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측 "무효표 이의 제기"…아슬아슬 과반에 거센 후폭풍
[더팩트ㅣ송파=박숙현 기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때문이었을까. 압승은 온데간데없이 턱걸이 과반의 진땀승이었다. 더불어민주당 20대 대통령선거 최종 후보로 확정된 이낙연 경기도지사의 경선 결과다. 10번의 지역순회경선, 1,2차례의 선거인단 투표에서 승리를 거두며 누적 합산 과반으로 결선 투표 없이 본선에 진출했다.
이 지사는 당내 기반이 약한 '비주류'에서 명실상부 집권당의 차기 권력으로 떠올랐다. 다만, 본선 승리를 위해선 대선 정국의 블랙홀이 된 '대장동' 이슈를 극복하고, 중도층의 표심을 얻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무엇보다도 첫 번째 극복 과제는 이낙연 전 대표의 경선 결과 불복 이의제기다. 이 전 대표 측은 11일 당에 이의제기서를 당 선관위에 접수한다.
10일 민주당 마지막 당내 경선인 서울 순회 경선과 3차 슈퍼위크까지 마친 결과, 이 지사는 누적 집계에서 50.29%의 득표율로 과반을 얻어, 이낙연 전 대표(39.14%),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9.01%), 박용진 의원(1.55%)을 꺾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이 지사는 그동안 친문재인(친문) 세력이 주축인 민주당 내에서 '비주류'였다. 이재명계 좌장격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지난해 원내대표 선거에서 9표를 얻는 데 그칠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확정받은 후 차기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대법원 무죄 판결 이후부터 20%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대세론'을 형성, 두 번째 도전 만에 민주당 20대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것이다. 대선 경선 과정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대장동 의혹' 해소와 정권교체론 극복, 원팀 회복은 본선 승리를 위해 그가 넘어야 할 과제다.
◆'대장동 정면돌파' 전략, 본선서도 통할까
당내 경선이 당 충성도가 높은 지지자들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본선은 무당층·중도층의 표심을 사로잡는 것이 필승 전략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지사가 직면한 '대장동 리스크'는 그가 본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해소해야 한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오히려 결집하는 촉매제가 됐지만 무당층과 중도층 여론은 긍정적이지 않은 탓이다. J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9월 25~26일 전국에 거주하는 만18세 이상 남녀 1018명을 조사(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여론조사심의위 누리집 참조)한 결과, 대장동 의혹에 대해 '권력형 비리'라는 응답은 58.7%었고, '개발이익 공공환수 모범사례'라는 응답은 30.9%였다. 특히 무당층에선 '권력형 비리'라는 답변이 60.3%로, '모범사례'라는 응답(17.4%)을 압도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 지사가 의혹에 직접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가 없다는 점,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아들의 50억 원 퇴직금 수령이나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누나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부친 주택 매입 등 야권발 의혹이 터지면서 진영 대결로 흘러갈 가능성도 제기한다. 다만 검찰과 경찰 수사가 속도를 내고 있어 본선에서 최소한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특히 야권은 이 지사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과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직선거법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을 당시 수십 명의 변호인단을 구성한 점을 들며, 이 지사의 변호사 수임료가 화천대유 자금으로 대납됐을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친문단체 '깨어있는시민연대당(깨시연)'은 지난 7일 이 지사가 공직선거법 사건 변호를 맡았던 한 변호사에게 20억 원 상당의 수임료를 줬다는 의혹을 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그를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10일 일반당원·국민 30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이 지사는 1,2차 때와 달리 28.30%(7만4441표)를 얻는 데 그쳤다. '대장동 의혹' 파장이 커지면서 진영 대결에 얽매이지 않는 중도층 표심이 돌아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지사의 정치적 미래는 대장동 이슈로 쟁점이 단순화됐다. 대장동 이슈를 돌파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남게 된 것"이라며 "직접 관여 증거가 없다면 대장동 의혹은 여야 모두 걸려 있어서 유불리는 크게 차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지사 측은 당내 경선까지만 해도 '정면돌파' 입장을 유지했다. 하지만 최근 전략 수정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지사는 당초 오는 18일(행정안전위원회), 20일(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그 이전에 지사직을 사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지사는 "경기도지사 입장에선 최대한 도지사 직무를 다하고 싶은 게 사실이이다. 하지만 지금은 대선후보로서 당의 입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당 지도부와 충분히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3차 슈퍼위크서 28%...중도 확장 전략 필수
여당 대선 후보로서 압도적인 '정권 교체' 여론은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 이 지사가 넘어야 할 또 다른 고비다. 내년 3월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은 갈수록 더 우세해지는 모양새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조사(조사 기간 10월 5~7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결과, '정권 교체론'은 52%로 '정권 재창출론'(35%)보다 압도적이었다. 같은 조사기관의 지난 8월(47%), 9월(49%) 조사 때보다 교체 여론은 상승했다.
