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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尹의 가족 리스크, 대선 선례 봐도 '역대급'

  • 정치 | 2021-12-21 00:00
양당 차기 대선 후보들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불법·비위 의혹이 여론을 뒤흔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장남 이동호 씨의 불법 도박과 성매매 의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기재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사진취재단
양당 차기 대선 후보들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불법·비위 의혹이 여론을 뒤흔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장남 이동호 씨의 불법 도박과 성매매 의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기재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사진취재단

의혹 아닌 사실, 이념 아닌 가치 문제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양당 차기 대선 후보들의 가족을 둘러싼 각종 불법·비위 의혹이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장남 이동호 씨의 불법 도박과 성매매 의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인 김건희 씨의 허위 경력 기재 문제로 논란에 휩싸였다. 과거 대선 과정에서 가족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던 이회창 전 대표,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각각 의혹을 전면 부인하거나, 끌어 안으면서 논란을 돌파했지만, 20대 대선 국면에서 두 후보의 경우는 이와 판이하게 달라 논란을 잠재우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 배우자 김건희 씨의 가짜 이력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김 씨는 2007년 수원여대·2013년 안양대 겸임교원 지원서에 관련 경력을 허위·부풀리기로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권은 이에 더해 김 씨가 서일대·한림성심대·국민대 등에서도 겸임교원·시간강사 지원 시 허위 이력을 게재했다는 의혹을 주장하고 있어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윤 후보 측은 당초 김 씨의 이력 허위 기재와 관련해 '결혼 전 일'이라며 사과에 인색한 태도를 보였으나, 김 씨의 '사문서 위조'가 이른바 '조국 사태'의 표창장 위조와 뭐가 다르냐는 비난이 쇄도하고 나서야 허리를 숙였다. 윤 후보는 지난 17일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 그 자체만으로도 제가 강조해 온 '공정'과 '상식'에 맞지 않는 것임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며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납작 엎드렸다.

이 후보도 장남 이 씨의 상습 불법 도박 혐의가 불거지자마자 즉각 인정하며 지난 16일 하루에만 세 번이나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 씨의 성매매 의혹으로 번졌다. 같은 도박 사이트에서 마사지 업소 방문 후기로 추정되는 다수의 게시물과 댓글을 쓴 것이 발견되면서다. 이에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는 "(이 씨가) 글을 쓴 건 맞지만 성매매를 한 적은 없다"며 선을 그었고, 이 후보도 "(성매매는) 본인이 맹세코 아니라고 하니 부모 된 입장에서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이 후보의 장남이 씨가 도박 커뮤니티에 쓴 글. 불법 마사지 업소에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추청되는 내용이 쓰여 있다. / 도박 커뮤니티 홈페이지 갈무리
이 후보의 장남이 씨가 도박 커뮤니티에 쓴 글. 불법 마사지 업소에서 성매매를 한 것으로 추청되는 내용이 쓰여 있다. / 도박 커뮤니티 홈페이지 갈무리

대선 후보자를 둘러싼 배우자, 자녀, 친인척 등 '가족 리스크'는 선거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상대 간 '네거티브'도 가족 문제와 겹치면 더 거세지는 탓에 후보 본인의 대선 공약과 국정 능력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대선 후보 가족도 검증대상의 범주다'라는 불문율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온다.

◆ '두 아들 병역비리 의혹' 검찰 수사로 누명 벗은 이회창 전 대표

특히 대선 후보자 자녀 문제에 있어 대표적 낙마 요인은 '입시'와 '병역'이다.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 '부모가 정치인이라서 특혜를 받았다'는 국민 정서에 대선 후보의 '공정성'과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역대 대선 후보 중 15, 16대 대선을 2번 낙마한 이회창 전 대표가 대표적이다. 대선 당시 이 전 대표는 두 아들이 '체중 미달'로 병역 면제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고의로 체중 감량해 병역을 피한 것 아니냐는 공세에 시달렸다.

