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헝가리 국가기록원 기록관리 MOU 체결…의미 있는 선물도 교환
[더팩트ㅣ허주열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헝가리를 국빈 방문 중인 김정숙 여사는 3일(현지시간)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해 한국과 헝가리 국가기록원 간 기록관리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 자리에서 헝가리 국가기록원 측은 약 300년 전 독일에서 제작한 '조선 영토와 동해'가 표기된 고지도를 선물로 전달해 김 여사는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헝가리 국가기록원은 1756년 유럽 최초의 기록보존소로 설립되어 현재는 약 3000km에 달하는 방대한 문서를 보존·관리하고 있다. 소장 기록에는 17세기 이후 우리나라 관련 기록이 다수 있으며, 한국 국가기록원은 1989년 헝가리와 수교 이후 관련 기록 7만여 건을 수집한 바 있다.
최재희 한국 국가기록원장, 김보국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조은혜 한국 국가기록원 기록연구관 등과 함께 헝가리 국가기록원을 방문한 김 여사는 먼저 양국 국가기록원 간 기록 보관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어 최 원장과 처버 써보 헝가리 국가기록원장은 헝가리 신부 버이 삐떼르가 조선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며 당시 시대 상황과 자신의 느낌을 적은 일기(1902년) 및 저서(1918년) 중 일부를 우리말과 헝가리어로 각각 낭독해 눈길을 끌었다.
버이 삐떼르 신부는 1902년 고종 황제를 알현한 최초의 헝가리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청일전쟁 이후인 1902년부터 조선을 드나들며 선교활동을 하면서 궁궐 모습과 조선의 문화, 민초들의 생활, 조선에 대한 일본의 커지는 영향력 등을 우려하는 글을 일기, 에세이, 기행문 형태의 기록으로 남겼다.
김 여사는 처버 원장의 요청으로 버이 삐떼르 신부의 글을 발췌한 낭독본 중 "오래전에 언급했듯이 파리, 베를린,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아시아로 출발하는 급행열차들이 모두 부산으로 향합니다. 오늘날 부산은 실제로 '테르미누스(terminus)', 즉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머나먼 여정의 종착지입니다. 이민족과 국가에 미래의 중요한 역할이 기다리고 있음을 나는 항상 확신하고 있었습니다"라는 대목을 낭독한 뒤 "우리는 방금, 100년 전 헝가리 신부가 조선에 대해 기록한 감동적인 글을 읽었다. 마치 100년 후의 한국 국민들께 보내는 편지 같은 글"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격동의 시기에 조선에 머물렀던 헝가리의 신부님은 조선인들에 대해 예의와 품위와 위엄을 갖고 있다고 썼다. 그 어떤 무력과 가혹함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고, 더욱 강하게 저항하는 조선인들의 고귀한 자존심이 그의 글 속에 기록됐다"라며 "가장 암울했던 시기의 조선에서 버이 비떼르 신부가 내다본 조선의 미래는 현실이 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은 굴곡의 역사 속에서 꿈을 현실로 바꿔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록 보존 기술과 인적교류를 통해 한국과 헝가리 양국의 국가기록원이 동서양 기록의 보고가 되기를 기대한다"라며 "오늘의 기록이 100년 후 두 나라의 후손들에게 뜻깊은 역사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발언 후 처버 원장은 한반도 동쪽 바다를 '소동해(小東海, MARE ORIENTALE MINVS)'로 표기한 고지도(러시아 제국과 타타르 세계)를 김 여사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1730년 유럽에서 제작된 이 지도는 조선의 국호를 'CAOLI KUO, COREA, CHAO SIEN'으로 표기하고 있어 18세기 유럽에서도 한반도 동쪽 바다가 '동해'로 인식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자료다.
특히 이 고지도는 1739년 판이 가장 많이 존재하는데, 헝가리가 소장해 온 지도는 1730년 판으로 희귀한 초기본이라고 양측 국가기록원 관계자가 설명했다.
김 여사는 귀한 선물에 "감사하다. 정말로 희귀한 건데 이렇게 주셔서 고맙다"고 말했다.
양국의 국가기록원은 이날 각각 기록물 복제 복원 과정 기술도 시연 소개했다. 한국 국가기록원은 '조선왕조실록 세종장헌대왕실록'을 전통 방식으로 복제해 우리나라의 기록보존 기술과 한지의 우수성을 알렸고, 김 여사는 이 복제본을 헝가리에 선물로 전달했다. 이에 처버 원장은 "너무 감사드린다. 너무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sense8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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