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대표, 재보궐 무공천 발표 후 지도부 이견…실현 여부 주목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지지율 정체에 위기의식이 고조되자 정치개혁 드라이브로 승부수를 걸었다. 하지만 실현 가능성과 적절성을 두고 당내 이견이 분분하면서 지지율 반등 효과에 대한 의구심은 물론, 당내 분란만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86세대 맏형' 격인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자기혁신과 기득권 내려놓기를 통해 정치의 본령, 정치의 기본으로 돌아가겠다"며 당내 인적 쇄신 움직임에 시동을 걸었다. 그가 밝힌 정치개혁안은 △차기 총선 불출마 △동일지역구 국회의원 연속 3선 초과 금지 제도화 △3월 9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종로·안성·청주 상당구 무공천 △윤미향, 이상직, 박덕흠 의원 제명안 신속 처리 △6월 지방선거 2030 청년 대거 공천(광역, 기초의원 30% 이상 청년 공천) 등이다.
이재명 대선 후보도 '정치개혁' 흐름에 호응했다. 그는 26일 "앞으로 네거티브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정파와 나이에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국민내각·통합정부 구상을 밝혔다. 30·40대 장관을 적극 등용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절박한 이 후보와 송 대표의 호소와 달리 당 안팎에선 이 같은 당 쇄신 의지가 지지율 반등으로 이어질지 의문이 제기된다. '세대교체' 개혁안들은 당 중진들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데다 내부 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 당력을 모아야 하는 시기에 선거 전략상으로도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당장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3곳의 무공천 방침 결정을 두고도 당 지도부에서 이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송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사전 논의 없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에 대해 불만이 터져 나왔다고 한다. 다만 지도부는 송 대표의 결단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민주당 한 최고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반발이라기보다는 절차에 대한 문제를 모두 인식하고 있었다. 동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고 갈 수 없어 관련해 논의했다"라며 "(무공천 방침은) 뒤집어지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선 지역 5곳 중 △종로 △청주 상당 △경기 안성 등 3곳의 공천 여부를 논의해왔다. 그중에서도 '정치1번지' 종로는 이낙연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로 공석이 된 사안이라, '중대 잘못'의 경우 무공천한다는 당헌 규정에 어긋나지 않기에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도부 내에서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부터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면 종로 출마 후보와의 시너지 효과도 있을 것이란 선거 전략적 차원의 기대도 있었다. 당 안팎에서는 '정치1번지' 종로 출마 후보군으로 박영선 선대위 디지털대전환위원장,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이 거론돼왔다.
다만 최고위에서 '3곳 무공천' 방침을 수용하면서 향후 공천관리위원회에 관련 결의안을 전달하는 것으로, 이견은 매듭지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 내부에서 쟁점으로 급부상한 것은 '동일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 제도화'와 '6월 지방선거 광역·기초의원 2030 청년 30% 이상 공천' 방침이다. 송 대표는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민주당만이라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청년 정치인들은 세대교체 신호탄이라며 반색하고 있지만, 다선 의원들은 '대대적인 물갈이 예고'라며 불편한 속내를 내비치고 있다.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4선 이상 연임 불가 방침'에 대해 "딱 명시적으로 당헌·당규에 박아서 제도화하는 것이 뒤따라야 한다고 본다"라며 "저희가 혁신한다, 개혁한다고 했는데 야당 때문에 못 했다고 핑계 대는 것은 안 된다고 본다. 여야 간에 합의가 안 된다면 당헌 댕규 개정을 통해 저희만이라도 혁신과 쇄신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라고 했다.
'4선 연임 금지'는 민주당 정당혁신추진위와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과정에서 꾸준히 논의된 사안이다. 3번 연속 선출된 의원이 국회의원 공천을 신청하면 무효로 하도록 당규를 개정하자는 내용이다. 이 후보도 "정치 혁신, 또는 일종의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며 힘을 실어준 바 있다. 정당혁신추진위 위원장인 장경태 의원은 4선 연임 금지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의 선거법 개정안을 조만간 발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4선 연임 금지'는 당내 중진들의 '생사'가 걸린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제도화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향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한발 물러섰는데, 이 과정에서 발언권이 큰 다선 의원들의 반발로 무산될 가능성에 무게가 쏠린다.
