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잘 모르겠다. 후보로서 역할 다 하는 것 뿐"
[더팩트ㅣ이철영 기자]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가 30일 휴대전화도 끈 채 잠적했다. 이날 정해진 일정도 모두 취소하면서 패싱 논란에 따른 중대 결심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당 안팎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29일) 늦은 오후 페이스북에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남긴 직후 '^_^p' 모양의 이모티콘을 올렸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다. 다만, 최근 윤석열 대선 후보 측과 충돌하면서 올린 것으로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이 대표는 이렇다 할 설명 없이 30일 모든 일정을 취소했다. 윤 후보와 당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 벌어졌다. 이 대표는 전날부터 30일 오후 5시 현재까지 휴대전화 전원을 끈 채 잠적한 상태다.
대선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 대표가 사실상 잠적하면서 그동안 윤 후보와의 누적된 갈등을 직접 표출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와 윤 후보는 선대위 구성과 관련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영입을 기점으로 상당한 갈등을 보였다.
이 대표는 2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윤 후보의 일정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드러낸 바 있다. 이 대표는 전날 윤 후보의 충청 방문 일정을 사전에 알지 못했던 것에 대해 "적어도 '이준석이 간다'고 발표하는 일정은 이준석에게 물어보고 결정해달라는 거다. '미리' 논의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이수정 경기대 교수의 공동선대위원장 인선도 이 대표와 생각을 달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잠적하면서 윤 후보를 비롯한 당 중진들은 이 대표 달래기에 나서며 내분 수습에 안간힘이다. 충청 일정을 소화 중인 윤 후보는 이 대표 잠적에 "저도 오늘 일정이 아침부터 바빠 공개 일정은 11시부터 시작했다"면서 이 대표 패싱 논란 질문에는 "저도 잘 모르겠다. 저는 후보로서 역할을 다 하는 것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에게 이 대표를 만나게 했다. 하지만 권 사무총장은 이 대표의 지역사무소를 찾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아 만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렸다.
당 중진들이 갈등 중재에 나섰다. 김태호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차, 포 다 떼고 이길 수 있는 판이 아니다"라며 "이번 대선은 결코 녹록한 선거가 아니다.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것인가.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하태경 의원도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윤 후보와 우리당의 대선 필승 공식은 청년과 중도 확장"이라면서 "그러나 지금 필승 공식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청년의 압도적 지지 없이 우리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는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런 점에서 최근 이 대표 패싱 논란은 매우 우려스럽다. 이번 대선에서 우리당의 정치혁신과 청년정치를 상징하는 이 대표의 역할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대표 없이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안이한 생각은 대선 승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대표의 칩거가 길어질 경우 윤 후보가 직접 나서 만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이 대표가 칩거에 들어간 것 역시 윤 후보와 직접 소통하기 위한 계산이 깔린 것이란 분석도 있어, 향후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한편 이 대표는 전날(29일) 국민의힘 초선 의원 일부와 여의도 인근 식당에서 만찬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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