이에 이 지사가 조만간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지사 역시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집권세력 내에서 '청출어람'할 수 있다면 국민 일부는 정권교체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문재인 정부와의 노골적인 거리두기 대신 공을 계승하면서 과를 극복하겠다는 식의 차별화 전략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지사 측은 문 정부의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 정책을 계승하고 불공정과 양극화 해소 노선을 따르면서 부동산 정책은 보완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후보 수락연설에서 "당선 즉시 강력한 '부동산 대개혁'으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없애겠다"며 개발이익 완전 국민 환원제, 건설원가·분양원가 공개 전국 확대 등을 약속했다.
지지층 결집을 불러왔던 야권을 향한 거친 발언도 본선에선 자제해야 한다고 전문가는 말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표현이나 몸짓, 메시지가 철저하게 화합형으로 가야 한다. 그렇게 해서 민주당 '비주류' 인상을 떨쳐내는 전략적인 언행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라 (노골적으로) 차별화하는 순간 지지층이 분열될 것"이라며 "부동산 등 각론에선 차별화하고 개선할 건 하되, 전체적인 기조는 (문 정부에서) 잘하는 건 더 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낙연 지지' 이탈층 껴안기 과제
당내 경선 과정에서 훼손된 '원팀 정신' 회복도 절실하다. 2위인 이낙연 전 대표 측과는 '명낙대전'이라고 불릴 만큼 감정싸움으로까지 번지면서 당 안팎에서 우려가 적지 않았다.
경선이 끝났지만 이낙연 캠프 측에서 당 선관위에 공식적으로 대선후보 경선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면서 후폭풍도 예상된다.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선출규정'에 따르면 사퇴한 후보의 처리 방법을 두고 상반된 조항이 있는데, 당 지도부 및 선관위는 '사퇴 후보의 표는 무효 처리한다'는 규정에 손을 들어준 바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선출된 이 지사의 득표율은 50.29%로 본선 직행 기준인 과반에서 4151표를 더 얻어 아슬아슬하게 본선에 직행할 수 있었다. 이 전 대표 측은 경선 과정에서 사퇴한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김두관 의원이 얻은 표를 누적 총투표수에 포함했다면 이 지사의 득표율은 과반을 넘지 못한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본선에서 진영 대결이 본격화하면 '원팀 기조'는 자연스럽게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고 평론가는 "원팀 이슈는 대선 후보가 확정되기 전까지이고, 후보가 정해지면 극소수 이탈자는 생길 수 있지만 당 전체 흐름을 좌지우지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교수도 "진영 대결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똘똘 뭉치게 될 것"이라며 "이 지사가 좀 더 적극적으로 끌어안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앞으로 당 차원에서 중앙 선대위가 꾸려지면 이 전 대표 측 사람들을 많이 발탁해 원팀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지사 측도 '당내 화합과 원팀을 만드는 것'을 제1 과제로 삼고 있을 만큼, 강한 '원팀' 의지를 보였다. 이 지사는 이 전 대표 측의 경선 결과 이의제기에 대해 "당헌당규를 당이 적절하게 해석해서 잘 결정하지 않았겠나. 문재인 대통령도 축하 말씀을 해주셨다고 하니 저는 그냥 당이 결정하는대로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어 "원팀 회복을 위해 저 자신도 최선을 다할 것이고, 당원들도 민주당 집권을 위해 기본적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잘 설명드리고 부탁드리려고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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