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과 '2030세대'를 끌어안기에 예능 활용
[더팩트ㅣ곽현서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예능프로그램 출연과 SNS 활동이 잦아졌다. 초박빙으로 점쳐지는 내년 대선에서 중도층과 2030세대를 끌어안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의 예능 출연에 대해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줄 절호의 기회"라고 입을 모았다.
부·울·경을 시작으로 '민생 탐방'에 나선 이 후보는 지난 13일 SNS 라이브 방송 도중 최근 낙상사고를 당한 아내 김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 도중 이 후보는 김 씨의 낙상사고 당시 불거졌던 '루머'들을 언급하며 "어처구니가 없다. 그건 누가 (소문을) 일부러 한 것이다. 몇 시간 만에 전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뿌려지더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부부애를 과시함과 동시에 이 후보와 김 씨에게 제기됐던 의혹을 일축시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친근함이 돋보이는 방송에선, 논란과 구설수 등을 부담 없이 얘기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이 후보가 민생탐방에 나서며 '라이브 방송' 등 실시간 소통에 적극적인 것에는 이번 대선을 좌우할 '캐스팅보터'인 MZ세대와 중도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이념과 지역에 얽매이지 않고 선거 당시의 정치 상황과 자신의 이익에 따라 투표하는 '스윙보터' 성격을 가졌다. 이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여야의 전략은 비슷하다. SNS나 예능에 출연해 그들의 웃음 코드에 '취향 저격' 하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국민들이 정치에 불신이 많기 때문에, 예능프로에 출연할 경우 호감도를 높이고 비호감도를 낮추는데 큰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에 윤 후보와 이 후보는 '정치 풍자'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쿠팡플레이 'SNL코리아' 코너 '주 기자가 간다'에 출연해 '밸런스 게임'을 했다.
윤 후보는 '내 캠프에 이재명 일하기 vs 내가 이재명 캠프에서 일하기'라는 질문에 당황한 듯 "다 싫다"고 답한 뒤 잠시 고민하며 "(둘 중 하나를) 꼭 골라야 하냐, 그럼 이재명 후보가 제 캠프에서 일하는 게 좋다"며 털털하게 말했다.
다른 날에 출연한 이 후보는 '휴가 때 보고 싶은 영화는 <아수라>와 <말죽거리 잔혹사> 중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둘 다 이미 봤는데 아수라가 좀 더 재밌다"라고 답한 뒤 웃음을 지었다.
영화 <아수라>는 가상의 도시 '안남시'에서 비리를 일삼은 안남시장 '박성배'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공방전을 다룬 영화로,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연상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주목을 받았고, <말죽거리 잔혹사>는 이른바 '여배우 스캔들'로 엮인 배우 김부선 씨가 출연한 영화다.
예능에 출연한 두 후보는 영상 속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윤 후보는 그간 '망언' 논란을 의식한 듯 질문에 진지하게 답하며 사뭇 진지한 분위기를 이어갔지만, 이 후보는 가벼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등 농담을 건네면서 크게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누리꾼들의 평은 엇갈렸다. 이들은 윤 후보에 대해서 "'진짜 재미없다', '20대 유권자 3% 지지를 받은 분', '간략하게 말해달라니까 말이 너무 많다'" 등의 감상평을 내놨다. 반면, 이 후보에 대해선 "'진행자가 훨씬 더 편해 보인다', '검열이 없는 것 같아 재밌다" 등 유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를 두고 정 평론가는 "두 후보 간 방송 경험의 차이가 있다"고 했다. 그는 "이 후보는 과거 여러 방송에 출연했지만, 윤 후보는 상대적으로 방송이 낯설다"며 "이 후보가 더 친숙해 보이는 이유는 경험의 차이"라고 설명했다.
정치인들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은 실보단 득이 더 크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최 원장은 '작위적이거나 인위적인 모습 없이 솔직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이 공격받고 있는 단점이나 네거티브 요인을 진솔하게 보여주는 모습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진영이 확실히 갈라진 상태에서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방송에 출연해도 기대했던 것만큼 큰 이득은 없다"고 말했다.
정치인들의 '도덕성' 문제나 '범죄' 의혹 등이 지나치게 가벼운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다. 이에 정 평론가는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중요하다"며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의해 분리될 수 있을 것이기에 방송에서 보이는 친근한 이미지로 선거의 당락이 바뀌지는 않는다"라고 했다.
당분간 두 후보는 MZ세대와 중도층을 겨냥한 전략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후보 측 관계자는 "현재 다음 예능 프로그램 출연 계획은 없다"면서 "(정책) 인터뷰 잡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논의된 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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