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정치팀은 여의도 정가, 청와대를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尹, 비뚫어진 언론관에 대한 차가운 시선
[더팩트ㅣ정리=허주열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검찰을 이끌던 시절 검찰이 범여권 정치인들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고,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공수처가 불법 압수수색을 한 정황이 포착돼 국민의힘 의원들과 장시간 대치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윤 전 총장은 고발 사주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매체를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충청권 순회 경선에서 예상 밖 참패를 당한 뒤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다. 하지만 경쟁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한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나오면서, '원팀 기조'를 흔든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청와대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새 방역체계' 모색 발언을 두고 논란이 제기됐다. 구체적 방법이나 시기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큰 의미가 없는 작은 데이터로 백신 접종에 대한 정보를 왜곡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나씩 얘기를 나눠보자.
◆윤석열 겨냥한 공수처…'김웅 의원실' 불법 압수수색 논란
-공수처가 시민단체의 윤석열 전 검찰총장 고발 사주 의혹 고발 건에 대한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면서 지난 9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했어. 10일엔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자택, 차량, 의원실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는데, 이 과정에서 '불법 수사' 논란이 일고 있지?
-공수처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으로 고발된 윤 전 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네 가지 혐의가 있다고 보고 10일 전격적인 수사에 나섰어. 이날 오전 피의자 신분인 손 인권보호관의 서울 자택과 대구고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동시에 '참고인' 신분인 김 의원 자택, 차량, 의원실도 압수수색에 나섰어.
-문제는 의원실 압수수색 과정에서 발생했어. 자택과 차량 압수수색으로 김 의원이 자택에 머물고 있던 사이에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이 김 의원의 국회 사무실로 들어가서 적법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제시하지 않고, 거짓말까지 하면서, 압수수색 영장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보좌진의 개인 서류까지 압수수색을 시도해서 소식을 듣고 현장을 방문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장시간 대치했어.
-판사 출신인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김 의원실을 방문해 오후 늦게까지 계속 머물면서 수시로 밖에서 대기하던 기자들에게 내부 상황을 전해줬어. 전 원내대변인은 특히 "당사자인 김 의원이 현장에 없는 상황에서 공수처 검사가 '김 의원의 동의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의원실에 진입해 압수수색을 강행했다"며 "공수처 검사들은 수사 경험이 없는 분들인데, 오늘 목도한 것은 정말 아마추어적인, 수사의 ABC도 모르는 공수처의 민낯"이라고 맹비난하면서, 공수처를 고발하겠다고 예고했어.
-자택 압수수색에 협조한 뒤 택시를 타고 이날 낮 12시 20분께 의원실에 도착한 김 의원도 상황 파악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참고인에 불과한 야당 정치인이 (자택 압수수색 수사 등에) 충분히 협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의원회관에 들어와서 불법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자료를 뽑아가려는 것은 정치 공작이고, 대한민국이 쌓아왔던 적법 절차를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공수처 수사관들이 불법으로 보좌진 PC에서 검색한 키워드를 보면 '조국', '재수(유재수)', '오수(김오수)', '정경심', '추미애', '최(강)욱' 등을 검색했다. 이건 처음부터 참고인에 불과한 야당 의원 컴퓨터를 뒤져서 별건의 자료를 뽑아가기 위한 의도적인 행위로 압수수색이 어떤 목적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명백히 드러났다"고 비판했어. 그러면서 김진욱 공수처장도 고발하겠다고 밝혔어.
-국민의힘은 "정권 보위와 야당 탄압을 위해 공수처가 무자비하고 불법적인 압수수색을 하고, 제1야당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해 가정과 추측에 근거한 속전속결 입건을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김 의원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면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공수처가 신속한 수사로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어. 공수처 수사에 대한 여야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린 만큼 진행 중인 정기국회에서도 여야의 날 선 대립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
-김 의원의 경우 공수처 수사를 자초한 면도 있지 않아?
-고발 사주 의혹의 중간 전달자로 지목된 김 의원이 오락가락 해명으로 의혹을 증폭시켰다는 지적도 있어. 그는 지난 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쟁점인 고발장을 받았는지 여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어. 아울러 "당시 제보를 받았다면 당에 전달했을 수 있다"고 했어. 또 고발장 작성 여부에 대해선 강하게 부인했지. 그러면서 수사기관이 진위를 빨리 밝혀달라고 촉구하기도 했어. 모호한 해명이 의혹을 키웠다는 평가도 나왔어.
◆의혹의 중심에 선 윤석열, 기울어진 언론관 논란
-윤 전 총장이 고발 사주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과정에서 내비친 언론관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는 모양새야. 인터넷 매체를 비하했다는 논란이 있지?
-윤 전 총장의 문제 되는 발언은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서 나왔어. 그는 이 자리에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국민들이 다 아는 그런 메이저 언론을 통해서, 국민들 누가 봐도 믿을 수 있는,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해줬으면 좋겠다"고 했어. 그는 "작은 언론, 메이저 언론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이를테면 뉴스타파나 뉴스버스가 하고 나서 (다른 언론사가) 달라붙을 것이 아니라, 차라리 뉴스를 그런데(메이저 언론)에 줘서 독자가 많은 데서 시작하면 좋지 않느냐"라면서 지상파 방송사인 KBS와 MBC를 거론했어.
-정치권 안팎에서 해당 의혹을 보도한 뉴스버스와 부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보도한 뉴스타파를 신뢰성이 부족한 매체로 폄훼했다는 비판이 나왔어.
-맞아. 심지어 국민의힘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9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윤 전 총장의 '메이저 언론' 발언을 두고 "말실수 성격으로 무조건 마이너스였다"며 "잘못된 표현이 맞다"고 지적했어.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하태경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위험한 사고방식"이라며 "메이저든 마이너든 모든 언론은 어떤 사안에 대해 취재하고 보도하고 의혹을 제기할 자유가 있다"라고 비판했어.
-이에 윤 전 총장은 10일 국민의힘 오후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열린 '국민 시그널 면접'에 참석해 "1단계 인터넷 매체, 2단계 메이저 언론, 3단계 정치인 이런 식으로 정치 공작하지 말자는 것"이라며 "규모가 작은 인터넷 매체를 공작에 동원하지 말라는 뜻"이라고 거듭 해명했어.
-개인적으로 윤 전 총장의 발언을 듣고 귀를 의심했어. 그의 특권 의식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으로 보였기 때문이야. 모든 언론은 어떤 사안에 대해 취재하고 보도할 자유가 있거든. 대한민국 헌법에도 '언론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잖아.
-윤 전 총장은 '주 120시간 근무', '부정식품', '대구 민란' 등 실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었잖아. 이번에는 '메이저'와 '마이너'로 구분하는, 특히 신생 온라인 매체를 깎아내리면서 드러난 그의 비뚤어진 언론관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밤낮없이 현장을 뛰는 일선 기자들의 사기를 꺾었다고 봐. 온라인 매체 기자로서 참담한 심정이야.
-한국인터넷기자협회도 이와 관련해 10일 성명을 내고 공개 사과를 요구했어. 이들은 "소위 '메이저 언론'과 '인터넷 언론'을 차별적으로 나누고, '메이저'만 신뢰성이 있다는 윤석열 예비후보의 극단적 발언은 시대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한 무지와 언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판했어. 윤 전 총장이 이런 지적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언행을 되돌아보면 좋겠어.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곽현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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