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후보와 다른 목소리 할 수 있다"…당원 게시판 재개 등 건의
[더팩트ㅣ서울 중구=박숙현·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두고 손을 맞잡았다. 선거대책위원회 내 국가비전과통합위원회(비전위)를 설치해 공동 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이번 명낙(이재명·이낙연) 회동을 계기로 지지층 통합과 중도 외연 확장에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23일 서울 중구 모처에서 만나 예상보다 길게 약 1시간 20분가량 오찬을 겸한 대담을 이어갔다. 이들의 공식 만남은 대선 경선 후 지난 10월 성루 종로구 인사동에서의 차담회, 지난달 2일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 이후 50여 일 만에 세 번째다. 이 전 대표는 선대위 출범식 참석 후 비공식적으로 각 지역을 순회하며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다닌 것 외에는 공식 행보를 자제해왔다. 지난달 이 후보의 호남 지역 순회 일정에서 이 전 대표와의 만남도 전망됐지만 불발되면서 그의 '역할론'에 대한 관심은 증폭돼왔다. 이어 마침내 이날 칩거를 끝내고 전면적인 선대위 활동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번 만남은 양측이 연말 회동에 대한 공감대를 모으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성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 측 윤영찬 의원은 "두 분 사이에 '해가 가기 전에 한 번 얼굴 보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에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국민에게도 더 좋은 소식을 전해드리는 차원에서 23일(오늘) 날짜가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당내에선 특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대표 등 국민의힘 내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자, 오히려 회동이 적절한 시기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대표는 이 후보와 함께 선대위 내에 설치될 비전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선대위에서 직접 활동하게 된다. 윤 의원은 비전위 설치 배경에 대해 "오늘 만남 이전에 양측에서 여러 차례 물밑에서 이야기들이 있었다"며 "당내에 국가 비전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줄 주체가 필요하다, 국민 통합이 시대적 화두인데 그 역할을 가장 잘해줄 분이 이 전 대표라고 자연스럽게 의견이 모였다"고 전했다. 이 후보 비서실장인 오영훈 의원은 "(이 전 대표는) 상임고문에 위촉된 바 있다. 하지만 당 선대위 슬림화 이후에 그런 부분이 애매해진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명확하게 비전위 위원장을 두 분이 공동으로 맡기로 한 것"이라며 "(이 전 대표가) 독자적으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비전위는 중점적으로 △코로나19 극복 △양극화 완화 △복지국가 구현 △정치개혁 △평화로운 한반도 △국민 대통합 등 차기 민주정부 국정운영 과제를 발굴하는 업무를 맡는다. 이 외에도 선대위 인재영입에도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회동 입장문에는 "앞으로 민주당의 폭넓은 문호개방과 더 젊고 역동적인 인재영입 통해 당 혁신과 변화를 함께 이끌어나가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대해 오 의원은 "인재영입은 (기존) 인재영입위원회에서의 역할이 있는 것이고, 비전위는 또 자체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영입 관련) 제안할 내용이 있다면 서로 교류하게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비전위는 오는 27일 출범식을 열 예정이다.
이날 회동으로 '내부 갈등설'은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도 이 전 대표 일부 지지자들은 '후보 교체론'을 주창하고, 이 후보의 이른바 '형수 욕설' 녹음 파일을 공개하는 등 지지자 간 화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이 전 대표가 선대위 전면에 나서게 되면 호남권 등 민주당 핵심 지지층이 확실하게 결집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날 회동에서는 일시 폐쇄했던 당원 게시판을 재개하고, 이 전 대표 캠프에서 복지국가비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이상이 교수 징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로 했다. 이 전 대표가 제안했고, 이 후보도 전폭 동의했다고 한다. 오 의원은 "충분히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눴고, 이 전 대표가 후보에게 권하는 내용도 상당히 있었다. 대부분 이 후보가 흔쾌히 수용한다는 말씀을 주셨다"며 "실질적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당에서 행정적으로 처리할 부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 선대위는 문재인 정부 최장수 국무총리 타이틀을 쥔 이 전 대표를 내세워 중도층 확장에도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이 전 대표 역할에 대해 "어떻게 우리 쪽을 잘 단합하면서 외연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두 분이 나눴다"고 했다.
이 전 대표 역시 "앞으로 제가 활동하는 과정에서 때로는 후보나 당과 조금 다른 이야기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외연 확장 역할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이 전 대표의 강점으로 중도층을 확장하고, 지지층을 단합시키는 방식으로 할 것"이라며 "후보가 갖고 있는 장점과 이 전 대표의 장점이 시너지를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라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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