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 '호남' 찾아간 국민의힘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박숙현 기자]
◆'김혜경 리스크'에 민주당 선대위 '긴장'
-그동안 국민의힘이 김건희 씨 논란으로 애를 먹었는데, 이번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배우자 리스크에 휩싸였네.
-'후보 배우자 논란'이라는 공통점은 있는데, 성격은 조금 다른 것 같아. 김건희 씨는 학력 및 경력 위조 의혹 등 과거의 사적인 행위에 대한 거잖아. 반면 김혜경 씨는 이 후보가 경기도 지사로 근무할 때 경기도청 공무원들에게 사적인 일을 지시하고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이라 직권남용 논란까지 불거질 수 있어.
-'갑질 의혹'을 폭로한 7급 공무원 A 씨에 따르면 우선 개인 카드로 이 후보 집에 배달할 소고기 값을 먼저 결제하고, 다음 날 해당 식당을 다시 찾아가서 법인카드로 다시 결제하는 식이었다고 해. 해당 폭로가 사실이라면 법인카드 사용이 가능한 점심시간대에 맞춰 결제하는 꼼수를 쓴 셈이야. 뿐만 아니라 김혜경 씨의 약을 대리 처방해서 배달하게 하고, 자택 냉장고와 옷 정리 등 사적인 일을 지시했고, 아들 퇴원 수속과 병원비도 대리 결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어. A 씨는 "일과의 90% 이상이 김 씨 관련 자질구레한 심부름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김건희 씨 논란은 '공정성'을 내걸었던 윤석열 후보의 출마 명분을 훼손했지만 국민이 체감하기는 쉽지 않았는데, 김혜경 씨의 경우는 '국민 혈세로 소고기를 사 먹었다'는 식으로 '국민 정서'를 반하는 쪽으로 다가오니 파장이 더 큰 것 같아.
-민주당 선대위 분위기는 좀 어때?
-선대위 관계자는 "국민이 어떻게 볼지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면서 "감사 청구한 부분이 얼마나 위법성이 있는지 좀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어. 민주당은 설 연휴 일주일 이내에 지지율 반등을 노렸는데, 연휴 직후 논란이 불거지면서 상당히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야.
-선대위의 초반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생각해. 이 후보 측은 A 씨가 처음 폭로한 뒤에도 계속 '허위 사실'이라고 부인해오다가 지난 2일에서야 사과했어. 뒤늦은 사과문마저도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어. A 씨에게 갑질 지시를 해온 것으로 알려진 배 모 씨는 입장문에서 "이 후보 부부에게 잘 보이고 싶어 상식선을 넘는 요구를 했다"며 "누구도 시키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어. 또 의료법 위반이 될 수 있는 약 대리 처방 논란에 대해서도 자신이 복용할 목적이었다고 주장했어. 모든 게 자신이 마음대로 저지른 짓일 뿐, 이 후보 부부는 상관 없다는 취지야. 김혜경 씨도 "제 불찰이지만 상시 조력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고, 이 후보는 "경기도 재직 당시 근무하던 직원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직원 일'이라고 선을 그었어.
-하지만 A 씨가 배 씨와 나눈 대화 내용을 볼 때 앞뒤가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아. 임신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폐경 치료제를 복용했다는 점도 그렇고, 자신이 먹을 약을 이 후보 자택에 배달시킨 점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있어. 또 이 후보 부부 몰래 이 후보 카드와 아들 신분증을 건네받아 이 후보의 아들 퇴원수속을 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야. 한편으론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것도 좋게 보이진 않았어.
-이 후보는 그동안 '공직자의 청렴성'을 강조해왔잖아. 이미지 타격이 있을 듯해.
-사실 배 씨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야. 배 씨는 이 후보가 변호사 시절 사무실 경리 직원 출신으로, 2010년 이 후보가 성남시장이 된 이후 시청 공무원으로 채용돼 김혜경 씨를 수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어. 행정안전부는 단체장 배우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인력 지원은 못 하도록 규정을 두고 있는데,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도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 국고 손실과 직권남용 혐의로 이 후보 등을 고발했지. 당시 민주당은 '단체장 배우자의 공적인 활동에 대해 수행·의전을 지원할 수 있다'는 행정안전부 준수 사항을 들며 반박했는데, 이번에 배 씨와 A 씨가 사적으로 동원된 정황이 나온 셈이야.
