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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은 또다시 따뜻한 나라로? 이거 실화냐?"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기이한 우연? '이재명 제보자 사망'에 與도 '뒤숭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제보한 인물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지?
-맞아. 지난 12일 이병철 씨가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어. 이 씨는 이 후보가 2018년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 때 A변호사에게 현금 3억 원과 주식 20억 원(전환사채)을 포함해 총 23억 원을 수임료로 줬다는 내용의 녹취록을 최초로 제보한 인물이야. 이를 근거로 깨어있는시민연대당은 이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고, 이 후보 측도 녹취록이 조작됐다면서 맞고소했어. 이런 상황에 핵심 인물인 이 씨가 사망했으니 깜짝 놀랄 일이었지.
-지난달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된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과 김문기 개발1처장이 사망한 데 이어 이 씨까지 사망한 거라 당혹감은 더했어. 특히 이 씨가 사망 한 달 전 자신의 SNS에 "절대로 자살할 생각이 없다"고 했기에 타살 의혹이 불거졌지.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당도 이 점을 물고 늘어졌어.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우연치고는 참 기이한 우연의 연속"이라면서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있을 법한 조폭 연계 연쇄 죽음은 아닌지"라고 추측성 주장을 했어. 정의당과 국민의당도 "오싹하고 섬뜩한 우연" "목덜미가 서늘해지고 소름이 돋을 정도"라며 가세했어.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 씨 부검을 실시해 밝힌 1차 소견에서 사인은 대동막 파열로 추정된다고 밝혔어. 최종 소견이 나와야 하겠지만 타살이 아닌 심장질환에 따른 사망이라는 결론이 난 거지. 경찰도 CCTV(폐쇄회로) 확인 결과, 이 씨가 객실에 들어간 뒤 다른 출입자는 없었고, 외부 침입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어.
-국민의힘 반응은 어때?
-국민의힘은 일단 신중한 모습이야. 다만 그러면서도 의혹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어. 우선 '동맥 파열'이 심장질환에 의한 것일 수도 있지만, 약물에 의한 것일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이야. 윤 후보 선대위에 합류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혈액 검사나 약물 검사나 정밀 부검의 결과까지 나오지 않으면 결론을 낼 수가 없는데 왜 미리부터 마치 확정된 양 이렇게 얘기를 하는지 궁금증이 든다"고 의문을 표했어. 국민의힘 지도부는 타살 의혹이 옅어지자, 이 후보 측이 이 씨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면서 이 씨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공세를 펼쳤어.
-민주당은 이에 대해 "개인의 불행한 죽음까지 악용해서 저급한 네거티브 공세 펼치고 있다"고 반격했어. 다만 민주당 내에서도 이 씨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알려진 후 분위기는 뒤숭숭했던 듯해. 민주당 한 관계자는 "소식을 듣고 '헉' 했다"고 했어. 타살 의혹은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후보 관련자들이 연달아 사망한 데 대해선 당혹스러운 모습이야.
-취재진 사이에서도 '절대 자살하지 않는다'는 이 씨 SNS글이 공유되면서 "정말 무슨 일 있었던 것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컸어. 국회 직원 익명 커뮤니티인 '여의도 대나무숲'에는 "그 후보와 연관된 분들 조심하세요"라며 이 후보를 겨냥한 글까지 등장했어. 이 후보와 연관성이 있는지 여부는 별개로, 이번 사망 소식 자체로 이 후보의 도덕성 문제, 꺼졌던 대장동 의혹까지 재점화하면서 민주당에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듯해.
-그런데 민주당은 이 씨가 제기한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 조작이라고 단정했잖아. 이 부분은 어떻게 봐?
-월간조선이 보도한 녹취록을 살펴봤어. 이에 따르면 이 씨가 이 후보 측 변호사 수임료로 20억 원 넘는 수임료를 받아서 자신의 지인도 (사건 수임료 지불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발언하자 A변호사는 부인하지 않고 "예예"라고 했어. 또 A변호사를 이 씨에게 소개해준 최모 씨도 이에 호응하는 대목이 나와. A변호사가 자신의 이 후보 사건 수임료를 이 씨가 언급하는 부분에 대해 불쾌해한다고 최 씨가 전달하며 주의를 주는 내용도 있었어. 다만 최 씨는 검찰 진술서에서 '수임료 23억 원' 발언은 이 씨 지인으로부터 1억 원을 기부받기 위해 함께 공모해 지어낸 말이고, 자신 역시 "그냥 맞장구쳐준 수준"이라고 주장했어.
-결국 녹취록 내용만 보자면 A변호사 수임료 23억 원 주장은 일리 있어 보이지만, 최 씨 주장대로 특정한 의도가 있었다는 점이 밝혀진다면 녹취파일이 '변호사비 대납'의 결정적인 증거가 되기는 힘들어 보이네. 다만 아직 수사 중인 사안인 만큼 민주당도 이 씨 주장을 '허위' '조작'이라고 단정하지 말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중했으면 해.
