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수행원 없이 거리로…시민들 '이재명이 왜 거기서 나와' 반응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정치인은 함정에 많이 빠진다. 착각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매타버스 시즌2 첫 방송 후 남긴 말)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가 시즌 2로 돌아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걸어서 민심 속으로'라는 콘셉트에 충실하기 위해 휴대폰 카메라를 들고 지하철을 두 번 환승하며 서울 거리를 활보했다. 약 40분가량 방송을 직접 생중계한 이 후보는 지하철에서 만난 시민들에게 이것저것 물으며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후보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일부는 당황했지만, "응원한다"며 격려하는 이들도 다수 있었다.
이 후보는 7일 오후 서울 동작구에서 열리는 국민반상회 행사 참석 전 '매타버스 시즌 2' 첫 일정을 소화했다. 코로나19 재확산세에 사회적 거루두기 방침이 강화되자 버스(B)·매트로(M)·워킹(W), 이른바 'BMW'로 민심 탐방에 나선 것이다.
그는 유튜브 '이재명TV' 채널 라이브 방송을 켜고 4호선 숙대입구역 지하철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수의 수행원이나 경호 인력, 취재진을 동행하지 않고 최소화된 인원만 동행했다.
이 후보는 "지하철을 타고 우리 시민들은 어떻게 일상을 사는 지를 한 번 서울시 도심을 보겠다"며 셀카 모드로 카메라를 설정하고 지하철 개찰구 안으로 들어섰다. 숙대입구역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동안에는 "제 아내(김혜경 씨)가 숙대 음대를 졸업했다. 숙명여대를 보니 정감이 간다"며 아내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윽고 오이도행 열차에 탄 이 후보는 지하철 안 풍경을 비췄다. 승객들은 처음에는 저마다 핸드폰을 보거나 시선을 바닥에 두고 있어 이 후보에게 관심을 두지 않다가 이 후보가 먼저 "안녕하세요.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이죠"라며 말을 걸자, 인사를 건네거나 반가워했다.
총신대입구까지 다섯 정거장을 이동 중 이 후보는 지하철 좌석에 앉아 옆자리와 앞자리에 앉은 승객에게 "어디 가냐"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며 말을 건넸다. 이 후보는 함께 사진을 찍자는 시민들 제안을 받아들이며 셀카를 찍어주는가 하면, 행선지를 물으면서 소소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서울 지하철에서 연이어 경기도 주민을 만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 후보는 옆자리에 앉은 시민이 "성남시민"이라고 말하자, 자세한 집주소까지 물으면서 "옆 동네에 사는데 이웃 주민"이라고 반가워했다. 이어 수원 주민도 만났다. 이 후보의 '팬'이라고 밝힌 시민은 "경기도 공공배달앱을 다운받아 이용하고, '수원페이(지역화폐)'도 쓴다"고 밝히며 이 후보를 칭찬하기도 했다.
이 후보와 '인연'이 있는 시민도 등장했다. 총신대입구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기 위해 환승하는 길에 자신과 같은 '검정고시' 졸업생을 만난 것. 시민이 이 후보에게 "저도 76년도 검정고시 출신이다"라고 밝히자 이 후보는 "빨리하셨다. 전 78년(응시)"이라고 반가움을 표했다.
이 후보는 오랜만의 대중교통 이용에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했다. 7호선에 탄 그는 방송 시청자들을 향해 "(지하철에 탄 사람들이) 전부 손에 핸드폰을 들고 있다. 옛날에는 전부 신문을 들고 있었는데 세상이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목적지인 상도역에서 내린 뒤에는 "대학(중앙대)에 다닐 때 상도동에서 자취를 했었다. 상도동은 정말 재밌는 게 골목 하나를 사이에 두고 골목 위로는 완전 빈민촌이고, 아래는 대궐같은 집이 있는 특이한 동네였다. 그중 나는 골목 올라가 산꼭대기에 있는 조그마한 월세방을 얻어 자취를 했다"며 대학 시절 추억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전 후보의 이동 경로가 비공개였던 탓에 비교적 썰렁했던 지하철 현장과 달리, 다음 행사 일정이 공지됐던 상도역에는 취재진과 시민, 캠프 관계자가 대기 중이어서 북적한 풍경을 보였다.
이 후보는 시민들의 사진 요청에 한동안 걸음을 멈추고 일정 시간 사진을 찍기도 했다. 이 후보 지지자로 추정되는 시민들이 "이재명 잘한다" "대통령 이재명"이라며 큰소리로 응원하자 이 후보가 반가워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한 시민은 이 후보에게 "미장원에서 (사람들한테 물어봤는데 지지하는 후보가) 많이 바뀌었다. 두 달 전까지는 이 후보님이 아니었는데 이번에 물어봤더니 바뀌었다더라. 상대방(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은 못 찍겠대"라며 '골목 민심'을 대신 전해주기도 했다.
'매타버스' 일정을 마친 이 후보는 시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 후보는 목적지에 도착해 "서울 민심을 만나보니 어떠냐"는 기자의 질문에 "극히 소수의 분들이니 이렇게 해서 알 순 없다"면서도 "나를 싫어하는 분은 말을 안 하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그런 함정(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에 많이 빠진다. 착각하지 않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방송은 이 후보가 최소한 인력으로 서울 시민들을 직접 만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실제 방송 말미에는 실시간 유튜부 시청자 수가 1만2000여 명에 육박하기도 했다. 다만 선대위 측이 매타버스 시즌 2를 두고 "소외된 국민 목소리까지 담을 수 있게 세심히 준비했다"고 밝힌 데 비해, 실제로는 이 후보와 시민들 사이 인사와 새해 덕담을 전하는 것에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이 후보가 카메라 각도 설정이 서툰 탓에 계속 시민들을 비추면서 일부 시민은 당황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튜브 댓글 창에는 '목방이냐' '얼굴 보여달라' 등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번 방송을 시작으로 주말까지 총 3일간 대중교통을 이용해 서울 민심 청취에 집중할 계획이어서 앞으로는 이 후보가 또 시민들과 어떤 만남을 갖게 될 지를 두고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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