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부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이준석, 선대위 직책 사퇴와 '윤핵관' 잡음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문재인 정부가 성탄절을 하루 앞둔 24일 신년 특별 사면 대상을 발표했다. 여기에 전무후무한 국정 농단 사건으로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약 4년 9개월의 수감 생활을 마치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민주당 내부에선 반발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편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두고 '정치적 계산'이 깔린 사면이라는 시각이 있다. 당분간 정치권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두고 시끄러울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 내홍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조수진 최고위원과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지휘체계를 두고 다툼을 벌였던 이준석 대표는 선대위 직을 던지고 사실상 독자 행보를 하고 있다.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을 둘러싼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열 대선후보는 사실상 선대위 재편과 당 내홍 수습 전권을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에게 일임하며 현장 대권 행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文, '박근혜 특별사면' 당·청도 몰랐다
-정부가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을 전격 발표했어. 이날 발표된 3094명의 신년 특별사면 대상자에 박 전 대통령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함께 포함됐는데, 갑자기 이런 결정이 내려진 배경이 뭐야?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야.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은 사면심사위원회에서 대상자를 선정해 대통령에게 보고하면,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서 최종 대상자를 결정해. 전날(23일)까지만 해도 박 전 대통령은 이번 사면 심사 대상자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는 이야기가 지배적이었어. 하지만 문 대통령이 고심 끝에 막판에 박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 대상자에 올리기로 결단한 것으로 보여.
-청와대 참모, 여당 주요 인사들과의 협의는 없었어?
-최근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 사면과 관련해 참모나 여당 인사들과 협의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4일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면이 어떤 흐름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몰랐다"며 "구체적으로 (대통령이) 언제쯤 결정하셨는지는 아는 바가 없다. 찬반 의견이 두루 있어 참모로서 짐작건대 아마 마지막 순간까지 고뇌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했어. 다른 고위 관계자도 마찬가지로 발표 당일 오전까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대선 후보와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여.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당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아침에 오다가 기사를 봤다"라며 "어제까지만 해도 (사면은) 전혀 아니라고 했는데, 지금은 상황이 급변해서 (말하기가 좀 어렵다)"라며 말을 흐렸어. 이 후보는 이날 오전 10시 부인 김혜경 씨와 함께 출연한 크리스마스 특별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려고 했는데, 사면 소식에 행사를 오후로 연기하기도 했어.
-민주당 지도부도 예상하지 못한 결정이라는 반응이었어. 일각에선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이 송영길 민주당 대표와 만나 사면 관련한 논의를 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청와대와 송 대표 측 모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어.
-사실상 문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여. 그래서인지 앞서 문 대통령이 사면의 조건으로 제시한 "'국민적 공감대', '국민 통합', '사법 정의' 등을 박 전 대통령이 충족했다고 판단한 것인가", "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특별사면 대상에서 배제된 것인가"라는 질문에 청와대와 정부 핵심 인사들 모두 명확히 답하지 않았어. 청와대 참모를 대표해 관련한 설명을 하기 위해 기자들 앞에 나선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제가 책임 있게 설명할 위치에 있지 않다", "박 전 대통령과 이 전 대통령은 경우가 다르다. 하지만 다른 이유를 제가 설명할 수 없다"고 했어.
-이 관계자는 질의응답 말미에 '지금 계속 얘기하는 게 관계자는 이 사안에 대해서 직접 관여를 안 했고, 대통령께서 직접 결정하신 것인데, 그러면 오늘 왜 (기자들 앞에) 나온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비서실장께서 저한테 나가서 아는 대로 설명해 주면 좋겠다고 해서 제가 나왔는데, 설명이 잘 안 됐다면 죄송하다"고 말하기도 했어. 다만 이 관계자는 "참모들 간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토론은 없었다"고 확인해 줬어.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신년 특별사면 브리핑 후 질의응답에서 이 전 대통령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에 "이 전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 사면은 내용이 다르다. 그런 부분과 국민 정서도 고려한 것으로 생각하고, 구체적인 사면 경위, 어떤 절차를 거쳐서 이뤄진 것인가에 대해선 소상하게 이유를 말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 바란다"고 했어.
-청와대와 정부가 밝힌 공식적인 박 전 대통령 사면 배경은 '미래를 위한 국민 통합'과 '건강 악화' 고려야. 올해 초부터 정치권, 종교계, 시민단체 일각에서 계속 요구했던 것에 갑자기 문 대통령이 응답한 셈인데, 역사적으로 중요한 결단일 수도 있는데 상세한 설명이 부족해서 아쉬워.
-당장 이 전 대통령 측은 "이번 사면이 그 시기와 내용 모두 국민 화합 차원이 아니라 정략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전임 대통령 두 명을 임기 내내 구속해 두었다가 대선을 목전에 두고 그중 한 명만 사면한 것은 사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어. 또한 이들은 "건강이 나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대통령이 풀려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이 전 대통령을 제외시킨 것은 부당한 사법처리가 정치보복이었음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처사"라고 했어. 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결단에 대한 설명 미흡이 이런 반발, 국민 분열을 야기한 것은 아닌지 청와대에서 한 번쯤 되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여.
