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정책 일관성 중요" vs 李 "유연성 가져야"…與 '워킹그룹' 구성키로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다주택자 양도 중과 유예안을 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청와대, 정부가 연일 각을 세우자 여당이 중재하며 숨 고르기에 나섰다. 당내 '워킹그룹'에서 논의하겠다며 결론 시점을 사실상 내년으로 넘겼다. 당·청 갈등 양상을 최소화하면서, 이 후보에게는 출구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22일 오후 2시간 반 동안 격론을 벌였다. 이 후보가 제안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적 유예'에 대한 당내 의견 수렴이 주요 안건이었다. 그 결과, 결론을 미루고 당내 특별위원회 형태로 찬반 의원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만들어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대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부동산 감세'에 대해 후보와 청와대, 정부가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정면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커지자 물밑 조율하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이날 청와대와 정부 주요 인사는 공개적으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반대 입장을 거듭 드러냈다. 예정된 의총을 앞두고 민주당에 물러서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인 것이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하며 "현재 부동산 시장을 보면 분명한 변곡점을 맞이한 것 같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시장 하향 안정이 아주 분명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완곡하게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도 라디오에 출연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완화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불형평성 논란이나 정책 신뢰성 저하,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신중론을 피력했다. 정부도 가세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다주택자 중과 유예에 대해 "시장안정, 정책일관, 형평문제 등을 감안해 세제 변경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에 맞서 이 후보는 "(반대하는 이들을) 설득해보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이날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매물 잠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양도세 중과 자체를 없애자는 건 아니기 때문에 계속 설득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의총에서도 국민 삶을 우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한 의원들의 지지를 당부했다. 이 후보는 "그동안 가져온 일관된 가치가 근본적으로 훼손되지 않는다면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며 "정부의 여러 정책에 대한 핀셋 조정에 대해 국민 아픔에 공감하면서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검토와 선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전했다.
민주당의 '워킹그룹' 중재안은 친문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부 반발 달래기 차원이기도 하다. 이날 의총에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부담 완화를 두고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가 관련 사안에 대해 '당과 사전에 조율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고 한다. 윤호중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 앞서 "워킹그룹을 다양한 당내 의견을 가진 분들로 구성해 워킹그룹이 만드는 당안(案)을 만드는 논의를 우선할 것"이라고 미리 언급한 것도 당내 뜨거운 반대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후보가 그동안 기본소득, 국토보유세, 전 국민 재난지원금 내년 예산안 편성 등을 당과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제안했다가 철회해 '말 바꾸기' 지적을 받아온 만큼 이번에는 당이 나서 출구 전략을 마련해준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워킹그룹'에 일단 공을 넘겼지만 결론을 내야 하는 만큼 당·정·청 간 불씨는 남아 있는 상황이다. 다주택자 중과 유예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해온 한 민주당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의총 결과에 대해 "당내 의견들이 있으니까 그런 의견을 대표할 만한 이들을 모아 토론하고 합의점을 찾아보겠다고 하는 건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유예안 수용 가능성에 대해선 "(워킹그룹 안이)의총에 보고되면 그 결과를 들어보고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후보는 집값 급등과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재산세, 보유세 부담도 완화해야 입장을 보이고 있어 당·청 갈등은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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