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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일산대교 무료화 지사찬스 논란

  • 정치 | 2021-09-08 05:00
이재명 경기지사가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추진을 공식 선언하면서 다시 한번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사 찬스'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이 지사는 '황교익 보은 인사'와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100% 지급' 으로 한 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선화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추진을 공식 선언하면서 다시 한번 '포퓰리즘'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지사 찬스'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이 지사는 '황교익 보은 인사'와 '경기도민 재난지원금 100% 지급' 으로 한 차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선화 기자

전문가 "이 지사, 국민연금 가입자들 희생을 자신의 성과로 둔갑"

[더팩트ㅣ국회=곽현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권 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일산대교 무료화 카드를 꺼내든 이후 정치권 안팎에서 '표퓰리즘' 논란이 뜨겁다. 이 지사는 앞서 경기도민 100% 재난지원금 지급과 황교익 맛 칼럼리스트 경기관광공사 보은 인사 등 잇따른 행정 권한 사용으로 '지사 찬스'라는 비판을 받은 것에 이어 선심성 공약 시비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일산대교 무료화를 위해 경기도가 국민연금공단의 사업시행자 지정을 취소한 이후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 돈으로 생색내는 표퓰리즘이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현재 일산대교는 국민연금공단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이 지사는 3일 일산대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기도민의 교통기본권 회복과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일산대교 공익 처분을 결정했다"며 일산대교 무료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지사의 방침으로 경기도는 10월 중으로 국민연금공단의 일산대교 관리·운영권을 취소하고 통행료 공익 처분 형식으로 무료화를 진행할 계획이다. 공익 처분이란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지자체가 보상금을 주고 민간 사업자의 운영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009년 약 2000억 원을 들여 일산대교 운영권을 인수했다. 경기도 측은 국민연금에 줄 보상 금액을 약 20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보상 금액의 50%는 경기도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고양·김포·파주시가 분담하겠다는 계획으로 경기도민과 3개시 시민들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3일경기 김포시 일산대교 요금소 앞에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계획 현장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는 이 지사. 최종환(왼쪽부터) 파주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뉴시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3일경기 김포시 일산대교 요금소 앞에서 일산대교 통행료 무료화 추진을 공식 선언했다. 계획 현장 합동브리핑을 하고 있는 이 지사. 최종환(왼쪽부터) 파주시장, 정하영 김포시장, 이재준 고양시장. /뉴시스

하지만 경기도비에서 2000억 원의 보상금을 지급하는 것을 두고 경기도민들의 반발도 거센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경기도가 제시한 보상금 2000억 원이 국민연금공단의 투자금과 2038년까지의 기대수익(약 7000억 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생색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A씨(26·남)는 "가뜩이나 고갈되어가는 국민연금 재원을 가져가는 것도 이해가 안 될뿐더러, 일산·파주·김포 등 일산 대교와 가깝지 않은 다른 타 시·군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피해를 보는 구조"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시행되는 지나친 '무료화'는 오히려 도민들의 갈등을 초래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통행량 감소로 실제 수입이 예상 수입보다 적을 경우 약속된 기준만큼 손실을 세금으로 보전해 주는 최수운영수입보장(MRG)권리도 갖고 있기 때문에, 현행대로 일산대교가 운영될 경우 국민연금이 추가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국민연금 조기 고갈에 대한 우려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저해하는 일산대교 무료화에 대해 이 지사가 다가오는 대선을 앞두고 '지사 찬스'를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일각에선 일산대교 무료화에 대해 '등가성, 타당성, 공정성'을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경기도청은 국민연금 공단의 차후 2038년 기대수익까지 계산한 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며 "현재 가치에서 모든 걸 따져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공정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연금 공단의 수익은 곧 국민 모두의 소유로 볼 수 있는데, 어떤 이유에서 일부 국민은 혜택을 보고 손해를 봐야 하는지 타당성이 없다"며 일산 시민의 교통 편익 증진의 목적은 충분하나 일산에 가보지 않은 국민들은 불만을 제기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돈을 타당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자신의 인기를 위해서 사용한 것은 공인의 자격을 검토받아야 할 시점"이라고 일갈했다.

이 지사의 '지사 찬스' 논란은 일산대교뿐만이 아니다. 이 지사는 지난달 정부 5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12%까지 포함해 모든 경기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주겠다고 발표해 논란이 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맛 칼럼니스트'인 황교익 씨가 경기도 산하 기관인 경기관광공사 사정에 내정되면서 '보은 인사' 찬스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같은 당 이낙연 전 대표 측과 설전을 벌여 명·낙 대전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경기도청은 지난달 31일부터 '청년 국민연금 조기 가입 장려사업'을 진행중이다. 이 이벤트는 두 번의 설문조사와 3편의 홍보 동영상을 시청하면 도서문화상품권을 증정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현물성 표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측은
경기도청은 지난달 31일부터 '청년 국민연금 조기 가입 장려사업'을 진행중이다. 이 이벤트는 두 번의 설문조사와 3편의 홍보 동영상을 시청하면 도서문화상품권을 증정하고 있는데, 이를 두고 '현물성 표퓰리즘'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에 대해 경기도측은 "좋은 정책을 홍보하는 것은 대리인의 임무"라며 "지사찬스나 표퓰리즘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슬기로운인생계획 누리집 갈무리

또한 지난달 31일부터 경기도가 실시한 '청년 국민연금 가입 장려 사업'도 지나친 현물성 이벤트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또 한 번 '지사 찬스'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업은 담당 홈페이지인 '슬기로운 인생계획'에서 국민연금 조기 가입 관련 콘텐츠 영상 3편을 시청하고, 약간의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것인데, 이 과정을 모두 완료하면 모바일 도서문화상품권(3만원)을 증정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B씨(25·여)는 "경기도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좋지만, 이렇게 줘도 되나 싶다"며 "경기도청에서 진행되는 행사는 대선 후보로 나선 이 지사의 정책으로 보이기 때문에 오히려 지나친 복지로 인한 표퓰리즘으로 인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공정을 외치는 이 지사의 모습이 공정하지 못하다"며 "지사직을 이용해 자신의 대권 욕심을 채우고 있다"고 꼬집었다. 윤 의원은 '일산 대교 무료화 논란 등 지사 찬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국민연금 가입자들의 희생을 전제로 경기도민들에게 선심을 베풀어 표를 얻는 것"이라며 "경기도 도지사는 권한과 함께 책임도 있는 것인데 국민을 희생 시켜 자신의 표를 얻는 행위는 옳지 못하다"고 답했다.

경기도 측은 해당 사업들이 이 지사가 경기도지사 취임 전 성남시장 때부터 시행되는 사업이라며 표퓰리즘 논란에 선을 그었다.

경기도청 언론협력담당관은 통화에서 "현재 이 지사가 민주당 대선 후보를 함께 하다 보니 생긴 오해들"이라며 "이 사업은 정부의 국민연금 제도 정책 홍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좋은 제도와 정책을 홍보하고 대리인이 집행하는 것은 칭찬받아야 할 사항"이라며 "이 지사의 표퓰리즘과는 상관없는 정부의 정책"이라고 해명했다.

zustj9137@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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