-이 씨 사망 파장이 '해경궁 김씨 사건'으로 번질 가능성에 민주당은 예의주시하고 있어. 친문 단체 깨어있는시민연대당 측은 이 씨가 총 6개 녹취록을 갖고 있었는데, 이 가운데 3개의 행방이 묘연하다면서 여기에는 혜경궁 김씨 사건을 검찰이 불기소로 바꾸는 과정에서 벌어진 여러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어.
-'혜경궁 김씨 사건'은 '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 계정(@08__hkkim) 사용자가 과거에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세월호 사건 등을 비하하는 글을 올렸는데, 계정 사용자가 김혜경 씨로 특정된다는 내용이야. 경찰은 이에 대해 기소의견을 냈는데, 사건을 넘겨받은 수원지검은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한 바 있어. 민주당 내부 분열을 촉발할 수 있는 사건이지. 그래서 국민의힘도 최근 김건희 씨 학력 위조 등으로 궁지에 몰리자 '혜경궁 김씨' 사건의 수사 재개를 촉구하며 탈출구를 찾은 바 있어. 김건희 씨 '7시간 녹취'를 두고 국민의힘이 또 난처한 상황에 놓였는데, 다시 '혜경궁 김씨'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있어 보여.
◆대통령 순방 공식발표 전 野 비판에 발끈한 靑
-문재인 대통령이 15일부터 6박 8일 일정으로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이집트 3국을 방문하는 것과 관련해 공식발표 전 국민의힘이 관련 논평을 낸 것을 두고 청와대가 공개적으로 강하게 질타했어.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과 관련해 청와대와 야당의 충돌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듯해.
-맞아.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0일 오후 5시 문 대통령의 UAE·사우디·이집트 방문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면서 말미에 "양국 정상회담 등 대통령의 외교 일정은 상대국과의 협의를 통해 약속된 시간에 공식 발표하는 것이 외교적 관례다. 그런데도 어제 한 야당이 대통령의 순방 일정을 포함하는 논평을 낸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어. 또한 박 대변인은 "외교의 본질은 상대국과의 신뢰를 기반으로 국익을 추구하는 것에 있는데, 공식 발표 전에 순방 일정을 공개하는 것은 외교적 결례를 넘어서 상대국과의 신뢰 관계를 훼손하는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정상외교는 그 어느 때보다 국제무대에서 높은 위상을 보이며, 실질적인 성과로 국익에 기여하고 있다. 수권정당이 되고 싶은 야당이라면, 외교적 고려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어.
-박 대변인의 발언은 전날(9일) 장영일 국민의힘 선대본부 상근부대변인의 '국민 고통 속 文대통령은 또다시 따뜻한 나라로? 이거 실화냐?'라는 제목의 논평을 겨냥한 것으로 보여. 이 논평에서 장 부대변인은 "벌써부터 이집트·사우디·UAE 등 중동국가들이 거론되고 해당 국가들과의 경제협력 관련 보도가 줄을 잇는다"라며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29회에 걸쳐 53개국을 방문했다. 코로나19 창궐로 1년 5개월 동안 해외 방문이 불가능했던 것을 감안하면 1.3개월에 한 번은 해외를 찾은 것"이라고 비판했어. 구체적 시기와 일정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 내용에 청와대가 발끈한 것으로 보여.
-당장 장 부대변인은 11일 재차 논평을 통해 "국민의힘은 대통령 중동 순방 일정을 알지도 못했고 일정을 공개한 적도 없다. 논평은 이 엄중한 코로나 시국에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간다는 소문은 뭔지, 순방의 이유는 무엇인지 물었을 뿐"이라며 "외교 결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박했어. 그러면서 그는 △문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지난해 6월 G7 정상 단체사진 조작 △말레이시아로 순방을 간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어 인사말 △교황은 따뜻한 나라 출신이어서 겨울에 움직이기 어렵다는 청와대 대변인 발언 △'발틱 3국'을 '발칸 3국'으로 오기해 라트비아 대사관의 항의를 받은 사연 등을 거론하면서 "이런 게 진짜 외교 결례"라면서 "(실수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고, 아무리 실수가 반복되고 잘못이 계속돼도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어.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 최고위원은 같은 날 "청와대는 국민의힘 비판에는 '강한 유감'을 표명하면서 도리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비판하기도 했어. 앞서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이 호주 순방 당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부부와 함께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찍은 '셀카'를 귀국행 비행기에서 SNS에 올린 것을 두고 야당이 비판했을 때는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나서서 "야당의 외교 결례가 참 걱정"이라며 "상대국 정상의 호의와 친근함의 표현을, 대통령 비난의 소재로 활용하는 사악함. 그들에게 무슨 이익이 될지는 몰라도, 국익에는 큰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고 비판했어.
-야당은 청와대를, 청와대는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가 아니라 '적'으로 여기는 듯한 모습이 공개적으로 계속 표출되는 모양새야. 안 그래도 멀었던 청와대와 야당의 거리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아.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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