◆ 朴 사면, 정치적 목적이 있다?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대선 후보들 반응은 어때?
-윤 후보는 "늦었지만 환영한다. 건강이 안 좋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회복하길 바란다"고 말했어. 이 후보는 "국민통합을 위한 문재인 대통령의 고뇌를 이해하고 어려운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지금이라도 국정농단의 피해자인 국민에게 박 전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죄가 필요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런데 국민의힘은 환영한다면서도 정치적 목적을 의심한다는데 무슨 소리야?
-맞아. 이른바 친박계는 문 대통령의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환영하면서도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시각을 보여. 그런데 사실 야권의 시각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야. 그동안 여의도 안팎에서 나왔던 이야기는 이런 거야.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이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할 가능성이 있다. 여러 가지 정치 상황에서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는데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해 야권의 자중지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전망이었어. 다만 시기는 좀 앞당겨진 것 같아. 당시 이 이야기가 나왔을 때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시기를 3월 1일, 3.1절 특사 가능성이었다. 대선을 불과 8일 앞둔 시점으로 극적인 반전을 꾀할 것으로 보았거든.
-다른 얘긴데,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이 안 좋다고 알려졌잖아. 항간에는 박 전 대통령이 치아와 어깨 수술 부위 통증이 심하다는 '지라시'가 돌더라고. 입원 치료할 만큼 건강이 안 좋은 것 같은데, 모쪼록 잘 회복했으면 해.
◆이준석, 공동선대위원장 전격 '사퇴' 이후 반응은?
-지난 21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선거대책위원회 모든 직책을 내려놓겠다고 파격 선언한 이후 당 내홍이 지속되고 있어. 이 대표는 공보단장이던 조수진 최고위원과 갈등을 빚자 당 대표 업무만을 수행하겠다며 선대위에서 하차했어. '정권교체'를 위해 똘똘 뭉쳐야 함에도 제1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선대위를 탈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거지.
-당원들 사이에선 이 대표를 향한 불만이 빗발친다면서?
-현재 국민의힘 소속 의원실에는 이 대표를 비난하는 항의 전화가 폭주한다고 해. 한 의원실 관계자는 <더팩트>에 "이 대표가 민주당 좋은 일 하고 있다. 선거에 진다면 이 대표 때문", "당 대표라는 사람이 무게감도 없고 피아구분도 할 줄 모른다.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등의 비판 전화가 계속 오고 있다고 했어.
-이 대표는 아직 선대위에 복귀할 생각이 없는 거지?
-응. 이 대표는 다수 언론을 통해 '선대위에 복귀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선대위 6개 본부 체제 해체를 통한 강도 높은 쇄신의 필요성도 제기했어.
-이 대표가 논란이 되고 있던 '윤핵관'(윤석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에 대해서도 직접 언급했다고?
-사실 조 최고위원과 이 대표 갈등의 발단은 '윤핵관' 때문이야. 앞서 이 대표는 조 최고위원을 향해 "공보단장은 쿠키뉴스에 나오는 윤핵관이나 수습하라"고 질타하자 "나는 윤 후보 말만 듣는다"며 항명한 것이 시작인 것으로 알려졌어. 이에 이 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윤핵관'을 공식 거론했어. 특히 그간 '윤핵관'으로 거론되던 장제원 의원을 겨냥하며 "선대위 내 직책도 없으면서 별의별 소리를 다 한다"며 '정치장교', '블랙요원'이라고 꼬집었지.
-당사자들 반응은 어때?
-윤 후보는 "장 의원은 국민캠프에서 상황실장을 그만두고 출근도 하지 않는다"며 직접 부인하고 나섰고, 장 의원도 이 대표 공격에 대응하지 않겠다며 방어 자세를 취했어. 다만, "지금 오로지 정권교체와 윤 후보만을 생각해야 할 때"라며 "감정적 인신공격에 대해 대응하면 진흙탕 싸움밖에 안 된다"라고 했어.
-이 대표가 선대위직을 모두 던지면서 '쿠키뉴스' 언론 매체가 주목받고 있다고?
-쿠키뉴스는 최근 이 대표와 조 최고위원 간 갈등의 시발점이 된 '윤핵관' 코멘트를 받아 집중적으로 기사를 작성했던 언론사야. 이 대표는 "특정 인사들이 익명에 기대 특정 매체를 통해 분란성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며 쿠키뉴스를 저격한 바 있어.
-최근 쿠키뉴스는 데스크 실명제를 도입했다던데?
-맞아. 쿠키뉴스는 지난 20일부터 '데스크 실명제'를 도입하면서 신중한 취재와 책임이 요구되는 기획·단독 기사에 적용하고 있어. 일각에선 쿠키뉴스가 보도하는 '윤핵관'이 정말 '윤 후보 측 핵심인물'이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것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와.
-당내 갈등이 깊어지면서 유권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는 것 같아. 특히 올 한 해도 코로나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이 싱숭생숭 한 만큼 국민의힘은 이른 시일 내 갈등을 봉합하고, 국민들을 위한 정책과 비전으로 희망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송다영 기자, 김미루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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