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거대담론 사라졌다" 문제점 제기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최근 정치권에선 '짧은 메시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글자 공약으로 대박을 터트리자 유행처럼 번지는 분위기가 생기면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연일 SNS를 통해 '단문'으로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유권자의 마음을 두드리고 있다.
안 후보의 선거 운동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안 후보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벤처기업 차등의 결권 민주당은 반대하지만 안철수는 찬성합니다', '만 2세부터 7세 어린이들에게 투명 마스크를 무상으로 지급하겠다'는 세줄 짜리 공약을 올렸다. 평소 모든 메시지와 공약을 직접 검토해 장문으로 올렸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대선후보들 간 짧은 메시지 경쟁이 시작된 것은 지난 6일 윤 후보가 페이스북에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글을 올리면서다. 윤 후보는 다음날에도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올려 정책 화두를 던졌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페이스북에 '여성가족부 강화' 메시지로 응대했다.
두 후보의 메시지 전쟁이 붙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가세했다. 그는 공약은 아니지만, "더 나은 변화 = 이재명, 더 나쁜 변화 = 윤석열"이라는 짧은 문구를 통해 윤 후보를 저격했다.
윤 후보의 메시지는 2030 청년층을 겨냥한 전략으로 보인다. 임승호 국민의힘 대변인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정책 전달 방법을 고심하던 중 청년층이 짧고 간결한 메시지를 빠르게, 즉각적으로 소비하는 점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깃을 향한 맞춤 전략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식의 전략으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겠다"고 했다.
안 후보 선대위 관계자는 최근 변화에 대해 "일정이 많아지다 보니 시간상의 제약으로 간결해졌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 '윤 후보를 따라 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따라 한 건 전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내부에서 신속하고 간결한 메시지를 내자는 건의 사항은 예전부터 있었다"며 "엄중하고 무거운 내용을 모두 읽기 힘들다는 선대위 의견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2030을 겨냥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속전속결로 빠르게 대응해야 하는 흐름에 맞춘 것이지, 무엇인가를 노린 전략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대선 후보들의 '단문 메시지'는 유권자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면서 "듣는 사람이 추가 설명 없이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공약을 내는 것이 정치의 본질"이라고 했다.
그는 또 "최근 대선 후보들의 짧은 공약은 2030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소구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공약들은 계속 나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변화된 선거 문화의 배경을 '매스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네거티브 선거'로 꼽았다
박상철 경기대 교수는 "최근 매스미디어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짧은 메시지와 영상들이 더 전달력 있고 호소력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선은 진지한 이슈 개발이나 정책 토론 문화보다는 네거티브 선거가 중심이 되어 진지한 공약과 정책 검증이 뒤로 밀려났다"고 평했다.
휘발성이 강한 공약 남발을 두고 '거대 담론이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맞춤형 공약, 후보의 이미지를 위해 짧은 메시지가 파급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시대정신이 사라졌다"고 했다. 특히, 윤 후보의 전략이 '20대'에 소구력을 보이는 것에 대해선 "그들이 '여성가족부 폐지' 등의 간결한 메시지를 좋아하면 어쩔 수 없다"면서도 "공약은 유권자들의 특정 이미지만 겨냥해선 안 되며, 후속 조치와 시대정신을 담아 진정성 있고 충분히 설명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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