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군에서 적으로 돌아선 野 대선후보에 최소한의 예우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등 야권 대선 후보들에게 '축하 난'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 않은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전례와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축하 난을 통해 해당 논란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 2012년 9월 16일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민주통합당의 대선 후보로 문재인 후보가 선출되자,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통합당 제18대 대선 후보자로 문 후보가 선출된 것을 축하한다"라며 "(이번 대선이) 꿈과 희망의 대선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어 나흘 뒤에는 이달곤 청와대 정무수석을 통해 문 후보에게 축하 화분을 전달하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확정된 다음 날 직접 전화를 걸어 축하했으며, 같은 날 강인섭 정무수석을 통해 축하 난을 보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이재명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직후에는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민주당 당원으로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민주당 대선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또한 지난달 26일에는 이 후보를 청와대로 초청해 차담을 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윤 후보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축하 난을 보내는 것을 검토하는 것은 껄끄러운 관계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검사로서 승승장구하다가, 문 대통령이 검찰총장에까지 임명했다. 하지만 정권을 향한 검찰 수사를 이유로 마찰을 빚다가 임기 중 사퇴해 야당의 대선 후보로 정치적 대척점에 섰다.
이런 묘한(?) 관계에 있는 윤 후보가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됐다고 축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야권 대선 후보들에게 최소한의 예우는 한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축하 난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윤 후보뿐 아니라,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에게도 축하 난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문 대통령과 윤 후보의 청와대 면담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청와대는 윤 후보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면담 요청이 오면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이지만, 윤 후보는 지난 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누가 면담 요청을 하나. 제가 면담 요청을 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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