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부 사과에도 파장 지속…국민의힘 반격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배우자 김혜경 씨가 '과잉 의전' '법인카드 유용' 논란에 휩싸였다. 이로 인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집중됐던 '배우자 리스크'의 불씨가 여권으로까지 옮겨붙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김 씨 관련 의혹은 지난달 28일 전 경기도청 직원인 A 씨의 폭로로 세간에 알려졌다. 경기도청 총무과 소속인 배모 씨가 A 씨에게 김혜경 씨의 약 대리 처방·수령과 음식 배달 등을 지시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추가 보도들을 통해 배 씨 지시로 A 씨가 법인카드 유용, 김 씨의 빨랫감 심부름은 물론 관용차로 이 후보 아들의 입·퇴원을 돕고, 문진표를 대신 작성해 김혜경 씨의 병원 출입을 도왔다는 등의 의혹들도 추가로 제기됐다. 배 씨는 이 후보의 성남시장 재임 당시 비서실에서 근무했으며, A 씨는 성남시 산하 성남문화재단에서 일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후보 부부는 곧바로 저자세를 취하며 진화에 나섰다. 다만 해당 의혹은 배 씨의 개인적 일탈일 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김혜경 씨는 "공과 사를 명료하게 가려야 했는데 배 씨와 친분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라면서도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배 씨가 자신의 수행 비서 노릇을 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이재명 후보도 논란이 불거지자 이틀에 걸쳐 사과했다. 그는 지난 3일 선대위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법인카드 사용 의혹에 대해서는 경기도 감사관에 진상 조사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 날인 4일에도 김 씨의 과잉 논란 의전에 대해 "참 이게 면목이 없다. 공관 관리 업무를 했던 우리 공무원 중에 피해를 당한 사례가 있다는 것, 논란이 되고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허리를 숙였다. 이어 "감사, 수사기관들의 감사가 개시되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서 상응하는 '책임을 충분히 지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향후 재발 방지 조치를 약속했다. 이 후보는 그간 자신을 포함해 대선 후보 가족에 대해서는 '무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위법 논란이 있는 '대리 처방' 의혹 등에 대해 반박하며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김 씨가 A 씨를 통해 약을 대리 처방해 복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배 씨가 치료를 위해 복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제 당사자인 배 씨 역시 모든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면서, 김 씨 약 대리 처방 의혹에 대해서도 "제가 복용할 목적으로 다른 사람이 처방받은 약을 구하려 한 사실을 인정한다"고 했다.
그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아내 김건희 씨의 '7시간 녹취록'과 무속인 논란 등으로 배우자 리스크 의혹에 시달렸던 국민의힘은 반격에 나선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과 관련해 이 후보와 김 씨, 배 씨와 함께 이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수행비서 백 모씨, 경기도청 의무실 의사 등 5명을 지난 3일 직권남용 및 강요죄, 의료법위반죄 등으로 고발했다.
이 후보의 감사 청구에 대해선 '셀프 감사'라고 평가절하 하면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재 경기도청 감사관은 이 후보가 도지사 재직 당시에 채용한 인물"이라며 "감사하는 척 쇼하면서 시간을 끌겠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국민의힘이 '강공' 모드로 나서면서 김 씨 문제는 대선 선거일 전까지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높다.
현재 이 후보 지지율이 박스권 40%를 쉽사리 넘지 못하고 윤 후보와 접전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김혜경 씨 문제가 배우자 리스크로 번지면, 향후 판세도 쉽게 가늠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 씨 의혹이 민주당의 핵심 가치였던 '공정'의 뇌관을 건드렸다는 지적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유권자들은 김건희 씨와 비교해) 김혜경 씨 건을 더 위중하게 볼 것 같다"며 "배 모 씨의 단독 행동이었고, 상시적인 의전이 아니었다고 꼬리 자르기를 했지만 결국 배 씨를 임명한 것은 이 후보 아닌가. 결국 김혜경 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시스템 안에서 생긴 일이므로 따지고 보면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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