율은 차이가 있겠지만, 민주당의 안방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에서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은 남은 대선의 향배를 정할 중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번 조사는 <더팩트>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2022년 2월 5~6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39명을 대상으로 임의전화걸기(RDD) 무선(95%), 유선(5%) 비율로 피조사자를 선정해 자동응답 조사방식으로 시행했으며, 응답률은 9.6%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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