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선대위, '온라인 소통' 강화…일각선 극단화 우려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종종 눈팅하러 올 테니 자유롭게 여러 의견 남겨달라"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커뮤니티의 '공론장' 역할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정치인들의 주요 발언을 직접 검증하는가 하면, 결정적인 지원 사격을 통해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제1야당 당대표로 선출하면서다.
특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직접 커뮤니티에 방문해 글을 남길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 같은 행보는 국민과의 소통 간격을 좁힐 수 있어 긍정적이지만, 자칫 치우친 여론에 끌려다녀 정치 극단화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후보는 지난 20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씨인사이드(디씨)'에 직접 글을 남겼다. 그는 '눈팅(온라인상에서 '글을 읽거나 사진을 보기만 하고 참여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 '갤주' 등 온라인에서 통용되는 용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커뮤니티에 녹아들었다. 동시에 "여러분께서 저를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유용한 도구로 써 달라"고 구애했다.
이 후보의 커뮤니티를 향한 애정은 겉으로 드러난 것보다 깊어 보인다. 우선 민주당 선대위에 주요 커뮤니티 여론 동향을 파악하고, 후보 홍보 콘텐츠를 제작하는 '온라인 소통팀'을 꾸렸다. 선대위에서는 후보 행보에 대한 각 커뮤니티 반응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이에 기반에 선거 전략을 평가·수정하기도 한다. 소통팀 단장에는 경선 후보 시절 수행실장이었던 김남국 의원을 앉혔다.
또 여권에 따르면 당초 이 후보는 디씨 외에 다수의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방문해 일일이 글을 올릴 계획이었지만, 실무진 차원에서 만류해 무산됐다고 한다. '온라인 소통팀' 관계자는 "사실 후보는 모든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겠다고 했는데 저희가 말렸다. 그리고 후보 갤러리가 있는 디씨를 우선 시작으로 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커뮤니티에 올릴 영상도 최근 촬영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이전에도 몇몇 정치인들이 커뮤니티 방문 인증을 했었는데 영상으로 인사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라며 "커뮤니티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방법을 계속 찾아보고 아이디어도 내고 있다"고 했다.
커뮤니티는 예전부터 대선 등 선거 국면에서 역할 비중을 늘려왔다. 2000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온라인 팬덤으로 출발했던 커뮤니티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 조직적으로 참여해 노풍(盧風)의 주역이 된 바 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유력 정치인들이 커뮤니티에 직접 인증글을 남기는 등 관심을 두면서 쌍방향 소통창구로 변화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18대, 19대 대선 당시 친여성향 커뮤니티에 지지 호소와 당선 감사 인사를 남기며 활발히 소통했다. 지지자들과는 결집을 공고히 하고, 정치 성향이 다른 유권자들의 의견을 가감없이 수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후보 역시 이 같은 이유로 온라인 소통을 중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는 "후보가 예전부터 커뮤니티를 눈팅은 하고 있었는데,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디씨에 인증글을 남겼다"며 "후보 입장에서는 오히려 주변에서 좋은 정책이나 의견이 많은데 그분들을 다 만날 수는 없으니 그런 것 같다. 앞으로도 커뮤니티를 (선거 홍보 전략으로) 많이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한 진영 간 여론전은 최근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더이상 관전하는 데 머물지 않고, 현실 정치에 직접 뛰어들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잦아졌다.
가장 대표적으로 '30대 0선'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당선이다. 2030 남성들이 주 이용자인 커뮤니티에서 '당원 가입 운동'이 벌어졌고, 그 결과 이 대표는 남성 지지층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당권을 거머쥐었다. 최근에는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으로 지지 바람이 옮겨갔다.
정치 현안에 대한 논란을 키우거나 종식하는 역할도 한다. 최근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돌상 사진에 일본 엔화가 놓여있다고 주장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누리꾼들은 지폐를 확대한 사진과 과거 한국은행에서 발행됐던 '개 천환권' 사진을 비교해 올린 후 '허위사실'이라고 반박했고, 결국 송 대표는 발언을 철회하고 사과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는 한 커뮤니티에 TV토론회 당시 윤 후보의 손바닥에 '임금 왕(王)'자가 적혀 있다는 게시물이 올라오면서 '주술 논란'으로 정치권을 떠들썩하게 만들기도 했다.
전문가는 온라인 커뮤니티 활성화는 지지자들과 정치인의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의 정치 참여를 높인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게 돼 진영 대결과 혐오 정치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강성 지지자의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수위의 의견이 호응을 얻으면서 여론 쏠림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같은 부분을 경계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최근 '이 후보와 민주당이 남성들로부터 지지를 얻으려면 페미니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커뮤니티 글을 공개적으로 공유해, '안티 페미니즘'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커뮤니티는 정치인들을 놀잇감처럼 대하면서 재미있게 의견을 주고받는 곳이라 희화화가 심하다. 또 지지하는 이에겐 좋은 말은 엄청 좋게 해주고 경쟁자에게는 비판을 심하게 해서 극과 극이다. 실무진 입장에선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다"고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소통이 어느 쪽으로 편향된 지지 성향을 보인다든지, 지지하는 후보에 대해선 어떤 흠결도 검증하려 하지 않는다는 건 부정적일 수 있다. 선거 전체 표심을 왜곡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커뮤니티 여론을) 과하게 받아들이고 다른 후보를 비난하는 쪽으로 간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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