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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최장수 장관 김현미, 대학 강단서 'Moonshot Thinking'
[더팩트ㅣ전주=박숙현·송다영 기자] '장관님'이 아니라 이젠 '교수님'이다. 웃음도 되찾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3년 6개월여를 재직하며 '역대 최장수 국토부 장관'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던 김현미 전 장관의 최근 모습이다. <더팩트>가 전북대학교 행정대학원 초빙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김 전 장관의 근황을 확인했다.
23일 오후 7시 20분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전북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는 지방자치연구소와 행정대학원 행정학과가 주관 및 주최한 '전북의 미래를 그린다-행정대학원 행정학과 명사 특강'이 진행 중이었다.
해당 강의는 학과에서 매주 화요일 진행되며 초빙교수를 맡은 김 전 장관이 담당하고 있다. 해당 강의는 매주 국내 저명인사를 초청해 새로운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는 수업이다.
이날 강의는 당초 선착순 20명 제한이라고 고지돼 있던 바와 달리 강의실에는 약 40명이 넘는 인원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취재진도 해당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강의실 전자 칠판에는 '전라북도 문샷 챌린지 포 투모로우 2021'(MOONSHOT CHALLENGE FOR TOMORROW 2021)이라는 문구와 함께 강의 소개 화면이 띄워져 있었다. '문샷 싱킹'(Moonshot Thinking)은 달을 더 잘 보기 위해 망원경 성능을 높이는 대신, 달에 갈 수 있는 탐사선을 제작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과 같은 '혁신적인 발상'을 이르는 말이다.
명사 특강을 통해 전북의 미래를 혁신적으로 기획해보자는 강의 목적이 드러나는 표어이기도 하다. 지역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강의인 만큼 1대의 '고프로' 카메라를 비롯해 총 7개의 카메라가 배치돼 강의 영상을 찍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이날 특강 명사는 한국의 대표적 베스트셀러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 유홍준 명지대학교 석좌교수였다. 유 교수는 2004년 故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제3대 문화재청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유 교수는 약 2시간여 동안 '전북 아름다움의 재발견'이라는 주제로 전북의 문화유산을 비롯한 전북의 문화와 관련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김 전 장관은 수업 동안 유 교수를 향한 존경을 아끼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유 교수가 수업하는 동안 휴대전화 한 번 보지 않고 강의에 집중했다. 이따금 수업 중 유 교수의 농담에 웃음을 보이거나 질문에 호응하는 모습도 보였다. 유 교수도 특강에서 "(김 전 장관이)여기는 꼭 와 달라고 연구실에 찾아와서 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수업 도중 김 전 장관의 '국토부 이력'이 소환되기도 했다. 유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도 실린 적이 있는 전북 부안 곰소앞바다의 염전에 대해 얘기를 하던 도중 "과거에는 소금이 (식품이 아닌) '광물'로 지정돼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그게 국토부 소관이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다"라며 김 전 장관 쪽을 쳐다봤다. 강의실의 시선이 본의 아니게 김 전 장관에게 돌아가자, 당사자는 국토부 소관이 아니라는 손가락 'X'자를 유 교수를 향해 표시해 보이며 웃음을 보였다.
특강 전후로는 강의실이 '만남의 광장'으로 변하는 광경도 볼 수 있었다. 권익현 부안군수, 김한광 전주 MBC 사장, 전북대학교 총장 등이 특강에 참석해 김 전 장관, 유 교수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강의를 마치고 단체 사진을 찍으며 서로 친목을 다지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강의에 찾아온 사람들에게 안부를 묻고 악수를 하며 내내 밝은 모습을 보였다. 그의 모습에선 국토부 장관 시절 부동산 대책 실패로 국회에서 질타를 받을 때의 어두웠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취재진은 수업이 끝난 후 김 전 장관에게 근황과 함께 초빙교수 역임 배경 그리고 현재 부동산 상황 등을 직접 들어보고자 했다. 강의실을 나가던 김 전 장관은 '근황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금 이거(수업) 하고 있지 않냐"고 답변했다. 이어 전북도지사 출마설 등이 언급되는 것을 고려해 김 전 장관에게 향후 행보를 물었지만, "이후의 행보는 계속 수업을 하는 거다"라며 정치 재개와 관련한 즉답을 피했다. 김 전 장관은 강연자였던 유 교수를 배웅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더는 대답하지 않은 채 급히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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