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청년의꿈' 플랫폼서 솔직한 답변 남겨 2030세대 눈길
[더팩트ㅣ송다영 기자] "저는 살기 위해 공부했습니다"('공부가 안되니 응원해달라'는 글의 답변), "수영 못 해요" ('하태경 의원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물에 빠지면 누구를 구할 거냐'는 질문의 답변)
정치인인데 '거짓말'을 제일 싫어한다고 한다. 솔직한 유머를 도약 삼아 'MZ세대는 꼰대를 싫어한다'는 법칙을 비껴가고 있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이야기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2위로 탈락한 홍 의원은 윤석열 후보의 선대위 동참이 아닌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7일 홍 의원은 SNS에 "사상 최초로 검찰이 주도하는 비리 의혹 대선에는 참여할 생각이 없다"라면서 "저를 열광적으로 지지해준 2040(세대)의 놀이터 '청년의꿈' 플랫폼을 만들어 향후 정치 일정을 가지고자 한다"고 밝혔다.
홍 의원이 예고했던 '청년의꿈'은 오픈 3일만인 지난 17일 1000만 페이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누리집(홈페이지) 속 청년들이 묻고 홍준표가 답한다는 줄임말의 '청문홍답' 코너는 청년들이 홍 의원에게 궁금한 점을 자유롭게 물어보면 홍 의원이 응답하는 1문 1답 '궁물(궁금한 걸 물어보세요)' 방식인데, 해당 공간에 남긴 홍 의원의 답변들이 연일 화제다. 1954년생 홍 의원의 답변이 '라떼는 말이야(중장년층이 청년에게 하는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필요한 조언)' 같은 '꼰대의 조언'을 넘어 청년들에게 호감과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 막말은 해도 거짓말은 안 한다?…'회전문' 같은 답변서 느껴지는 '진정성'
2030세대와 놀이터처럼 솔직한 소통을 이어나가겠다던 홍 의원의 다짐처럼 '청문홍답' 속 '준표형(홍 의원의 '청년의꿈' 아이디)'은 솔직했다. 그는 '의원님 보시기에 평생 이것만큼은 하면 안 된다 하는 것이 있냐'는 질문에 '거짓말'이라는 답을 남겼다.
특정인의 프로필 사진과 아이디를 달고 질문을 할 때는 의아해하거나 불편한 내색을 남기기도 했다. 손석희 전 JTBC 사장의 사진과 닉네임을 단 누리꾼의 '답변은 본인이 직접 다는 게 맞냐'는 질문에 홍 의원은 '직접 다는 게 맞습니다만, 어째서 손 박사 사진인 것이냐'고 의문을 남겼다.
최근까지 라이벌 구도를 연출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사진과 닉네임을 단 누리꾼에게는 '혹시 제 닉네임(이재명) 때문에 답변을 안 해 주는 거냐'는 답변에 '그렇습니다'라고 답변하며 불편한 기색을 남기기도 했다.
√ 반려견 '순금이' 자랑, '캣맘' 논란에 "길고양이는 어쩌나"…동물 사랑하는 '반전' 면모
청년과의 문답을 통해 동물 애호가적 면모를 보여준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홍 의원이 평소 국회에서 호전적이고 톡 쏘는 이미지로 잘 알려져 있어 다소 '인간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홍 의원은 자신의 반려견 '순금이(3살, 시바견)' 사진을 올리고 '순금이 너무 귀엽다. 하루에 다섯 끼 정도 먹냐'는 질문에 '아침저녁 두 끼를 먹는데, 내가 밥 먹을 때는 꼭 식탁 옆으로 와서 고기를 달라고 조른다'고 답변했다.
그런가 하면 '캣맘(길고양이에게 밥을 챙겨주는 사람)에 대한 사회적 갈등이 심각하다. 폐해 때문에 억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글에 홍 의원은 '그러면 길고양이는 어떡하지요?'라며 캣맘 제재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 공부 관련해서는 '절박함' 강조한 조언 남기기도
이외에도 홍 의원은 사법고시 등 공부와 관련된 질문에도 자신이 했던 수험 생활을 토대로 조언을 남겼다. '사법고시 시험에 5수 만에 합격했다던데 주관식 답변을 잘 쓰는 비법이 뭐냐'는 물음에 홍 의원은 '5수 만에 겨우 합격했는데, 합격 비법이 있을 리 있냐. 마음 비울 때 합격합디다'하는 답변을 남겼다.
또 홍 의원은 방송인 홍진경 씨가 운영하며 공부법을 알려주는 유튜브 채널인 '공부왕 찐천재'에 출연해 보는 건 어떻겠냐는 제안에는 '생존의 수단으로 공부한 것이라서 비결이 없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자신이 가난한 환경 속에서 '독고다이'로 공부해 자수성가를 이룬 '흙수저' 정치인이라고 과거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홍 의원은 '요즘 공부가 안 되는데 조언해 달라'는 질문에는 '나는 살기 위해 공부했다'는 답변을 남기기도 해 독하게 공부했던 자신의 과거를 드러내기도 했다.
덧붙여 홍 의원은 '수능 도중 이건 아니다 싶어 도중에 나왔는데 수능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지 않냐'는 물음에 '끝까지 해보지 그랬냐. (그러나) 중도 포기했다면 미련 두지 말고 쉬다가 다시 생각해 봐라'고 수험생에게 답변을 건넸다.
√ 정치 발언 등 '경솔하다' 도마 위에
하지만 연일 쏟아내는 홍 의원의 솔직 발언에 경솔함이 묻어난다는 비판도 나온다. 대표적으로 '윤 후보가 대선에서 중도 사퇴하면 홍 의원이 출마할 거냐'는 질문에 홍 의원은 '그분(윤 후보)은 사법 시험을 9수 한 사람이다. 절대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남기는가 하면, 이 후보에 대한 인물평을 부탁한 질문에는 '막가는 인생을 산 사람'이라며 독설을 남기기도 했다. 이어 홍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도 '겉맛(멋)에 취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하태경 의원과 윤 후보가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 거냐'는 질문에 홍 의원이 '나는 수영 못 해요'라며 구조 포기(?) 의사를 밝힌 것도 누리꾼들에게 많은 추천을 받은 답변이었다.
'라떼는 말이야' 하는 구식 답변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홍 의원은 20대 중반 청년이 ‘결혼하고 싶지만, 주거와 사교육비로 고민된다’는 질문에는 '주거 문제, 사교육비 문제로 결혼을 회피하는 건 비겁한 일'이라며 '나는 아내와 단칸 셋방에서 인생을 출발했다. 세상사는 끝없는 도전'이라며 다소 공감 능력이 부족한 답변으로 청년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청문홍답'을 필두로 한 청년의꿈의 흥행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홍 의원은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청년의꿈 1000만 페이지뷰' 돌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서로 만나 위안이 되도록 해야겠다"며 향후 청년과 현장에서 직접 소통할 기회를 가지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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