현재 민주당 169명 가운데 19대부터 21대까지 한 지역구에서 연속 당선돼, '4선 연임 금지' 대상에 오른 이들은 총 31명(재보궐 선거 포함)이다. △김경협(경기 부천시갑) △김민기(경기 용인시을) △민홍철(경남 김해시갑) △박광온(경기 수원시정) △박범계(대전 서구을) △박완주(충남 천안시을) △박홍근(서울 중랑구을) △서영교(서울 중랑구갑) △윤관석(인천 남동구을) △윤후덕(경기 파주시갑) △이원욱(경기 화성시을) △이학영(경기 군포시을) △인재근(서울 도봉구갑) △전해철(경기 안산시상록구갑) △이개호(전남 담양군함평군영광군장성군) △김상희(경기부천시병) △김영주(서울 영등포구갑) △김태년(경기성남시수정구) △노웅래(서울 마포구갑) △안규백(서울 동대문구갑) △우상호(서울 서대문구갑) △우원식(서울 노원구을) △윤호중(경기 구리시) △이인영(서울 구로구갑) △정성호(경기 양주시) △홍영표(인천 부평구을) △변재일(충북 청주시청원구) △설훈(경기 부천시을) △안민석(경기 오산시) △이상민(대전 유성구을) △조정식(경기 시흥시을) 등이다.
다선 의원들은 특히 송 대표의 '4선 연임 금지 제도화'가 발표가 일방적이었다며 절차상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분위기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의원들 이야기를 들어봐야지, 대표가 자기 마음대로 그렇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참정권 위반이다. 최소한 의원총회를 거쳐 이야기해야 한다"며 "쇄신하고 (4선 연임 금지가) 무슨 관련이 있나. 논쟁을 해야 한다"라고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또 다른 의원은 "당사자로서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며 "당 흐름을 지켜보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헌법상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위헌 소지가 있으며, 정치 개혁의 본질에도 어긋난다는 반발이 적지 않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정치 개혁의 본질과는 관계없고 정치에 대한 불신을 오히려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정치 영역도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라 나름의 경륜과 식견이 요구되는데, 4선 연임을 금지하는 건 자의적이고 기계적"이라며 "국민의 정치 불신은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한 데 있다. 그에 대한 처방을 내리지 않고 보여주기식을 통해 하려는 건 전혀 올바른 방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에 대해 진입 장벽을 좀 더 완화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데 대해선 동의한다. 하지만 청년 역시 공약에 대한 식견과 가치, 의지가 무장돼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받아야 한다. 피선거권 연령도 만 18세로 낮춰졌으니 훈련해야 한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몫을 달라고 하는 건 떼쓰기에 불과하다"라고 했다.
'6월 지방선거 2030 청년 30% 이상 공천' 약속도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민주당은 관련 논의를 대선 이후 지방선거 공천위원회에서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공천 심사와 경선 과정에서 여성과 청년 후보자의 가산점을 최대 25%까지 확대했다고 홍보했지만,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이 공천한 2, 30대 후보는 단 7명에 그쳤다. 정치 신인은 50대라도 20%의 가산점을 부여하지만, 청년은 본인 득표율을 기준으로 10~25%를 차등부여하면서 '청년 우대' 방침이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차기 총선 불출마'도 송 대표의 바통을 이어받는 86정치인이 없어 탄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86세대 대표주자인 우상호 의원이 "우리들이 비운 그 자리에 훌륭한 젊은 인재들이 도전하기를 바라며 적극적으로 돕겠다"며 호응했지만, 그는 이미 지난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에 참여하면서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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