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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주열의 '靑.春일기'] 코로나19 대유행 키운 文정부 '오판'들

  • 정치 | 2021-12-02 10:39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00명대를 넘어선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검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5123명으로 집계됐다. /이동률 기자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5000명대를 넘어선 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 시청광장에 마련된 선별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이 길게 줄을 서 검사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5123명으로 집계됐다. /이동률 기자

미리 밝혀둡니다. 이 글은 청와대 취재기자의 주관적 생각에 가깝습니다. '일기는 집에 가서 쓰라'고 반문한다면 할 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쓰냐고요? '청.와.대(靑瓦臺)'. 세 글자에 답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생활하는 저곳, 어떤 곳일까'란 단순한 궁금증에서 출발합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보지 않았을까요? '靑.春일기'는 청와대와 '가깝고도 먼' 춘추관(春秋館)에서 바라본 청춘기자의 '평범한 시선'입니다. <편집자 주>

K-방역, K-접종 '이면' 이상한 장면들 '반복'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5개월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늘어 1일 기준 2차 접종자가 인구 대비 80.0%, 18세 이상 성인 인구 대비 91.5%를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특히 정부가 11월부터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를 시행한 이후 확진자,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수는 가파르게 늘어나는 상황입니다.

1일 확진자 수는 5000명을 넘어섰고, 위중증 환자는 723명을 기록했습니다. 최근 일주일(11월 25~12월 1일) 일평균 사망자 수는 약 42명에 달합니다. 모두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가장 많은 수치입니다. 백신 접종률 상승보다 더 빠르게 확진자, 위중증 환자,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지켜지지 않은 '공언', 정부·청와대 엇박자도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여러 차례 11월 이전 '집단면역 형성'에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지난 5월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선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라며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집단면역으로 다가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집단면역이 코로나를 종식시키지 못할지라도 덜 위험한 질병으로 만들 것이고,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문 대통령의 '공언'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돌이켜보면 문 대통령과 정부가 코로나 사태 '변곡점'에서 한 판단과 발언이 예상과 다른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수차례 반복됐습니다.

단계적 일상회복 1단계 3주 차가 마무리되던 시점인 지난달 21일 문 대통령은 취임 후 두 번째 '국민과의 대화'에 나서 "위중증 환자가 꽤 늘고 있고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가"라는 진행자 질의에 "확진자 수 증가는 단계적 일상회복 들어갈 때 예상했던 수치"라며 "정부는 5000명 또는 1만 명 정도까지도 확진자 수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대비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서 국민패널 질문에 답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2021 국민과의 대화-일상으로'에서 국민패널 질문에 답하는 모습. /청와대 제공

다만 문 대통령은 "위중증 환자가 빠르게 늘어나서, 그 바람에 병상 상황이 조금 빠듯하게 된 것이 조금 염려가 된다. 지금은 병상을 빠르게 늘리고 의료 인력을 확충해서 우리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게끔 만들고, 또 한편으로는 취약한 분들에게 추가 접종을 빠르게 실시해서 전체적으로 접종 효과를 높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그런 방향으로 이미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잘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당시(11월 21일) 확진자는 3120명, 위중증 환자는 517명, 사망자는 30명이었습니다. 다음 날(2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1월 3주(14~20일) 수도권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이 급증(69.5%→77.0%)했고, 의료대응역량 대비 발생비율이 수도권은 70.1%에 달한다며 종합적 위험도 평가 결과 수도권은 '매우 높음'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재택치료자 비율은 '19.4%'였습니다.

이에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방역의료분과위원회에선 "수도권 중환자실 병상 여력은 거의 없는 상황이며 확진자 수, 감염재생산지수 등 방역 선행 지표가 악화되고 있어, 전국적으로 병상 여력은 당분간 악화될 전망이며, 방역지표가 매우 빠른 속도로 악화되는 상황을 고려해 현시점부터 방역 조치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불과 하루 전날 문 대통령은 "확진자 수가 1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해 대비했다"고 했는데, 그 3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확진자 발생에도 중대본은 의료대응체계가 한계에 달했다는 정반대의 내용을 발표한 것입니다.

이후 확진자, 위중증 환자, 사망자 증가세는 더 가팔라졌습니다. 이에 지난달 29일 문 대통령은 코로나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또 다른 고비를 맞고 있다. 이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면, 단계적 일상회복이 실패로 돌아가는 더 큰 위기를 맞게 된다"라면서도 "어렵게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되돌려 과거로 후퇴할 수는 없다. 일상회복 2단계 전환을 유보하면서, 앞으로 4주간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특별방역대책의 핵심은 백신 추가 접종(3차 접종)과 10대 청소년 접종 확대, 그리고 병상과 의료 인력 등 의료체계 지속 가능성 확보입니다. 같은 날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확진자 치료는) '재택치료'를 원칙으로 한다"라며 "재택치료가 불가능한 예외 경우만 의료기관에 입원하는 체계로 전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1일 0시 기준 확진자 중 재택치료 배정 환자는 1958명으로 전체 확진자의 약 39%였습니다. 열흘 만에 재택치료 배정 확진자는 두 배가량 늘었고, 더 늘어날 전망입니다.