하지만 '아들 문제'라는 사안만 같지, 이 전 대표와 이 후보는 애초에 동일선상에 둘 수 없다. 일단 이 전 대표는 대선 당시 "(병역 비리)의혹이 사실이라면 대선 후보를 사퇴하겠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 바 있고, 16대 대선이 끝난 후 검찰 수사 끝에 '사실로 볼 증거가 없다'는 결론이 나 병역 특혜는 오해임이 밝혀졌다.

이 후보는 아들 문제 외에 '형수 욕설 논란' '배우 스캔들' '살인 혐의 조카 변호 논란' 등 본인의 도덕성 리스크도 함께 안고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선화 기자
이 후보는 아들 문제 외에 '형수 욕설 논란' '배우 스캔들' '살인 혐의 조카 변호 논란' 등 본인의 도덕성 리스크도 함께 안고 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선화 기자

이에 반해 이 후보의 장남 문제는 '사실'이다. 아들의 도박 의혹이 나오자 빠른 사실인정과 사과를 한 이 후보는 가족 문제가 '프레임'을 넘어선 '리스크'로 더 무겁게 다가올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 이 후보는 아들 문제 외에도 '형수 욕설 논란' '배우 스캔들' '살인 혐의 조카 변호 논란' '대장동 개발 의혹' 등 본인의 도덕성 리스크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아내를 버려야 하나" 정면 돌파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대선 후보의 '배우자 리스크'하면 늘 소환되는 인물이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장인이 6·25전쟁 때 좌익 활동을 했다는 비판을 받자 "제가 결혼하기 훨씬 전에 돌아가셨는데, 저는 이 사실을 알고 제 아내와 결혼했다"며 "아이들 잘 키우고 지금까지 서로 사랑하면서 잘살고 있는데 뭐가 잘못됐냐.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하느냐"며 공세 프레임을 정면 돌파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례는 윤 후보와 배우자 관련 '잡음'이라는 데에서 오는 공통점뿐, '시대적 공감'을 얻을 수 있냐를 따졌을 때 민심에 확연한 차이가 난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부인의 문제로 거론되긴 했지만, 장인과 직접적 연관이 있는 문제였다. 그렇기에 노 전 대통령의 '연좌제(범죄인과 특정한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연대책임을 지게 하고 처벌하는 제도)를 경계하고 반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면서 취재진이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특별한 발언없이 치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을 나서면서 취재진이 윤 후보의 부인인 김건희 씨의 '허위 이력' 논란과 관련한 질문을 하자 특별한 발언없이 치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선화 기자

윤 후보의 경우 사위로서 현재 피고인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는 장모 최모 씨의 문제는 피할 수 있다 해도, 배우자 김건희 씨 문제는 '부부 사이'의 일로 국민에게는 결국 본인 문제로 인식되기 쉬울 것이라는 게 정치권 분석이다. 또, 윤 후보의 대선 후보 출마의 명분이 '공정'과 '상식'의 회복이었던 만큼, 부인의 '사문서 조작' 문제가 계속 불거질 경우 자칫 후보의 출마 당위성과 정체성 자체의 뿌리도 흔들릴 우려가 있다. 윤 후보가 검찰총장에서 물러난 뒤 대선에 출마하며 '내로남불'의 프레임을 내세웠지만, 결국 그 안에 자신이 갇히는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

현 상황을 두고 전문가는 "역대급 가족 리스크"라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여야 유력 대선 후보의 가족이 동시에 문제가 된 것은 처음이다"라며 "더구나 대선 막바지에 이르러 온갖 의혹에 휩쓸린 것은 처음이라 유권자들도 당혹스러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 원장은 "양당 적극 지지자들은 네거티브 공세에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다만 유력 대선 후보의 도덕성 문제가 계속된다면, 중도층이 '뽑을 사람이 없다'며 투표를 이탈해버리는 현상이 생길 수 있어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저조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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