-경기도 감사 결과에 따라 대선판에 미칠 영향도 적지 않을 듯해.
-감사 후에도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민의힘은 경기도 감사관이 이 후보가 경기지사 시절 임명한 인물이라 '셀프 감사'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야. 감사 결과를 믿지 못하겠다는 거지. 또 지난 3일에는 이 후보와 김혜경 씨 등을 직권남용 및 강요죄, 국고 등 손실죄, 업무방해죄, 증거인멸죄 등의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하고, 당내에는 '김혜경 황제갑질 진상규명센터'를 설치하면서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4일 "이재명 후보의 배우자에 대한 문제는 지금 여러 경로로 여러 내용들이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추가 의혹 폭로 가능성을 예고했어. 후보 배우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좋지만, 국민이 바라는 정책과 비전 제시는 없고 네거티브 공방만 벌일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겠어.
◆호남 올인?…구석구석 민심 훑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호남에 엄청 공을 들이고 있어.
-맞아.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호남을 찾았어. 이날 전남 서쪽 해안에 위치한 신안군과 진도군 완도군을 찾아 민심을 훑었어. 4일에는 전남 장흥과 항공우주의 중심으로 떠오른 고흥군을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어. 설날인 지난 1일에는 광주 무등산에 오르기도 했고 말이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도 이번 주말 호남을 찾을 예정이잖아.
-그렇지. 윤 후보는 5일 제주에 이어 6일 광주 방문 일정을 소화할 계획이야. 지역민들의 민심을 청취하고 지역 숙원사업 등 현안에 대해서도 구상을 밝힐 것이라는 전언이야. 앞서 호남 지역 230만 가구를 대상으로 직접 쓴 '손편지' 형식의 예비 후보자 홍보물을 보내는 등 적극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어.
-호남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텃밭이잖아. 반대로 국민의힘엔 불모지나 다름없고. 왜 국민의힘이 호남에 공을 들이는 걸까?
-대선이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 후보의 박빙 구도가 이어지고 있잖아. 이 후보가 호남 표심을 싹쓸이한다면 윤 후보에겐 불리하겠지. 호남 표심을 윤 후보가 많이 가져올수록 이 후보에게 갈 표는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여.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9대 대선 당시 호남 유권자 수는 전남 157만2838명, 전북 152만5626명이야. 광주를 빼더라도 전체 유권자 수(4247만9710명) 중 7.2%에 해당하는 수치야.
-국민의힘이 열심히 구애한다고 해서 호남 민심이 움직일까?
-일부 여론조사상에선 호남 민심이 반응을 보이고 있어.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UPI 뉴스와 함께 지난 1~3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고) 윤 후보의 호남 지지율은 31%였어.
-그렇더라도 호남에선 워낙 민주당 지지층이 견고하기 때문에 윤 후보가 많은 표심을 흡수하긴 어렵지. 국민의힘 관계자는 "호남의 표를 다 흡수할 수도 없고 그걸 바라는 것 자체가 욕심"이라고 했을 정도야.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득표율 20%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어. 지난 19대 대선 때 홍준표 당시 후보의 전남 득표율은 2.45%야. 전북은 3.45%고. 전국 최저 수준이야. 이보다 10배는 더 득표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야.
-일각에선 호남 유권자가 국민의힘의 진정성을 느낀다면 이번 대선에서 큰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와. 국민의힘이 호남 민심 잡기에 올인하다시피 하면서 민주당도 촉각이 곤두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겠네. 앞으로 민주당의 텃밭 사수냐, 국민의힘의 지분 빼앗기냐 다툼이 치열할 것 같아. '미워도 다시 한번!' '못 살겠다 갈아보자!', 벌써 선거운동 소리가 들리는 것 같군.(웃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김정수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신정인 인턴기자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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