해당 자료들을 요약하면 정부는 당초 2차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어서면 위중증 환자가 급감해 안정적인 일상회복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이후 대응도 선제적 조치가 아니라 급증하는 중환자·사망자에 맞춰서 임기응변식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 사태' 변곡점 판단, 예상과 다른 결과

사실 '코로나 종식'을 예고한 대통령의 발언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9일 코로나 3차 대유행이 한창 번지던 시기 "백신과 치료제로 (코로나와의) 긴 터널의 끝이 보인다"고 말했고, 한 달 뒤 신년사에서도 "이제는 드디어 어두운 터널의 끝이 보인다"라고 또다시 '터널의 끝'을 언급했습니다. 당시도 3차 대유행은 진행형이었습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지속된 3차 대유행도 정부가 방역조치를 섣불리 완화하면서 시민들의 경각심이 느슨해진 것이 주요 원인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당시 수도권 중심 2차 대유행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성급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1단계로 내려 확산세를 키웠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많습니다.

2차 대유행에도 정부의 판단 착오가 있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8월 14일부터 숙박·여행·공연·전시·영화·체육 6개 분야 소비 할인쿠폰 861만 장을 순차적으로 배포하면서 소비 진작과 관련 업계 활성화를 유도했는데, 다음 날 보수단체의 광화문 집회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수도권 중심의 2차 대유행이 시작됐습니다.

섣부른 정부의 소비 쿠폰 발행이 2차 대유행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문체부는 2차 대유행으로 예산 만큼 배부하지 못한 소비 쿠폰을 3차 대유행 시기에 배부하다가 또다시 중단하기도 했습니다. 신천지발 1차 대유행과 최초 확진자 발생(2020년 1월 20일) 당시에도 정부의 부실 대처를 둘러싼 지적은 여러 차례 나왔습니다.

지난달 2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정은경(사진 앞) 질병관리청장과 기모란 방역비서관이 참석한 모습. /뉴시스
지난달 29일 청와대 여민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코로나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 정은경(사진 앞) 질병관리청장과 기모란 방역비서관이 참석한 모습. /뉴시스

또한 문 대통령은 지난 4월 청와대에 '방역기획관'이라는 직책을 신설하고, 그 자리에 백신 개발과 확보에 부정적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낸 기모란 교수를 임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기 기획관은 예방의학 전문가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과 드라이브 스루 방식 등 방역 대책 마련과 국민들의 코로나 이해에 크게 기여해 왔다"며 "방역 정책 및 방역 조치를 전담하기 위해 신설되는 방역기획관실의 첫 비서관으로서 그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4차 대유행 상황에서 낮에는 백신 접종 완료자 포함 6인, 밤에는 4인까지 제한하고, 결혼식 및 돌잔치 인원 제한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하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방역 대책들도 내놨는데, 확산세 차단에는 실패했습니다.

지난 8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의 방역 실패에 기 기획관이 관여한 게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과 국회 출석 요구가 있었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외면했습니다. 당시 민주당은 "방역 문제는 사회수석실이 총괄하고 있고, 이태한 사회수석이 참석해 그를 통해 (설명을) 충분히 들을 수 있어서 참석시킬 필요성을 못 느꼈다. 기 기획관이 (방역) 실무 총괄이지만, 총괄 책임자 사회수석이 있는데 뭐가 문제인가"라며 야당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대신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기 기획관은 한 사람의 전문가로서, 코디네이터(조정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임명 당시에는 "방역 정책 및 방역 조치를 전담한다"고 하더니, 잇단 방역 실패 논란에 당사자는 언론에서 모습을 감췄고, 당청은 미묘하게 다른 이야기를 한 셈입니다.

국내 코로나 상황이 심각하지만, 정부는 "다른 나라에 비해선 잘 대처하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이 진정된 이웃 나라 일본이나 중국이 아닌 유럽과 미국의 사례를 주로 설명합니다.

정부가 자랑하는 K-방역, K-백신 접종의 이면에는 이처럼 정부가 말하지 않는 여러 이상한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이상한 장면, 선택들이 반복되면서 현재의 최악의 코로나 상황이 발생한 것은 아닐까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을 파악하고, 원인과 관계된 책임자를 문책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 신속히 대안을 마련해 시행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일까요?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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